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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Opinion] 축축하고 어두운 숲에서 피어난 자비와 욕망 [영화]
미세리코르디아를 늦가을에 봐야하는 이유
* 이 글은 영화 <미세리코르디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 그이 계속 사랑했어?" "네. 지울 수가 없어요." 곰팡이와 욕망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축축하고 어두운 곳이라면 어디든지 돋아난다는 것이다. 햇살 한줌 들어오지 않는 내면의 생각을 따라 깊고 또 깊게 들어가다 보면, 내가 모르던 혹은 잊고있던 다른 나의 모습을 만나곤 한다. 그리고
by
이상아 에디터
2025.10.22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집이 없는 우리가 맡는 냄새 [도서/문학]
시인 봉주연의 신간 『우리는 모두 이불에서 태어난걸요』를 읽고. 집냄새가 나는 것만도 같다.
겨울이 오고 있다. 집 밖으로 나가 찬 바람을 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열린 창밖으로 기운이 밀려오고 있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온다는 간단한 사계절의 수식에도 열등감을 느끼던 가을의 냄새가 옅어지고 서먹한 새해 인사의 냄새가 강해지고 있다. 냄새로 공간을, 순간을, 시간을 인식하는 사람은 꽤 많다. 나란히 걷다가 문득, 겨울 냄
by
정현승 에디터
2025.10.17
리뷰
PRESS
[PRESS] 절망의 끝에서 피어난 음악 -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공연]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실패와 우울의 시간을 지나 다시 자신을 믿게 되는 한 예술가의 이야기로 라흐마니노프와 달 박사가 서로의 결핍 속에서 성장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이 전하는 “당신은 이미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는 시대를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도 위로로 전해진다.
누구에게나 실패의 계절이 있지만 그 시간을 견디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실패와 절망의 시간을 지나 다시 자신을 믿게 되는 한 예술가의 여정을 그린다. 작품의 시작은 라흐마니노프의 첫 교향곡이 혹독한 비평을 받으며 실패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지옥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아무도 이 곡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혹
by
김서영 에디터
2025.10.11
오피니언
영화
[Opinion] 그녀들에게 [영화]
한 시절을 버틴 그녀들에게
흰색 체육복을 입은 소녀(이한서 분)는 노란 플라스틱 박스 안에 신문을 차곡차곡 쌓은 뒤, 능숙하게 박스와 구루마를 단단히 고정하고 밖으로 나간다. 신문 배달을 하던 소녀의 눈은 실종 아동 전단지에 잠시 고정된다. 적당한 날씨 속에서도 땀을 흘리는 여인(이봉련 분)이 착실하게 붙여낸 것이다. 그녀가 붙인 전단지는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타인의 눈에 들어
by
양아현 에디터
2025.10.10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추억 속 친구들, 다시 만난 나의 세계 [문화 전반]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내 선택은 언제나 ‘쥬니어 네이버’였다.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켰다. 내 선택은 언제나 ‘쥬니어 네이버’였다. 주니어 네이버에는 동물농장, 게임엔젤, 게임뭉치 등 놀 거리가 한가득이었다. 동물농장에 들어가서 크라라의 훈장을 따고, 슈게임에서는 라면을 끓이고, 게임뭉치에 접속해 미스터리한 공간에서 아이를 탈출시키고, 자기 전에는 자물쇠 달린 핑크색 비밀 일기장에 하루를 기록하며 마
by
양혜정 에디터
2025.10.05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흰 김에 싸 먹자 [도서/문학]
식물원에서 ‘한강’의 소설을 읽는다.
