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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
[Opinion] 사유의 역수입과 물성적 저항: 'ECHO DELAY REVERB'와 멜빈 에드워즈 [미술/전시]
팔레 드 도쿄 《ECHO DELAY REVERB》전시 리뷰
"아무것도 모르면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팔레 드 도쿄의 이번 단체전 《ECHO DELAY REVERB》를 마주한 뒤 든 첫번째 생각이었다. 사전 정보 없이 전시장으로 뛰어든 관객에게 이 전시는 불친절함 그 자체다. 흑인과 퀴어 작가들의 파편화된 목소리가 흩어져 있고, 제목은 음향 용어의 나열일 뿐이다. 하지만 이 답답함은 아마도 기획자가 의도한
by
김예화 에디터
2026.03.24
칼럼/에세이
에세이
[Essay] 육십하고 육십하나
그렇게 이기적인 사랑은 해도 되고, 해야 한다.
엄마, 좋아? 그럼. 좋지. 너무 좋지. 묻지 않아도 알지만 굳이 물어본다. 친구나 연인도 표정만으로 기분을 알아차릴 수 있을 텐데, 하물며 평생을 같이 지낸 엄마 마음을 모를 리가 없다. 엄마는 오늘 행복하다. 그 마음 자꾸만 확인하고 싶은 건 못난 아들의 욕심이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생색을 내볼까 싶어서다. 평소에 호강은커녕 은밀한 걱정만 끼쳐
by
차승환 에디터
2026.03.24
리뷰
PRESS
[PRESS] 소유하기, 인식하기 - 소유하기, 소유되기 [도서]
자본주의 내에서 삶의 가치관과 태도를 재정립해보는것이 가능할까?
[물건] '끝없는 갈망' 몇 달 째 마음을 끄는 가구가 있다. 그것은 바로 검은색 오픈 책장이다. 왜 사려 하느냐 묻는다면 사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월세로 거주하기에 온전한 '내' 집이라 부르긴 어려운 공간의 빈자리에 그 가구를 들여놓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면 되물어보자. 그 가구를 왜 그곳에 배치해야 하는가? 이것 또한 큰 별다른 이유는 없다. 가구를
by
이유빈 에디터
2026.03.24
오피니언
여행
[오피니언] 케냐에서 보고 느낀 것들 [여행]
어느덧 착륙한 지 3개월, 나이로비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정리해 보았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잔뜩 끌어안고 시작했던 한 해, 우리 학교 박물관과 만나 행복했다. 어쩌다 보니 동궐도 도슨트에서 창덕궁 영어 해설까지 진행했었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 즐겁고 보람찼다. 자부심과 나아갈 동력을 안겨준 박물관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고, 또 다른 즐거움이었던 서울에서의 첫 인턴 생활을 했다. 인턴으로
by
박주은 에디터
2026.03.24
리뷰
공연
[Review] 나의 집, 나의 키리에(Kyrie) - 연극 '키리에' [공연]
이 지점에서 작품은 전통적인 구원 서사를 전복한다. 그들에게 구원은 검은 숲에서의 소멸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죽지 못했다. 그들이 죽지 못한 까닭은 서로를 응시하고 돌보다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랑의 방식은 서로의 생을 조금 더 지연시키고, 죽음을 유예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구원을 빈칸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독일의 어느 검은 숲에는 섬뜩하고도 슬픈 전설이 있다. 이 숲을 지난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숲은 사람을 집어 삼키고 그들의 기쁘거나 슬픈 생을 단번에 소멸시켜 버리는 ‘죽음’의 공간으로 통했다. 그래서일까. 저마다의 안식을 찾아 이 숲을 찾은 이들이 있었다. 검은 숲의 근처에는 숲을 닮은 집 한 채가 덩그러니 있다. 어느 천재 건
by
장연우 에디터
2026.03.24
리뷰
공연
[Review] 삶은 엉망이라는 진리 - 삼매경 [공연]
연극을 통해 보는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매경의 뜻 제목을 듣자마자 삼매경이라, 아 어디서 들어봤는데… 곰곰 생각하다가, 어린 시절 게임 광고에서 이 단어를 들었던 게 떠올랐다. 머리 쓰는 게임이기도 했고, 뭔가 어감상으로도 그래서인가 똑똑한 말인 것 같았다. 그래서 찾아보니, 네이버 사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1. (불교) 잡념을 떠나서 오직 하나의 대상에
by
안태준 에디터
2026.03.23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사라져 버린 시간의 간극을 메우는 '센티멘탈 밸류' [영화]
