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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
[Opinion] 사라질 것들에 대한 찬사 - 표기식 사진전: 빛은 어떻게 떨어졌길래 모두 다르게 반짝여서 [전시]
고요에 도달하는 시간
빛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빛을 받아내는 세계의 표정은 매 순간 달라진다. 그날의 바람과 해의 위치, 공기의 습도에 따라 물결의 모양이 바뀌고 계절을 건너는 나무는 어제와 다른 색으로 빛난다. 느리게 느껴지는 일상 속에서 변화는 빠르게만 느껴지고 우리는 그 차이를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표기식은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 앞에 멈춰 설 줄 아는
by
이상아 에디터
2026.10.01
오피니언
음악
[Opinion] 음악은 여전히 낭만을 싣고 가야 한다 - 윤마치에 대해 [음악]
아마 그녀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 그녀가 만들어 내는 다큐멘터리 때문에 나의 삶은 드라마와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고. 드라마를 꿈꾸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완벽한 다큐멘터리는 없고, 애매한 낭만은 없다.
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성 솔로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봤거나 이미 나 보다 먼저 매니아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은 윤마치다. 문득 출근 시간에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에서 어딘가 모르는 몸 속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지겨움과 피곤함, 더욱 심화해서 말하면 혐오에 파묻힌 채로 그녀
by
김수민 에디터
2026.10.01
오피니언
음식
[Opinion] 우동 한 그릇 [음식]
누구에게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혼자만의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오히려 마음의 허기가 진다. 그럴 땐 담담하게 우동 한 그릇을 먹으면서 내 안의 눈 내린 마음을 녹여본다. 결국 또 봄이 오지 않겠나 하는 마음으로.
날씨가 슬슬 쌀쌀해질 때쯤, 코끝이 찡해지고 괜히 마른 기침이 날 때면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이 생각난다. 대단히 근사한 요리는 아니지만, 굵고 부들거리는 하얀 면에 가쓰오부시 맛이 진하게 나는 뜨거운 국물 한 입이면 추운 날들도 한가득 안을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을 읽고 나면 머지않아 꼭 우동을 먹으러 가곤 했다. 이
by
황수빈 에디터
2026.10.01
리뷰
공연
[리뷰] 삼대의 은혜와 복수 주고 받기 - 페이백 [연극]
육식문화와 생명 윤리 속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가치가 어떻게 충돌하고 조율되는지
극단 숨다의 ‘농업 3부작’ 마지막 작품인 연극 <페이백>이 2026년 9월 17일부터 9월 20일까지 미아리고개예술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연극 <페이백>은 육식문화와 생명 윤리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가치가 어떻게 충돌하고 조율되는지를 다룬다. 고기가 되어 식탁에 오르는 생명을 무대 위에 소환함으로써, 삶을 선택하는 방식과 우리가 지
by
진세민 에디터
2026.10.01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철을 안다고 말하기 전에 [미술]
존 배의 조각은 철의 단단하고 무거운 물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거리와 빛, 움직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낸다. 그의 작품을 따라가며 익숙한 재료를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작품을 바라보는 몸과 공간이 물성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살펴본다.
철은 차갑고 단단하다. 무겁고 날카로우며, 빛을 받으면 번쩍인다. 철이라는 재료를 떠올릴 때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이처럼 몇 가지의 익숙한 속성이다. 그러나 존 배의 조각 앞에서는 이 관점이어긋나게 된다. 철사가 촘촘하게 이어진 표면은 금속보다 직물에 가깝게 보이고, 단단한 구조물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여겨진다. 멀리서는 가볍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용접
by
김민주 에디터
2026.09.30
리뷰
도서
[Review] 슬픔 옆에 의자를 그려 넣은 사람 -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은 무엇일까. 삶의 회한보다 더 깊은 것은, 일상의 사소한 삶인지도 모르겠다.
