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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모르고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나는 한때 웬만큼 유명한 작법서들을 거의 독파하듯 읽어댔다. 특히 새내기 시절이 좋은 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한 시기였다. 여러 작법서를 탐독했지만, 그 안에서 별다른 재미 요소를 찾진 못했다.

 

대부분이 재미를 잃은 대신 효율을 택했다. 건조한 글짓기 관련 서적이라 함은 ‘보통 단문을 써라’, ‘접속사를 생략하라’ 등과 같은 조언만이 가득한 글을 말한다. 이는 직접적인 도움은 되나 그 도움을 적용할 틈도 없이 지루한 마음에 책장을 덮어버리게끔 만든다. 실제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닿지 못한 채 책을 덮는 독자가 수두룩하다. 물론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구체적인 사례가 없으면 책은 금세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보통의 작법서들과는 결을 달리한다. 우리가 흔히 작법서를 떠올렸을 때 연상 가능한 단호하면서도 숨 막히는 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문단에서는 저자의 흔히 ‘현실 말투’라 불리는 것이 느껴져서 놀라기도 했다. 분명 정제된 문장이었지만 어딘가 친숙했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저자가 이 책의 독자들과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음이 잘 느껴졌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저자와 끊임없이 가까워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타인에게 나의 글을 보여준다는 건 마치 시험대에 나를 올려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한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다. 살면서 말실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테니. 상대방에게 의도하지 않은 말실수를 저질렀을 경우 진심으로 사과하면 열에 아홉은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글의 경우라면 어떤가. 글은 기본적으로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에 글로 한 번 더 걸러내는 과정을 거친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글’은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쓰이는 가벼운 댓글과 같은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 믿는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글에 쓰인 내용이 저자의 견해, 사상, 가치관의 전부라 쉽게 오해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글은 말에 비해 함부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단하며 또 그렇게 믿기 때문이다. 매거진에서 발행된 글이나 출간된 책은 특히 더 그렇다. 심지어 이런 경우 고도로 발달한 SNS 생태계 속에 박제되어 일파만파 퍼지기 일쑤다.


나 역시 이러한 생각을 지니고 있었고 이 생각 탓에 한때 글 쓰는 게 두려웠다. 과거에 남긴 글 중에서 혹여라도 비문이거나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있을까 봐 걱정했다. 어디 그뿐인가. 비문이거나 맞춤법을 틀리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재미없고 무용한 글’로 남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 타인에게 완벽한 글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으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었다. 가끔은 틈 하나 없이 가득 메워진 글보다 오히려 숨구멍 같은 빈틈을 품은 글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인간미 넘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

 

나에게 새로운 글쓰기 인식을 심어준 이 책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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