집의 기억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영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어로 ‘센티멘탈 밸류’는 말 그대로 할머니의 커피잔처럼 본인에게는 세상을 의미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중요치 않아 보이는 것이다. 특히 영어 제목은 콜 포터의 곡 같은 멜랑콜리한 스탠더드 재즈의 느낌도 나는 것 같다. 무언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느낌이 들면 좋겠다. 시간, 부모와 화해할 가능성, 영화감독
by
한소현 에디터
2026.03.23
리뷰
PRESS
[PRESS] 외계인이 들으면 예술인은 살려주지 않을까? - 한지호 피아노 리사이틀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공연]
외계인도 멈춰 서게 하는 밤 - 한지호 피아노 리사이틀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저녁 7시 세상엔 바흐의 골드베르크를 들어본 사람이 있고, 안 들어본 사람도 있다. 또한 그 곡이 어떤 의의가 있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친근하게 구는 사람도 있고, 친구를 따라 클래식 공연에 왔다가 어쩌다 아리아부터 마지막까지 전곡을 한 번에 듣게 되는 사람도 있다. 3월 21일, 8시 공연 한 시간 전. 언니와 나는 예술의전당 근방에 위치한 식당에서 식
by
장유진 에디터
2026.03.22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녹나무에 저를 맡겨두었습니다 [도서/문학]
한 사람의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
‘소원을 비는’ 행위는 인간 역사 중 가장 오래되고 본질적인 기원이다. 풍년이 들게 해달라고, 비가 오게 해달라고, 나와 주변을 안전하게 해주고, 사냥에 성공하게 해달라고,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갖가지 방법을 활용해 원하는 것들을 빌어왔다. 이 막연한 욕망의 행위는 뗀석기로 동굴 벽에 잡고 싶은 사냥감 그림을 죽죽 그리던 시절, 혹은 어쩌면 그 이전까지
by
김혜원 에디터
2026.03.22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미몽과 다이 마이 러브, ‘자기만의 방’을 향한 100년의 갈망 [영화]
90년의 시차를 넘어 가부장적 징벌권에 맞서 스스로의 생(生)을 정지시킨 두 여성, 애순과 그레이스의 주체적 탈주의 기록
최근 수업에서 조선 식민지 시대 영화들을 다루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드라마나 영화는 흔히 접해왔지만, 당대 조선인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진 영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내게 생소하게 다가왔다. 사실 90년 전의 식민지 조선 영화를 자발적으로 찾아볼 이유는 그리 많지 않았고, 영화사를 배울 때조차 한국의 고전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시도를 적극
by
서지민 에디터
2026.03.22
리뷰
공연
[Review] 진실을 말할 수 없던 이들의 이야기 - 연극 '내가 살던 그 집엔' [공연]
극단 적의 고전 다시쓰기의 연장선인 연극 ‘내가 살던 그 집엔’은 ‘오셀로’에서 진실을 말할 힘을 얻지 못했던 데스데모나의 입장에서 다시 쓰인 듯 보인다. 작품에 등장하는 총 4명의 여성은 시대상의 이유로 인해, 자신의 출신으로 인해, 여성이라는 이유로 말의 힘을 얻지 못한 이들이다. 힘이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원작 플롯 속 촘촘했던 플롯에 담기지 못한다. 대신 비선형적이고 분해된 플롯 속에서 이들의 이야기는 재구성된다.
셰익스피어의 4대 희극 중 하나인 ‘오셀로’에서 남자 주인공 오셀로는 이아고의 흉계에 넘어가 자신의 죄 없는 아내 데스데모나를 불신하게 된다. 데스데모나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나 오셀로는 그 말을 믿지 않았고, 결국 아내를 살해하는 데 이른다. 나중에서야 오셀로는 데스데모나가 진실을 말했음을 깨닫고 크게 후회한다. 극단 적의 고전 다시쓰기의 연장선인 연극
by
노미란 에디터
2026.03.22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아둔함을 위하여 - 2026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공연]
무너지는 것들을 사랑하게 되는 순간 - 2026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 관람 에세이
들어가며 내가 바라는 얼굴은 늘 총명의 물 위에 떠 있기를 원하지만, 매일같이 마주하는 것은 아둔한 모양새의 메마른 주름살뿐이다. 그 익숙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으면서도, 어째선지 멀찍이 내던지고 싶어진다. 나는 그걸 알면서도, 번번이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 그런 마음은 말 하나에서도 드러난다. 처음 말러 교향곡 6번의 제목이 ‘비극적’이라는 것을 알게
by
장유진 에디터
202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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