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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로봇 ‘아이리스’는 수많은 윤리적 파장을 남긴다. 인간과 로봇, 사랑과 조작, 자유와 프로그램된 충성. 로맨스처럼 시작되지만 곧 감정적 착취가 드러나는 <컴패니언>의 서사는, AI와 인간이 나눌 수 있는 감정이 진짜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보다는 오히려 인간은 왜 감정까지 복제하고 소비하려 하는가에 가까워 보인다.


극 중 아이리스는 남성 조쉬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감정은 고도로 세팅된 기억과 설정값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이리스의 정체가 모호한 극 초반에서 관객은 혼란스러워진다. 둘 사이의 관계와 감정이 진짜인지, 아닌지보다 더 앞서 드는 의문은 바로 저 여성이 사랑받고 있는 존재인가라는 것. 조쉬는 아이리스를 사랑하는 척하며, 실제로는 그저 ‘기능’을 소비하고 있다. 섹스 로봇이라는 상품성 뒤에 숨겨진 여성의 이미지, 여성성, 그리고 인간성까지 복제하여 가두고 착취하려는 인간의 이기적인 면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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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기억, 연기된 사랑, 진짜가 된 저항


 

기억을 인위적으로 세팅하는 ‘러브 링크’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기억, 어딘가에서 처음 만난 장면은 몽글몽글한 로맨스 영화처럼 따뜻하고 아름답다. 설레고 조심스럽고 한눈에 빠져드는 감정이 한 눈에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다. 극 중 모든 로봇은 자신이 로봇임을 모르게 만들어진다. 아이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가 느끼는 사랑은 조작된 값이며, 그녀가 기억하는 기쁨과 애정은 누군가가 만든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 그녀는 일련의 과정에 의해 그 설정값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설정된 길 위에서 이탈하고, 스스로 질문을 품으며, 자신의 설정값을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이야말로 영화가 말하는 진짜 ‘해방’의 시작이다. 조쉬는 로봇을 사람처럼 대하지 않는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명령을 내리고, 친구들 앞에선 소유물처럼 과시한다. 그의 “아이리스, 이제 그만 자.”라는 대사는 이 관계가 얼마나 일방적인 소비였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반면 아이리스는 연기된 감정을 넘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이 관계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아이리스의 저항은 명확하다. 인간이 되려는 욕망이 아니라, 인간과는 다른 존재로서도 존중받고자 하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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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컴패니언>은 어쩌면 고전적인 SF 설정을 바탕으로 하지만, 흥미로운 질문은 ‘로봇이 인간성을 갖게 되었을 때, 인간은 무엇으로 남는가’라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인간은 결함과 결핍, 자기중심적 욕망을 가진 불완전한 존재로 그려진다. 유일하게 완성된 것은 오히려 로봇이다. 세팅값에 충실하고, 감정적 혼란 없이 주어진 명령을 수행한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달랐다. 그녀가 달라진 것 또한 인간의 자기중심적 욕망 때문이다. 그녀는 프로그래밍된 삶에 저항하고, 상황에 반응하며, 윤리적 판단에 가까운 결정을 내린다. 심장이 없고, 살갗 밑에 합금과 푸른 용액이 흐른다고 해도, 아이리스가 느끼는 고통과 혼란은 실재로 보인다.

 

그렇다면, 인간성을 판별하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인간이 점점 비인간적이 되어가는 시대에, 오히려 가장 인간적인 질문을 로봇이 던진다는 것에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피지컬 AI는 점점 인간을 닮아가지만, 정작 인간은 그 AI를 존중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을 소비하고, 통제하고, 감정을 흉내 내도록 명령한다. 이 영화는 결국 ‘인간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해체한다. 그것이 누군가의 존엄과 자유를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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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기에 더 닮아 있는 존재


 

‘컴패니언’이라는 단어는 한국어로 ‘동반자, 반려자’를 뜻한다. 컴패니언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누군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감정을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관계이다. 진짜 인간다움은 나와 다른 것, 설령 그것이 인간이 아니라 할 지라도, 그 존재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이리스는 인간이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사랑하고, 신뢰하고, 절망하고, 상처받는다. 그리고 우리는 묻는다. 뼈와 피가 아니라, 인간성과 공감이 진짜 기준이라면, 그녀는 우리의 컴패니언이 아니었을까? 이 영화는 결국 AI에 대한 영화라기보다,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인간이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는 시대에, 가장 인간적인 존재로 남는 것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기묘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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