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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일을 엄청나게 잘하는 쪽은 아니다.

    

아직 연차가 낮은 탓일까 일을 할 때마다 새롭고 모르는 게, 생겨나고 이를 정리해 나가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묻는 것이고 부족한 만큼 더 일찍 일을 시작하거나 조금 늦게까지 붙잡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감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뜻이 아닌 종종 남들보다 늦게 퇴근하는 쪽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다시 들여다보고 공부하며 배우려 애쓴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이 모든 과정을 늘 어렵게 느껴왔다는 점이다. 항상 막막함이라는 감정을 이겨내야 했다.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지만 그 답을 찾기도 전에 눈앞의 일을 해내는 게 더 급했다. 일을 '잘하는 법'을 고민할 여유 없이 일을 '해내는 것'에 집중해 왔던 셈이다.


그런 나에게 도서 『일을 위한 디자인』은 일을 대하는 태도부터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은 일을 잘하는 방법을 기술이나 요령에서 찾기보다 먼저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그 본질을 이해하는 일이 결국 일을 잘하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 책을 읽고자 한 계기는 단순했다. 표지에 담긴 '디자인'과 'AI'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디자인을 해본 경험이 있고 실제 업무에서도 AI를 활용해 본 적이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나는 이 책이 디자인을 잘하는 법이나 AI를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알려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건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결과물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일의 흐름과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에 가깝다는 점이었다.


디자인이 정보를 시각적으로 정리하듯 이 책은 일을 어떻게 나누고 이해하며 구조화할 것인지를 하나의 설계 과정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림이 거의 없는 디자인 책이라는 점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이란 눈에 보이는 형태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을 정리하고 다듬는 일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AI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인상 깊었다. 저자는 AI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혀줄 수는 있지만 그 깊이를 결정하는 건 결국 인간이라고 말한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일은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질문하고 어떤 방향으로 일을 설계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의 기준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빠르고 능숙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일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 과정을 스스로 설계해 나가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일을 위한 디자인』은 당장 일을 잘하게 해주는 마법 같은 책은 아니다. 대신 일을 대하는 시선을 바꾸고 일을 할 때 오는 막막함이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일을 하며 자주 헤매는 사람, 왜 이렇게 일이 어려운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분명 하나의 기준점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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