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

본 글은

<렌트>와 <물랑루즈>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연말 연초, 각 제작사에서 흥미로운 뮤지컬들이 쏟아지는 시기이다.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마침 2월 22일, 오늘 막을 내리는 두 뮤지컬 <렌트>와 <물랑루즈>를 소개하고자 한다.

 

 

 

La Vie Boheme!


 

렌트(화질수정3).jpg

 

 

11월이 되면 <렌트>를 감상하곤 한다.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생일쿠폰을 이용해 쏠쏠한 할인을 안고 관람하는 <렌트>는 2년에 한 번 찾아오는 생일선물이 되었다. 이미 여러 번 관람했지만 볼 때마다 설레는 작품이다.

 

<렌트>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초연을 올린 2000년 이후로 25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원작으로 하며 1996년 미국에서 초연된 조나단 라슨의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1990년대 말 뉴욕의 슬럼가를 배경으로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렌트>의 배경은 제작자 조나단 라슨의 삶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데, 그 역시 뉴욕의 슬럼가에 거주하며 몇 년 간 뮤지컬 제작을 준비했다. <렌트> 속 등장인물들의 죽음은 라슨과 라슨의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그는 안타깝게도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의 개막을 하루 앞둔 채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렌트> 속 미미는 죽음의 위기 속에서 기적적으로 눈을 뜨지만, 정작 라슨은 개막을 보지 못하는 비운의 결말을 맞이했다.

 

 

 

No Day But Today



렌트(화질수정).jpg

 

 

극은 넘버 'Rent'로 시작된다. 마크와 로저는 집세를 낼 돈이 없어 전기가 끊기고, 먹을 것도 변변치 않다. 가진 거라곤 카메라와 기타 하나 뿐이다. 한때는 친구였으나 결혼으로 출세한 후 건물주가 된 베니의 자본주의적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다. 배째라 그래!

 

하루살이처럼 오늘만을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다큐멘터리와 음악을 향한 열정은 식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로저 앞에 훅 꺼진 불씨처럼 갑작스럽게 미미가 나타난다.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는 미미는 로저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로저는 정말 우연찮게도 죽은 전 애인을 닮은 미미를 거절한다. 그에게는 아직 잃어버림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다. 넘버 'Another Day'에서 미미와 무대 위 인물들은로저와 관객들을 향해 '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 뿐.' 이라고 외친다.

 

로저 뿐만 아니라 렌트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먼 미래를 바라보지 않는 인물들이다. 그들에게는 긴 시간이 없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은 시한부로 죽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닿지 않는 아득한 곳에 존재하는 미래가 아닌, 그저 오늘 하루의 생계와 내 눈앞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다. 마약과 질병, 가난을 짊어진 그들의 삶은 그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달빛을 위장한 조명이 그들을 비추고, 그들에게는 사랑이라는 희망이 있다. 오직 사랑만으로 살아갈 이유를 얻는다. 넘버 'Seasons of Love'에서, 가만히 있기에도 아쉬운 시간을 사랑으로 채우라고 노래하며 사랑할 용기를 준다.

 



Your Song



물랑2.jpg

  

 

일주일 전, <물랑루즈>를 관람했다. 전설적인 두 뮤지컬 배우 홍광호와 정선아를 같은 극에서 러브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다니! '뮤덕'이라면 거절할 수 없는 절호의 찬스일테다.

 

<물랑루즈>는 공연장의 모든 공간을 붉게 물들인다. 관객석 오른쪽에 위치한 거대하고 푸른 코끼리 모형부터 반대편의 반짝반짝하고 붉은 풍차까지. 공연 시작 전부터 눈이 즐겁다. 객석에서는 셔터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게다가 본 공연 시작 전 약 15분 가량 프리쇼를 진행한다. 앙상블 배우들의 화려한 옷차림과 매혹적인 연기는 몰입도를 상승시키며, 마치 나 자신이 정말 파리의 클럽 물랑루즈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물랑루즈>는 2001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오리지널 넘버가 아닌 팝송을 넘버로 사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로 흔히 들어본 유명 팝송들이 믹스되어 넘버로 사용된다. 클럽 '물랑루즈'의 최고의 다이아몬드 스타 '사틴'과 사랑에 대한 곡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파리로 건너 온 무명의 작곡가 '크리스티안'이 우연히 물랑루즈에서 마주치며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내용이다.

 

 

 

Come What May


 

물랑 1.jpg


 

진실, 아름다움, 자유, 그리고...

사랑으로 영원을 꿈꾸게 하는 세계

'물랑루즈!'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틴과 크리스티안의 만남은 거짓으로 시작된다. 사틴은 가난한 무명 작곡가 크리스티안을 클럽의 중요한 인물이자 부와 권력의 상징 몬로스 공작으로 착각하고, 그렇게 사틴의 분장실에서 오해의 만남이 시작된다.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탐내는 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공작이다. 그는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물랑루즈가 제정적으로 휘청거리는 틈을 타 클럽의 주요 인물인 사틴을 속박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공작이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끝까지 당신을 사랑할 것이라고 맹세한다. 순진하고 열정적인 크리스티안과 달리 보다 많은 걸 겪어온 사틴은 현실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하지만 결국 사랑을 택하고 성치 않은 몸으로 공연을 지속하다 죽음을 맞이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슬픈 끝맺음을 냈지만, 비로소 권력과 자본에 굴하지 않는 낭만에 가까운 선택을 보여준다.  이건, 그들의 파멸적이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마치며


 

<렌트>의 인물들과 <물랑루즈>의 크리스티안과 사틴, 그들은 '사랑'을 배웠고 기꺼이 '사랑'을 위해 살아갔다. 그들은 내일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현실에 굴복하지 않았다. 보장된 미래가 아닌 오늘의 낭만을 선택한, 진정으로 '사랑할 용기'를 가진 단단한 자들이었다.

 

끊임없는 경쟁과 불안을 겪는 현 세대에서의 삶도 이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이 두 작품 속 가난한 보헤미안들의 사랑 이야기와 뜨거운 발자취를, 먼 미래가 두려워 웅크리고 있는 2026년의 청춘들에게 바친다.

 

삶은 언제나 굴곡으로 이루어져 있기 마련이다. 시련과 기쁨이 동반하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당신의 1년, 52만 5600분의 귀한 시간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가? 그 시간이 두려움이 아닌 온전한 사랑과 용기로 채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