식물원에서 ‘한강’의 소설을 읽는다. 낯설다. 혹자는 「내 여자의 열매」 같은 단편을 떠올릴 수도 있을 텐데, 아쉽게도 무관하다. 식물원 안 카페 2층에는 드문드문 책장이 있다. 어울리지 않는 저자들이 나란히 서 있다. 카페 주인의 취향이라기보다는 기증받은 구성으로 보인다. 그 일관성 없는 도열이 반갑다. 『흰』도 그곳에 있다. 간혹 이런 곳에선 ‘책’이
by
김동연 에디터
2025.10.05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베란다를 벗어난 다음은 [영화]
가사 노동자의 각성과 해방
엄마(김금순 분)의 하루는 가사 노동으로 시작된다. 남편과 아들의 출근과 등교를 돕는 그녀의 손길은 익숙한 만큼 정확하다. 정성껏 차린 밥상 위로 젓가락을 움직이는 남편의 얼굴은 무신경하고, 걸핏하면 제멋대로 잠기는 문 때문에 베란다에 갇혔다 나온 아들은 엄마에게 제대로 고쳐 놓으라고 타이른다. 마치 베란다 문이 말썽을 부린 이유가 엄마에게 있으며, 이
by
양아현 에디터
2025.10.02
리뷰
도서
[Review] 그래서 나는 또다시 여행을 떠난다. - 오늘도 잘 놀다 갑니다 [도서]
여행 에세이 <오늘도 잘 놀다 갑니다> 리뷰
사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젊을 때 여행을 많이 가봐야 한다고들 하지만 인터넷이 발전하지 않은 과거와는 달리 침대 위에서도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굳이 직접 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게다가 바깥 활동보다 실내 활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비싼 돈을 들여가며 고생해야 한다는 게 그다지 긍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았
by
김예원 에디터
2025.10.01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더 짙은 우리만의 세상으로, GV의 매력 [영화]
영화가 끝나고 난 뒤
태어나 처음으로 영화제에 다녀왔다. 어떤 영화를 볼지보다 중요했던 건 영화제 참석 가능 여부. 노력을 들여 시간을 마련한 후 1박 2일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번 영화제에서 어떤 영화가 유명한지, 어떤 연예인이 출연하는지 등은 하나도 모른 채로 프롤로그를 읽고 끌리는 영화 순으로 티켓팅을 했다. 평소 티켓팅 똥손이라고 불리는 나의 실력과 서
by
이한별 에디터
2025.09.27
오피니언
공연
[Opinion]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 [공연]
꿈을 꾼다는 건 삶에 대한 믿음을 갖는 일
더 이상 당신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나의 삶의 기준이 내가 아닌 타인일 때 평생 채워지지 않을, 밑 빠진 항아리를 붙든 채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아무리 열심히 항아리에 물을 채워 넣어도 결국 물은 아래로 새기 마련이다. 온몸으로 항아리를 막는다고 한들 물을 얻기 위해 일어서는 순간, 항아리는 곧바로 텅 비어 있는 속을 드러낸다. 평생 충족될 수 없는
by
임유진 에디터
2025.09.26
리뷰
도서
[Review] 타인의 발걸음 끝에서 만난 나 - 오늘도 잘 놀다 갑니다 [도서]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간다면, 아마도 우리는 평생 단편적인 나만 알고 지나갈 것이다.
늘 여행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새로운 곳에 가는 건 두려워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여러 장르의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특히 여행 유튜브를 가장 즐겨본다.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여행 영상을 찾아보는 게 일상 속 사소한 낙이랄까. 화면 속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고, 영상을 통해 대리만족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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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희 에디터
2025.09.26
오피니언
음악
[Opinion] 대학가요제 부활 기념, 시대와 청춘을 뒤흔든 명곡들 [음악]
대중 음악씬의 변화를 일으킨 대학가요제
MBC 대학가요제는 1977년 첫 무대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매년 이어지며,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학생 음악 경연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특히 1990년대 이전까지 대학가요제는 신인 음악인을 발굴하는 대표적인 ‘등용문’이었다. 체계적인 데뷔 시스템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던 시절, 젊은 음악인들은 대학가나 작은 클럽 무대에서 활동하며 기회
by
황아영 에디터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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