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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무엇인가. 출판사 ‘문학동네’가 시인선 200호를 편찬하며 던진 질문이다.

 

시집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에는 쉰 명의 시인 저마다의 개성적인 사유가 담겨있다. 모든 독자에게 모든 의견이 닿을 순 없을 테지만, 그 시도(試圖/詩道)는 주목할 만하다. 감히 이 시집을 한국 시문학의 현주소라 칭할 수 있다면, 그 지번은 새삼 다양하다.

 

시란 무엇인가. 정답은 없다지만, 답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시단의 선봉에 선 사람들의 의견을 외면하긴 어렵다. 문학동네시인선 기획위원 신형철이 서문에서 언급하듯,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은 이미 시인이 되어서가 아니라 매번 시인이 되기 위해서이라’는 말을 구태여 믿어 본다면 말이다.

 


시란 무엇인가.

 

고영민_시는 시의 선택이다.

김연덕_시란 머물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집을 짓는 것이다.

김이듬_시는 이상적으로 망가진 세계.

류휘석_바짝 깎은 손톱.

박철_시란 기필코 스쳐지나가는 시간이다.

신이인_비명과 정적.

이선욱_무엇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번역하고 있다는 뜻이자, 그것이 결국 오역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럴듯한 말로 써내려가는 일이다.

한정원_마음의 결절, 언어의 골절.

 

 

시란 무엇인가. 그 누구도 동일한 답안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취사선택하면 된다. 그럼에도 그들 의견이 못마땅하다면, 우리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지면은 응축된 소회라고나 할까.

 

시란 무엇인가. 시는 시이다. 결국 이 당위를 어떻게 늘려놓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시란 무엇인가. 시는 나보다 높을 수 있다. 우리는 어떤 시를 보고서 ‘이게 시인가!’ 하며 감복한다. 이해하려는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분명 시이지만(혹은 시라고 느끼지만), 어떤 해설로도 납득되지 않는다. 그저 그 분위기에 압도될 뿐이다. 온전히 ‘이상’으로 존재하는 ‘시’에는 도저히 가닿을 수도, 그럴 생각도 없다. 멀찍이 지켜보는 걸로 족하다.

 

시란 무엇인가. 시는 나보다 낮을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시를 보고서 ‘이게 시인가?’ 하며 의아할 수 있다. 기존에 알고 있던 형식과 다를 수 있고, 내용이 형편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시가 아닐 수 있다.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말이다.

 

시란 무엇인가. 시는 어쩌다 나와 같을 수도 있다. 시가 좋다는 것은 하얀 거짓말이다. 우리는 모든 시를 사랑할 수 없다. 모래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자신의 주파수에 맞는 시 하나를 찾으려 발버둥 칠뿐이다. 그 과정에서 뜨거운 모래를 파다 데이고, 바늘에 베이는 것을 감내하면서 말이다. 하물며 자신에게 정확한 시가 있을지라도, 그 주인의 다른 시와는 또 어긋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대상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없는 것처럼.

 

시란 무엇인가. 시는 ‘음’이다. 시의 본적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음에 가닿을 수밖에 없다. 어떤 흥얼거림과 읊조림은 자연으로 돌아갔고, 어떤 읊조림과 흥얼거림은 시로 남았다.

 

시란 무엇인가. 시는 나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나보다 낮을 수도 있고 어쩌다 나와 같을 수도 있는 음이다.

 

시란 무엇인가. ‘시’와 ‘라(나)’는 같은 음을 낼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동시에 가능하다. 마음은 시보다 얼마간 낮거나 높은 채 다가온다. 그렇게 공명한다.

 

시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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