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장을 다녀오며 베이징을 짧게 관광하고 돌아왔다. 어쩌다 보니 남이 이끌어주는 대로 따라다닌 첫 패키지st 해외여행이라 후기를 남겨보려고 한다.
1. 시내관광: 천안문 - 자금성 - 이화원

우선 천안문 광장은 최소 하루 전에 사전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인구 밀집도에 따라 개인/단체 관광 줄을 나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내가 갔을 때는 가이드를 낀 단체 손님은 줄을 따로 서게 하려다가 모든 관광객을 한데 모아두었다. 직원끼리도 말이 갈리던데 기본적으로 관광객이 많아서 예약 후 대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다른 관광지도 마찬가지지만 라이터 소지 금지, 지워지지 않는 마커펜도 안 되며, 다수를 상대로 전단 같은 것도 나누지 못한다. 짐 검사를 할 때 가방 안 내용물을 살펴보고 이상한 게 있으면 꺼내서 검사한다. 나의 경우 접이식 부채를 꺼내 보았으며 명함을 다량으로 가져온 비즈니스 맨이 본인 명함이라고 설명하는 모습을 보았다.
주변에 국회의사당, 국가박물관, 마오쩌둥 기념관이 있어서 정치와 문화의 랜드마크 느낌이다. 매일 국기를 게양하는 것과 매년 마오쩌둥 초상화를 새로 건다고 하는데 대다수의 관광객에게는 포토스팟 정도의 기능을 하는 듯 했다.

지하도로 걸어가면 바로 자금성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가장 큰 규모의 궁궐로, 입장하기 전에 가이드가 '저 멀리 나무들이 보일 때까지 우리는 계속 걷게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사실 문 몇 번 지나면 금방일 줄 알았는데 과장을 섞어 방이 9999개인 궁궐은 규모가 남달랐다.
명청시기 500년 역사의 현장답게 가이드는 수도 없는 이야기를 설명해 주었으나 기억에 남은 건 서태후와 아편전쟁이다. 해가 뜨는 동쪽이 더 높은 지위이기 때문에 정실인 동태후, 후궁 출신인 서태후라고 했다. 청나라 후궁 제도는 황후-황귀비-귀비-기타 그 외인데 서태후는 궁녀에서 귀비로 신분 상승을 이루었다.

황제의 집무 공간이었던 태화전은 거대한 자금성 안에서도 압도적인 규모를 선보인다. 태화전 앞 공간은 거의 광장이라고 할 정도의 넓은 부지였다. 하지만 이 주변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거대한 항아리였다.

목조 건물인 태화전에 불이 났을 때 신속히 불씨를 제압하기 위해 있었던 도금된 청동 항아리. 아편전쟁 당시 자금성까지 진출한 연합군이 항아리를 칠하고 있던 금까지 싹싹 긁어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겨울에는 물이 얼기 때문에 물을 녹일 아궁이 위에 항아리를 두었는데 현재는 아편전쟁의 상처를 담고 있었다.

입구에서 태화전까지 걸어온 만큼 더 걸어가면 드디어 푸른 어화원이 나온다. 황제의 휴식을 위한 공간인 만큼 앞에서 볼 수 없었던 나무와 인공산이 등장한다. 말이 후원이고 정원이지 따지고 보면 별장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 규모라 이곳만 둘러봐도 시간이 꽤 소요될 것 같았다.

앞서 이야기한 서태후의 이화원. 별궁이니만큼 비교적 소박하다고 했는데 배산임수의 풍수지리를 인공 산과 인공 호수로 만들었고 그 인공 호수의 둘레는 8km란다. 한강을 보고 자란 한국인이라서 남의 나라 호수나 강에 감흥이 없었는데 권력자가 바다처럼 만든 인공 호수는 다른 영역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긴 회랑도 이화원의 장랑이라고 한다. 양옆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반복되는 게 아니라 전부 다르다고 했다. 사치에는 한계가 없다는 게 느껴졌다.
과거의 사치와 향락이 후대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서태후는 희대의 악녀, 나라를 말아먹은 황후 등 역사의 이름을 남기고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으니 다양한 의미에서 대단한 삶이었다 할 수 있겠다.
2. 베이징 북부: 만리장성 팔달령 - 용경협
후에 업무로 만난 분이 "만리장성 볼 건 없는데 안 갈 수는 없죠"라고 했다. 정확한 표현이다.
갔던 곳은 팔달령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관광객용 코스다. 때에 따라 밀집도가 달라지는데 도착했을 때는 만리장성 쪽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어서 다른 곳에서 내려 셔틀을 타고 이동했다. 사람이 워낙 많아 오픈런 하듯 일찍 간다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가이드가 자유시간을 주면서 말하길 저쪽으로 갔다가 돌아오셔라, 아래쪽으로 가시면 이제 비싼 돈 주고 택시 타고 내려오셔야 한다.
굉장히 가파른데 저기를 가야하는 게 맞는지 다소 혼란스러웠다. 이른 아침부터 하체 운동이 따로 없었는데 올라가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내려오는 것도 만만치 않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는데 손잡이 잡고 내려가는 위치에만 바닥이 유난히 파여있었다.

이어서 먼 길을 달려 용경협에 도착했다. 댐을 막아 만든 인공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협곡을 구경한다. 댐 아래쪽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용 비늘 모양으로 창문을 냈지만 물가라 얼룩으로 밖이 보이지 않는 게 아쉬웠다.

유람선은 대략 40분 코스로, 모두가 핸드폰을 들고 촬영하기 때문에 시야가 중요하다면 좌우 상관없이 사이드쪽에 앉는 게 좋다. 해가 강하므로 자외선 차단제와 선글라스 혹은 모자가 있는 게 좋은데 모자가 날릴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계림에 비교하면 협소하다지만 '수도 인근 협곡'이라고 생각하면 제법 괜찮은 관광지였다. 관광파 중에서 자연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용경협이 마음에 들 법하다.
이 외에도 고북수진-사마대장경 코스도 있고, 왕푸징 야시장 등 시내 관광도 하는데 일정 관계상 이 정도로 관강이 마무리되었다. 베이징이 큰 도시에다 관광지가 많은데 여기저기 떨어져 있어서 이동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패키지나 일일투어를 이용하는 듯했다.
3. 그 외
1) 입국심사 - 담당자와 소통할 수 있으면 질문이 길어진다. 나는 영어로 간단히 방문 목적, 동행인, 체류 기간만 물었는데 중국어 할 줄 아는 직원은 꽤 붙잡혀있었다. 중국어도 영어도 잘 못 하면 거의 하이패스라 할 수 있었다.
2) 결제 방법 -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만 있으면 된다. 현금은커녕 카드기기가 없는 곳도 꽤 많았다. 면세점에서는 카드를 받으니 삼성페이로도 결제할 수 있어서 사실상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되는 셈이었다. 현금을 안 쓰니 비상용 실물 카드 하나만 있으면 될 것 같았다.
3) 날씨 - 여름엔 한국보다 덥고 겨울엔 한국보다 춥다고 한다. 그렇다, 5월에 이미 30도를 넘은 것이었다. 서울도 이상 고온 현상을 보였지만 그보다 이르게 여름을 경험하고 왔다. 관광지 대부분 그늘이 없어서 자외선 차단제와 모자 혹은 선글라스가 필요하다.
4) 화장실 - 중국 여행에서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부분일 텐데 베이징 기준으로는 아직도 화변기의 비중이 높다. 중국인의 좌변기 비선호로 인해 좌변기 이용객은 해외 관광객에 한정된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다행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