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Review: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이불》 전

글 입력 2015.01.0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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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 이불이라는 두 글자를 듣고 처음 드는 생각은 대부분 부드러운 촉감의 따스한 이불일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미술 작가 이불의 불 자는 새벽 불()을 쓴다고 합니다. 새벽, 그 어스름한 시간의 차가운 공기.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시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이불전에서 우리는 이러한 새벽의 시간을 체험하고, 우리가 꿈꾸었던 유토피아의 깨져버린 단면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 간의 장기 후원협약을 통해 우리나라 중진작가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2014년에 개시되었으며, 그 첫 작가로 현대미술작가 이불(LEE BUL, 1964)이 선정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이불전에서는 이불의 국내 발표 신작인 <태양의 도시 II><새벽의 노래 III>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를 보시기 전에 국립현대미술관 사이트 혹은 미술관에 비치되어 있는 안내 책자에서 작품의 설명을 먼저 보시는 것도 추천해드립니다.

 

 

전시공간에 들어서서 첫 번째로 보게 되는 작품은 <태양의 도시 II>입니다. 전시 공간 전체에 깔려있는 거울 사이로 걸어가며 거울에 반사된 빛으로 가득한 공간을 보게 됩니다. <태양의 도시 II>는 이불이 이탈리아 르네상스 철학자이자 공상적 공산주의자인 톰마소 캄파넬라의 저서 태양의 도시 The City of the Sun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하였다고 합니다. 유토피아론의 고전(古典)으로, 책에서는 저자의 개혁적 이상이 반영된 이상도시를 다루고 있습니다. <태양의 도시 II>는 작가의 <나의 거대서사>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입니다. <나의 거대서사>에서 작가는 유토피아와 그를 위한 거대서사는 불가능함을 인식하고, 파편화되고 깨진 유토피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태양의 도시 II>에서 깨진 거울과 그에 반사되는 무수한 빛을 보면서 우리는 파편화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태양의 도시 II>에서 나와 옆 공간으로 들어서면 <새벽의 노래 III>가 있습니다. 하얀 수증기로 가득해서 처음에 몽환적인 분위기도 느낄 수 있지만 이내 높이 솟은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크기와 장대함에 감탄하기도 잠시, 형태가 명확해질수록 아름다움보다는 괴기함이 전해집니다. 공중에 설치되어 있는 파편들과 한줄기 빛이 되지 못하고 방향을 잃은 붉은 점들이 상실감을 더하고, 그러한 파편들이 어느 순간 떨어져 내려앉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이불전에서는 이처럼 온 몸을 예술 작품 안에 위치시킴으로써 색다른 감각과 사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작가 이불의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새벽의 서늘한 냄새가 작품 전체에서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불이라는 두 글자를 볼 때 이 전시에서 느꼈던 감각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기간: 2014.09.30-2015.03.01

관람료: 4000원 


 


[유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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