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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포스’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타고난 의사였다. 그는 살인 충동을 억누르며 자신을 연구했다. 댄포스는 타인을 살해하는 행동을 저지르지 않게 스스로를 살해한다. 자살한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댄포스가 옳았다’고 외친다. 여기서 관점을 바꿔보자. 댄포스는 자신을 살해하며 살인 본능을 완벽하게 충족했으며, ‘연쇄살인을 막았다’는 고결한 명분까지 챙겼다. 이래도 댄포스가 ‘옳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2026년 6월 18일,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장진 작·연출 신작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 프레스콜이 열렸다. 6월 12일에 개막한 작품은 연극 <불란서 금고>에 이어 장진이 2026년 두 번째로 무대에 올린 신작이다. <댄포스가 옳았다>는 프로파일러이자 교수인 ‘조너스 보튼’과 전직 펜싱 국가대표이자 연쇄살인범 M의 용의자 ‘존 조우’가 일곱 번의 만남으로 서로의 심리를 파고드는 정통 심리 2인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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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콜에선 조너스 보튼과 존 조우의 다섯 번째 만남까지를 시연했으며, 장진 연출과 다섯 배우(박건형·강승호·고상호·김한결·이현우)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최영준을 제외하고, 박건형과 고상호·강승호와 김한결·강승호와 이현우가 페어를 이뤄 본공연 못지않게 몰입하며 장면들을 연기했다.


장진 연출은 <댄포스가 옳았다> 작품 집필 의도로 어릴 때 동네 친구와 나눈 대화를 인터뷰에 실으며 이목을 끌었다. 부자가 되고 싶어 했던 친구에게, ‘높은 현상금이 걸린 흉악범이 된 후, 너에게 잡히겠다’라고 말했다던 장진은 “<댄포스가 옳았다>는 오래전에 썼던 이야기다”라고 작품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쉽지 않은 연극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감사를 표한 장진은, “친구와의 대화는 아주 어릴 때 일이다. 작품을 쓸 때 한 대사, 한 장면 혹은 누군가의 긴 이야기가 시작점이 될 때가 있는데 이 작품은 어릴 적 유치한 대화가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작품 배경을 미국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선 “줄거리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부분이 있다 보니 배경이 미국인 것이 심정적으로 편했고, 작품도 잘 써졌다”고 답했다.


이에 조너스 보튼을 연기한 박건형은 “(장진) 연출님은 배경이 미국이라 집필이 편했겠지만 저희(배우들)는 지명을 외우느라 힘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정교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며 미안해하는 장진에게 박건형은 “아니다. 다 외웠다”는 답으로 배우들과 기자석에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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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은 “8~9년 전 희곡으로 쓰던 <댄포스가 옳았다>를 영화 시나리오로 바꿔보기도 했다”며 “그럼에도 연극으로 마무리했는데 첫 버전은 5인극이었다”라고 작품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수사관·조너스 보튼 양아버지이자 노교수·존 조우를 제보한 제보자까지 세 명이 더 있었는데 작년에 2인극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5인극에서 2인극으로 바뀌며 3인의 대사가 다 저(조너스 보튼)한테 왔다”는 농담으로 말문을 연 박건형은, “많은 대사량의 공포뿐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탐험하는 일이 쉽진 않았다”고 밝혔다. 조너스 보튼을 연기한 강승호 또한 “대사가 많아 연습 전 절반 정도는 숙지하고 들어왔다”며 박건형의 고충에 공감했고, “(장진) 연출님의 디테일한 지시를 이행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배우로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소회를 밝혔다.


존 조우를 연기한 고상호는 “연쇄살인범을 연기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다”며 “전직 펜싱 선수이자 췌장암 환자란 것에 초점을 더 맞췄다. 따라서 연쇄살인범을 표현한다기보단 조너스 보튼이란 프로파일러에게 존 조우가 어떻게 보여야 할지를 더 연구했다”고 말했다.


같은 역할의 김한결은 “(장진) 연출님이 대본 안에 90% 이상의 캐릭터가 이미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며 “그래서 캐릭터를 만들어내려 애쓰기보다, 글의 의미를 마음속에 넣으려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현우 또한 “연쇄살인범의 전형적 이미지보단 존이란 인물에 파고들며,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말들을 하는지 연구했다”며 “무대에서 펼쳐질 과정들이 설레기도, 재밌기도 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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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은 코미디적 요소가 몰입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냐는 질문에, “심리극에서 살짝만 삐끗해도 코미디적인 상황은 금세 만들어진다”며 “작품 흐름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우들이나 스텝들도 통제하며 (코믹 연기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여러 책·사례를 찾아보면서도 상상을 많이 했다”며 “뚜렷한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은 없다”고 밝혔다.


작품 매력을 묻는 말에 강승호는 “연기를 해오며 극작가와 연출이 같은 작품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다”라며 “그래서 든든한 마음으로 준비했고, 공연도 관객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갈지 큰 기대가 된다”고 답했다.


박건형은 “작품의 작·연출을 도맡은 장진과의 작업이 마냥 편하지는 않다”며 “이처럼 모든 걸 다 아는 분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편하진 않지만, 두 달 동안 연기하는 고통과 행복을 마음껏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관객은 그냥 편안하게 작품을 봤으면 좋겠다. 전형적인 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범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편견을 버리고 온다면 더욱 재밌을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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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장진 연출님의 희곡으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며 특별한 인연을 밝힌 고상호는 “두 인물의 갈등이 마지막까지 극한으로 치닫는 점이 매력적이라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불란서 금고>에 이어 연이어 장진과 작업하는 김한결은 “(장진) 연출님은 요령을 못 피운다”며 “그래서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배우로서 고여있지 않고 성장하는 기분을 충분히 느껴서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현우는 평소 대중에게 알려진 것과 정 반대 캐릭터를 택했는데, 작품을 왜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대본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정도로 재밌었기 때문에 꼭 해보고 싶었다”며 “우리 작품은 스토리를 따라가든, 캐릭터를 따라가든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이 ‘내가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만 본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삶을 살 때 갖는 선입견을 깨는 작품이다”라며 작품 감상 포인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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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형과 이현우의 말대로 <댄포스가 옳았다>는 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범이 나오는 심리스릴러 작품이라기엔 편견을 깨는 요소가 많았다. 프로파일러 조너스 보튼은 연쇄살인범 M 용의자 존 조우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들을 준비하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말도, 표정도 없던 첫인상과 달리 존 조우는 때론 광기를 드러내고, 실없는 농담도 하고, 조너스 보튼과 깊은 대화도 나누며 가까워졌다. 프레스콜에서 시연하지 않은 여섯 번째·일곱 번째 만남에서 드러날 반전과 진실,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치열한 대화 속에서 관객은 2026년 여름 ‘심리극의 정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댄포스의 선택을 옳았다 할 수 있을까. 정답은 8월 30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댄포스가 옳았다> 무대인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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