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작가의 도서 <그림 읽는 밤>은 제목처럼 그림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림을 읽는 경험으로 이끈다.
이 책은 그림을 보고 해석하며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림 앞에서 잠시 멈춰 서고 쉽게 말로 옮기지 못하는 그림 속의 감정들을 읽는다.
<그림 읽는 밤>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미술사적인 지식이나 분석을 요하지도, 앞세우지도 않는다. 대신 책을 읽는 내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의 상태에 있다. 그림을 보는 우리의 기분, 감정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미술관에서 가끔 느꼈던 ‘이 그림을 보고 무엇을 느껴야 하지?’, ‘이 그림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걸까?’라는 강박적인 질문보다 ‘왜 이 그림 앞에서 이런 기분이 들었을까?’와 같은 질문이 남는다.
결국 그림을 읽는 나에게로 귀결되는 질문이 남는 것이다.
밤이라는 시간이 주는 특별함
이 책은 낮이 아닌 밤을 선택하고 있다. 책 제목이 이끄는 대로, 나 역시 이 책을 한밤중에 무드 등만 켜둔 채 침대 위에서 펼쳐보았다.
‘새벽 감성’이라는 표현이 있듯 밤이 되면 어딘가 판단력도 느슨해지고, 감각이 예민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낮 내내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들이 밤이 되면 조금 풀리고 정리가 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밝은 곳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 쉽게 지나쳤던 것들이 밤에는 조용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소영 작가의 문장 또한 밤과 같은 느낌을 준다. 급하게 결론으로 몰아붙이지 않고 한 문장 한 문장 사이에 여유와 여백을 준다. 덕분에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시간 동안 그림이 주는 감상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나를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그림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는 책의 목차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1장 | 읽고, 놀고, 사랑하라 : 일상의 발견
2장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법
3장 | 예술과 예술가, 그들이 건네는 말
그림 속에 녹아든 일상 속 감정들, 또는 우리가 쉽게 꺼내지 못하는 감정들에 대해 섬세하게 다가가고 있기에 우리 또한 우리를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다.
이 책은 미술을 더 잘 알고 싶거나 공부하고 싶은 사람보다는, 그림을 어렵게 생각했던 사람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림을 굳이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기에 잠시 페이지를 멈추고, 그림 속 노트 칸에 자유롭게 무언가를 적어 보면 좋을 것 같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에 <그림 읽는 밤>은 그림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