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핀처 감독은 정말 재밌게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러닝타임도 길고 내용도 결코 가볍지 않은데 절대 루즈하지 않고 시종일관 집중하게 만든다. 특유의 리듬감이 무척 좋은 감독이라 생각한다.
특히 이 작품에서 그런 그의 특기가 확실히 드러난 것 같다. 엄청난 양의 대사가 나오는데 그걸 속사포 랩하듯 내뱉는 배우의 연기, 그 연기를 리듬감있게 전달하는 편집이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창립하는 과정을 그린 내용인데, 거의 실화를 기반으로 다루고 있고 그 내용 자체도 극적인 면이 많아서 무척 재밌지만, 그런 재밌는 실화를 몇 배는 재밌게 만든 것 같다.
극을 메인으로 이끌어나가는 아이젠버그, 가필드, 팀버레이크 모두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영화가 크게 세 축의 법정 싸움을 중간중간 삽입하면서 그 사건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는데 매우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 더 긴장감있고 리듬감있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액자식 구조, 다중 플롯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서로 논쟁을 벌이는 장면 속에서 미리 이 사람들 간의 불화가 생길 것이다라는 걸 대놓고 보여준 뒤, 서로 같이 힘을 합쳐 페이스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같은 걸 보여주니까, 저렇게 서로 친했는데 ‘어쩌다가?’와 같은 질문이 계속 따라붙게 해서, 더 긴장감있고 기대하면서 보게 만든다.
어떻게보면 영화에서 처음에 극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맛보기로 보여주고 그 뒤, 처음부터 사건을 전개해나가는 방식을 매 순간 잘개잘개 쪼개서 비슷한 효과를 유발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영화 또한 굉장히 명석한 방식을 사용한 것 같은데 주커버그가 처음에 여자친구와 싸우고 헤어진뒤, 어떻게보면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 더 악착같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페이스북도 만들고 한 것처럼 계속 보여주는데, 마지막에 그 치열한 논쟁이 끝나고 주커버그 혼자 남아서 그녀의 페이스북을 보면서 약간의 미련이 남은 듯, 혹은 복수가 통했다 생각하는지 뿌듯해하는 듯, 그런 오묘한 표정의 아이젠버그를 계속 잡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흔히 수미상관 구조, 그리고 그 수미상관 구조가 가장 빛을 발하는 건 별거아닌 이유, 별거 아닌 장면이 그 중간에 너무도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사건과 내용을 지나치게 되면 별거 아니었던 요소가 크게 다가오는 것 같을 때, 오프닝과 엔딩의 만남이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여자 하나 때문에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이 말이 안되지만, 그런 말이 안되는 이유가 정말 진실처럼 느껴지게 하는 그런 연출이 참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도 들고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어처구니 없으면서도 굉장히 통렬한 느낌을 자아낸 것 같다.
거기다 장면이 고조될 때마다, 음악이 굉장히 조여오는데 음악 또한 크게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각본, 음악, 편집이 가장 눈에 들어오고 그 밖에 모든 요소도 어디하나 흠잡기 힘들정도로 뛰어났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