살다 보면 이상하게도 별것 없던 날이 더 오래 기억날 때가 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잊었는데 그날 먹었던 음식은 기억나고, 여행의 목적지는 흐릿해졌는데 길에서 보았던 낡은 의자 하나가 머리에 남는다. 정작 기억해야 할 것은 놓치면서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장면이 오래도록 생각날 때가 있다. 마이라 칼만의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을 읽으면
by
최아정 에디터
2026.09.30
리뷰
PRESS
[PRESS] 대상과 함께 호흡하기 - 제18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세 편의 다큐멘터리가 남긴 것은 각각의 답이라기보다 비슷한 종류의 거리감이다. 관객은 화면 속 삶을 보고 있지만 그들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이해하려 하지만 전부 이해할 수는 없다. 카메라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남기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관객은 믿는다. 그리고 느낀다. 한마디의 말조차 꺼내기가 조심스러운 사람들을 대변하고,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천천히 고르고 있는 사람을 보여주고, 우리가 잊어버린 존재들을 카메라에 가득 담아냄으로써 말한다. 어떤 카메라는 요동치며 대상과 함께 호흡한다. 소리치고 뛰고 외면하면서 충실히 그 생동을 담아낸다. 그 성질이 어떻듯 간에 사람을 울리는 다큐멘터리는 모두 비슷한 힘이 있다.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그 힘. 모르는 일이 아니게 되는 수많은 삶과 사실을 직면하게 한다. 관객은 동조자로 끌어들이고 외친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이상하게도 영화에 대한 말을 꺼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 재미있었는지, 잘 만들어졌는지,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극영화라면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질문들이 다큐멘터리 앞에서는 조금씩 어긋난다. 화면에 담긴 것이 이미 누군가의 삶을 그 너머의 삶, 우리가 스크린 밖에서 살고 있는 그 생생함을 너무 쉽게 정리해 버리
by
노현정 에디터
2026.09.29
리뷰
영화
[Review] 스물두 번째 축제 - 서울인디애니페스트 2026 [영화]
두루두루 모인 서울인디애니페스트 2026
국내 유일의 독립 애니메이션 영화제 ‘서울인디애니페스트’가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CGV연남에서 관객과 만났다. 총 6일간 진행되었던 올해의 축제의 슬로건은 ‘두루두루’. 올해로 22회를 맞은 서울인디애니페스트를 기념하기 위해 숫자 22를 ‘둘둘’로, 또 그 단어를 ‘두루두루’로 펼쳐 탄생한 말이다. 여럿이 모여 탄생하는 애니메이션처럼 서로를 감싸 안겠
by
김혜원 에디터
2026.09.28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예지는 자신이 무엇을 찍는지 모르고, 미옥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 가능한 사랑 [영화]
접할 수 없는 세계 간의 사랑, 그 가능과 불가능에 대하여
영화 <가능한 사랑>에는 두 개의 세계가 병존한다. 하나는 해고 노동자 호석과 그의 아내 미옥, 그들의 아들 철이 사는 세계이다. 다른 하나는 이들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찍고자 하는 감독 예지와 그의 남편 상우가 사는 세계다. 영화는 두 세계의 접할 수 없음과 접해지는 순간의 마찰을 통해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 사랑에 대해 말한다. 가능한 만큼의 사랑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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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민 에디터
2026.09.28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파리에서 청주까지, 방혜자의 색 [미술/전시]
한 작가의 그림이 한곳에 머물지 않고 다른 장소와 사람, 재료와 시간을 지나며 계속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보였다. 이런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니 어렸을 때 자주 하고 놀던 글라스 데코가 먼저 떠올랐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흔히 알고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와는 조금 달랐다. 뒷면에 굴곡진 유리를 덧대서 앞에서 봤을 때 질감이 더 살아나 있었다. 빛을 통과시키는 유리인데, 평평한 유리만 생각했던 나에게는 꽤 재미있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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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빈 에디터
2026.09.27
리뷰
도서
[Review] 삶은 계속된다 - 우리가 가진 슬프고 아름다운 것들
마이라 칼만이 멈춘 사물 뒤에 숨겨둔 후회의 이야기
원제 『Still Life with Romorse』. 직역하면 '후회의 정물화'일 테지만, 'Still Life'라는 두 단어를 살며시 떼어본다. 정지된 사물을 그리는 정물화라는 의미 뒤로, '후회와 함께 여전히 이어지는 삶'이라는 문장이 들려온다. 일흔이 넘은 작가 마이라 칼만이 51점의 정물화로 우리에게 건네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어떻게 회한과
by
오금미 에디터
2026.09.27
작품기고
The Artist
[언어가 머무른 자리] 죄를 만들어낸 인간에게 천벌을 내리나니
세상에게 버려진 이들이 세상을 버리는 방법
恨みは朽ちず 祈りも絶えず 人が神を生むというなら 名を消した口 今は名を呼び 鬼と恐れし 我に手を合わす 원한은 썩어 없어지지 아니하고, 기도 또한 끊일 날이 없었더라. 인간이 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내 이름을 세상에서 지워버리던 그 입으로 이제는 도리어 내 이름을 부르고, 귀신이라 여기어 두려워하던 나를 향해 두 손을 모아 빌고, 또 비는구나. ik wav,
by
손가인 에디터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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