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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익히 들어왔지만, 정작 펼쳐본 적은 없었다. 여러 번 장바구니에 넣었다 빼기를 반복하기 일쑤였지만, 다시 인간관계를 헤매게 될 즈음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으로 그 첫발을 뗀다. 관계에 대해 오래 고민해 온 한 사람으로서 한 번을 읽어봐야 한다는 다짐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은 기존의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 한국 유일의 ‘카네기 마스터’ 홍헌영의 해설이 더해져 탄생했다. 기존의 원칙은 기준이나 예시의 적용에 있어 독자로 하여금 의문을 품게 하는 지점들이 있었다. 널리 읽힌 만큼이나 오해를 많이 받았던 책이 ‘인간관계론’이었다. 이번 에디션은 ‘번역’이 아닌 ‘복원’에 가깝다. 본래 인간관계론의 목적, 활용, 핵심을 현시대 한국의 정서와 가장 가깝게 복구한다. 20세기 초, 각광받던 카네기 수업의 현대식 재해석은 분명 의의가 있다.

 

 

 

왜 ‘NEW’인가


 

인간관계론이 수십 년 동안 번역되어 읽혀왔음에도 불구하고, 원서의 핵심에 부분적인 오해가 생긴 여러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가 ‘문화적 할인’이다.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은 특정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콘텐츠가 다른 문화권으로 넘어갈 때 가치와 이해도가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커뮤니케이션학에서 주로 다뤄지는 개념으로, 시청각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이 현상은 책에서도 나타난다. 번역이라는 과정에서 문화적 맥락이 온전히 반영되기 어렵다. 시청각적 이미지가 보조하는 영화와 달리, 책은 오로지 글에 기대야 하므로 오해가 더 불거지곤 한다.

 

그러므로 한국의 카네기 마스터가 해석한 인간관계론을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데일 카네기 NEW 인간관계론’은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개념을 넘어 문화를 번역하고 맥락을 재배치한다. 홍헌영 저자는 원칙이 생산된 교육 맥락, 공감을 많이 얻은 예시, 실천 팁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관계론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오랜 독자에게도 ‘NEW’가 된다.

 

 

 

이타주의자로 사는 게 이득인 이유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만 꼽는다면 바로 이타심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이타심이 단순히 덕목이나 도덕이 아니라 전략이 된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책에서는 이 욕구를 명확하게 짚어낸다.

 

 

인간관계에서 누군가를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당신이 그 사람의 편이 되어야 한다. - p.118

 

일에서 만족과 불만족을 가르는 것은 바로 ‘내가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얻었는가, 아닌가에 있다. - p.85

 

 

이타주의자는 남에게 유리한 존재가 아니다. 상대의 욕구를 기민하게 읽고, 그것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관계에서 ‘중요한 존재’로 대우받는 감정은 곧 신뢰와 협력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이타주의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를 배려함으로써 성취하게 된다.

 

 

 

카네기는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았을지라도


 

책은 현실을 단정 짓지 않는다. 인간관계는 언제나 예외로 가득하고, 실제 삶에는 원칙이 통하지 않는 상황도 존재한다. 저자 또한 이 점을 분명히 밝힌다.

 


물론 책에서 다루는 인간관계 원칙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분명 현실 세계에서는 예외가 있다.

 

p.9

 

 

이런 사람들과 얽힐 때 인간관계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나’다.

 

 

데일카네기트레이닝은 카네기의 가르침을 오늘날의 리더십 이론과 스킬로 재정립하여 전세계 각계각층 리더들을 훈련하고 있다. 리더십 프로그램의 대표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기여한 세상을 지지한다. People support a world they help create.” 작은 부분이라도 내가 힘을 보탰다면, 그 일에는 자연스럽게 자부심과 애정이 생긴다.

 

p.147

 

 

이 원칙은 누군가에게 삶의 효능감을 선사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돌보고, 진심으로 대함으로써 삶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느끼게 한다. 다소 험난하고 품이 많이 드는 이 과정을 견디는 사람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얼마 전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묻는 질문을 들었을 때,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좋아도, 싫어도, 인간은 관계 속에 존재한다. 완전히 혼자로만 사는 삶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인간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에 가깝다. 관계는 때로 소모적이고, 감정적으로 부담되며, 기쁨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 삶은 타인과 얽히며 굴러간다.

 

카네기는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았을지라도, 인간관계가 작동하는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생각하면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반드시 완독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이라면 거듭 다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바쁜 삶 속에서 어제의 다짐은 기억나지 않을지라도 오늘의 감상은 남는다. 이러한 정성에서 관계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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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증을 고치기 위해서 날을 정해 물건을 버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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