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꼭 읽어보고 싶은 리스트에 올라 있던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국내 유일,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카네기 마스터인 홍헌영은 이 책에서 기존 『인간관계론』이 오해되고 왜곡되어 온 지점을 바로잡고, 카네기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를 보다 명확히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힌다.
비즈니스 관계나 리더십에 초점을 둔 책이라는 짐작과 달리 의외로 내가 평소 지향해 온 가치관과 닮은 구석이 많았다. 사업가가 아니더라도 하루 8시간 이상을 조직 안에서 보내는 우리에게, 그리고 사소한 갈등과 오해가 매일같이 SNS에 소비되는 지금 이 시점에 이 책은 꽤 명료한 지침서처럼 느껴졌다. 카네기는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본 걸까.
카네기가 인간을 바라보는 기본 전제는 '신뢰'와 '긍정적인 시선'이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 상대에게 가닿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관계론』 속 화술은 미사여구나 사탕발림과는 거리가 멀다. 유한한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결국에는 윈-윈에 도달하기 위한 실천적 태도에 가깝다.
카네기는 인간관계의 기본 원칙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비난하지 않기, 진심으로 칭찬하기 그리고 상대의 욕구에 귀 기울이기. 이후에 등장하는 수많은 조언과 사례들은 이 세 가지 전제를 다양한 상황에 적용한 변주처럼 읽힌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과연 이런 수준의 신뢰를 현실에서 쌓아갈 수 있을까. 그의 대화법이 아무리 정통하다 해도, 의심스러운 상대를 마주했을 때도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기고 지는 문제라면 내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인가? 이 상황은 나에게 어떤 기회가 될 수 있는가?"] (p.98)
카네기의 해답은 '존중'이다.
그는 인간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않는다. 누구나 훼손받고 싶지 않은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 지점을 건드려 진심으로 인정해줄 때 긍정적 영향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책을 덮고 나니 인간관계의 본질은 결국 자존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네기는 인간을 결코 도구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의 모든 메시지에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자존감이 전제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역시 줄일 수 있다.
'관계'라는 단어를 본질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책이었다. 그동안 나는 관계를 나와 타인 사이의 잡음이나 반복되는 오해의 문제로만 바로보지 않았나 싶다.
이 책으로 순식간에 달변가는 될 수 없겠지만, 담백하고 효과적인 대화는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