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일까. 봄이 이토록 소중해진 게. 일교차로 조금은 고생하고 있을지 몰라도, 봄과 여름 사이. 설명 못할 이 계절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 계절의 여왕, 5월이 다가와서 그런지 주변에서 좋은 소식만 가득하다. 일방적으로 아끼는 가수의 결혼도 내 일처럼 기쁘다. 일 년에 한 달뿐인 이 달에 우리는 무얼해야 이 계절을 오래토록 붙잡고 있을 수 있을까.
녹음이 짙은 자리를 지나갈 때 이유모를 서늘함으로 외롭지 않도록, 품고 다닐 것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중략)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그 첫 번째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된 피천득 수필집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이다. 기존의 수필집 <인연>을 바탕으로 자식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들을 새롭게 더했다고 한다. 제목은 <인연>에 등장하는 한 구절이며 그간 비춰지지 않았던 그의 문학이 지닌 사랑의 또 다른 층위를 드러냈다.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는 왜인지 도장 깨기 해야 할 리스트 중에 하나라고 여겨지는데 신간인 데다가 제목, 표지가 내 마음을 이끌었다. 아무 정보 없이 골랐지만, 그의 미학적 어휘에 한 번 더 반하고 남다른 사랑의 깊이를 배우게 되었다. 그는 그의 삶에 주어진 모든 것들을 아꼈던 것 같다. 그 중 젊음을 예찬하는 문장들이 우리의 나이를 지우고, 가장 어린 감정의 순간으로 돌려놓는다. 사랑을 대하는 품위 있는 태도가 그의 삶을 모두 증명한다.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란다.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

가수 오존이 결혼을 했다. 그의 음악을 듣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짧은 시간이 무색하게 플레이리스트를 금세 그의 노래로 채워졌다.
오존은 덤덤한 보이스로 깊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 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왜인지 이 계절엔 자꾸만 푸르른 것을 보고 싶어진다. 아름다운 것을 온전히 바라보는 황홀함은 역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채우는 것이 제격이겠다.
따사롭고 권태로운 이탈리아의 하루하루. 화면 너머로 천천히 스며드는 여름의 열기. 햇빛은 모든 것을 조금 더 느리게 만들고 그 느림 속에서 감정은 오히려 선명해진다. 말로 꺼내지 못한 마음들은 공기 속에 머물고 시선은 자꾸만 길어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하루가 실은 가장 많은 것을 지나고 있다는 듯이.
복숭아의 단내와 물기 어린 피부,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사랑은 설명되지 않은 채로 그저 잔상으로만 남는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이 계절, 5월을 충분히 느끼고 아름다운 것만 바라보며 즐거이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