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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소재에서 컬러풀하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환상적인 세계를”

전시회에 갈 때마다 마음에 기대 하나씩을 품게 된다. 쿠쉬전은 그의 상상력과 무의식의 세계가 확장되어 또 다른 것을 만들어낸다는 보도자료의 설명에 특히 눈이 갔다. 어떤 상상력으로 어떤 세계를 만들어낸 작가인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전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전까지는 그의 세계가 궁금했는데, 작품을 접한 순간 상상력이 기대 그 이상이라서 전시 내내 그의 발상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상상력과 세계를 나누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상력이 곧 세계였다.

City by the Sea’라는 작품은 야경인 동시에 문어였다. 늦은 밤, 달리는 차들로 빛나는 도로 야경같기도 했고, 심해에서 발광하는 문어 같기도 했다. ‘어떻게 저렇게 전혀 다른 것들로 중첩되는 걸 표현했을까’하고 놀랐는데 ‘City by the Sea’는 시작에 불과했다.

cirque du metal’은 오랜 시간을 들여 하나씩 봐야 하는 작품이었다. 가위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원을 만든 남자와 여자이기도 했고, 다리에 바퀴를 달고 무대를 도는 광대이기도 했고, 체조선수처럼 링에 매달린 사람이기도 했다. 막 뒤로는 스푼과 포크가 서 있었고, 그 앞엔 두 손을 든 외발의 오프너가 있었다. 무대의 중앙에선 니퍼가 묘기를 선보이고 있었고 그 주위엔 사다리와 색동치마를 입은 팽이 무용수가 있었다. 하나만 등장했어도 신기했을 텐데, 무대를 꽉 채운 상상력이 있었다.

그런데 쿠쉬의 발상은 단순히 익숙한 것들로 만든 낯선 조합이 아니었다. ‘star target’은 천체망원경인 동시에 총이었으며, ‘beeing a tiger’은 아직 얼굴이 온전한 형태를 만들지 못한 호랑이와 호랑이와 다른 무늬지만 호랑이 무늬와 같은 색을 갖고 있는 벌이 등장했다. 나는 둘 다 노랗고 까만 무늬였다는 걸 ‘beeing a tiger’을 보면서 처음 깨달았다. ‘moonlight sonata’에선 그랜드 피아노가 나비였다. 그 밖에도 ‘이것인 동시에 저것’인 작품들이 상당했다. 그의 상상력은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는 기분이 들게 했다.

상상력만으로도 대단한데 예쁘기까지 했다. 나는 쿠쉬가 그리는 꽃이 정말 좋았다. ‘flamenco dancer’는 무희의 뒷모습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구도였는데 무희의 치마자락은 꽃잎이었고, 소매는 꽃의 잎사귀였다. ‘arrival of flower ship’은 돛이 있어야 할 자리에 꽃이 있었다. 구름도 꽃잎을 따라 분홍빛을 비쳤다. 잔잔한 물결 위에도 분홍 빛이 돌았다. 기분이 좋아지는 화사함이었다. 

mythology of the oceans and heavens’는 쿠쉬의 세계를 압축해서 보여주었다. 노른자인 동시의 해, 바다 위를 달리는 구두 위의 배, 코끼리 코 대신 자리잡은 트럼펫, 놀이공원 관람차 같은 공작 등 쿠쉬가 보여준 작품들이 큰 캔버스 위에 모여 있었다.

쿠쉬전에 대해 생각없이 뱉어낸다면 '디자인과 학생들이 부러워할 만한 발상들'이 되겠다. 입을 떡 벌리게 하는 것들이 사방천지에 있었다. 전시를 보는 내내 쿠쉬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해졌다. 내가 비슷한 분야에서 창작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정말 존경하면서도 부러우면서도 질투가 났거나 너무 대단해서 엄두가 나지 않은 신처럼 느낄 것 같았다. 

관람이 끝난 후에 그에 대한 모든 수식어들을 이해하게 되었는데, 표현이 부족해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식상한 수식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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