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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에 신춘문예 등단 작가들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 작가, 겨울 무대‘ 낭독공연의 시즌이 되었다. 좋아하는 배우와 극단이 참여하기도 하고, 이번 신춘문예에 특히 흥미롭게 읽은 작가가 많았기에 낭독공연의 현장에 찾아갔다. 그렇게 <참외가 데굴데굴 굴러가면>과 <꿈 잠 몸>, <663GP 폐기물 배출 현황 점검 결과 보고(안)> 세 작품을 관람하였고, 이 글을 적는 중에 세 작품 모두 무대화 작품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 작품 모두 좋게 관람한 만큼, 이후 어떻게 발전되어 관객과 만나게 될 지 기대하며 그를 적어본다. 글의 순서는 관람 일자대로 하였다.

 

 

 

1. <참외가 데굴데굴 굴러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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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가 데굴데굴 굴러가면>의 플롯은 오랜 시간, 몇 세대에 걸쳐 존재했던 참외밭,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 갔던 여러 시대의 사람들과 땅 밑의 개미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몇 세대가 겹쳐진 이야기인 만큼 이야기 구조가 복잡하다. 서로 다른 시간과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참외밭,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를 중심으로 묶인다.

 

작가 인터뷰를 보면 이 희곡은 사람들의 염원에 관한 이야길 한다. 염원은 지금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일이다. 참외밭의 존재들은 잃어버린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매일 무언가가 사라지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도 하며, 혹은 곧 길을 떠나려는 이를 붙잡기도 한다. 각자 다른 상실 앞에 서 있는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을 딛고 살아가려 한다.

 

이들의 염원이, 상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사내는 이 모든 일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며, 참외밭도 가족도 앗아간 홍수는 매해 여름마다 찾아온다. 상실을 극복할 수 없다 하더라도, 대신 이들은 끊임없이 행동한다. 언제까지고 돌탑을 쌓아올리며, 참외밭이 다시는 물에 잠기지 않도록 꿋꿋이 돌담을 쌓는다. 떠난 이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지만 대신 그 자리에 달달한 참외가 열린다. 그 참외가 누군가의 소중한 추억이 되고, 계속 딛고 살아갈 땅이 된다.

 

세 세대와 여러 존재의 이야기가 겹쳐 만들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다만 구조가 복잡한 만큼 각 인물들을 더욱 긴밀하게 엮어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염원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은 느낄 수 있었으나, 염원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명확하게 모이지는 않는 느낌이었다. 각 인물에 대한 서사, 그리고 사내가 등장해야만 하는 이유가 보강된다면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2. <꿈 잠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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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잠 몸>의 주인공 나나는 과거 친족 성폭력의 피해자였으며, 그 영향으로 현실과 꿈 사이에 서 있다. 정확히는 나나가 서 있는 현실이 끊임없이 꿈에 잡아먹힌다. 점점 나나는 사라지지 않는 뼈가 되어가며, 나나가 엄마 문주와 함께 있던 집은 이끼로 뒤덮여간다.

 

한편으로 꿈은 과거 나나가 겪었던 현실을 바탕으로 존재한다. 나나의 뼈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뼈박사는 어릴 적 봤던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이고, 그 외에도 기억 속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 나나의 곁을 맴돈다.

 

나나가 제대로 현실에 서 있을 수 없게 된 이유는 친족 성폭력이다. 친족 성폭력은 가족 사이에서 오랫동안 심리적인 지배나 정서적 연결이 생기는 경우가 많기에 한참 후에야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객과의 대화에서도 간단하게 언급되었듯,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거의 절반 이상의 피해자가 공소시효인 10년 이후에야 신고한다고 한다.

 

스스로의 상처에 대해 발화하는 일을 멈춘 이에게는 과거의 꿈이 찾아온다. 자신이 겪었던 일이 사실이 맞는지, 왜곡된 것은 아닌지 반추하는 일은 현실과 꿈의 뒤섞임으로 이어진다. 나나가 꿈에서 깨어나 다시 발화를 시작할 때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말하기 시작하는 나나의 행동은, 이윽고 관객에게 같은 빈 종이를 건네줌으로써 발화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연결된다.

 

작가의 등단작 <횡단보도에 끝이 있긴 한가요?>와 같이 다양한 몽환적인 이미지의 사용이 재미있는 희곡이었다. 작가가 뼈라는 소재를 대하는 태도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관객이 상상해볼 여지가 많은 이미지들이 이어지는 희곡이라 인상깊게 보았다. 본 공연에서는 마지막 관객에게 직접 자신의 말을 할 수 있도록 종이를 넘겨주는 메시지가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된다.

 

 


3. <663GP 폐기물 배출 현황 점검 결과 보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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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GP 폐기물 배출 현황 점검 결과 보고(안)>의 이야기는 663GP라는 제한된 공간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은폐를 다룬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이미지는 짬동산이라는 GP주변에 쓰레기를 모아두는 공간이다. 원칙 상 복잡한 절차를 거쳐 폐기해야 하는 쓰레기이지만, 공동체의 편의라는 명목으로 단순하게 처리하려 하다 보니 짬동산이 생겼다. 명백한 부정이지만 집단을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짬동산은 아주 오랫동안 감춰져왔다. 그 오랜 시간동안 모인 쓰레기의 악취를 견뎌내며 쓰레기를 버리고 와야 하는 이는 군대에서 가장 낮은 계급의 이등병이다.

 

동시에 GP 내에는 위계폭력이 선명히 존재한다. 상부가 가한 폭력은 하부까지 흘러 내려오며 마지막에는 당연하게 이등병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 된다. 동시에 앞서 언급한 절차의 축소가 만연한 환경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등병의 잘못은 모두의 연대책임이 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부조리 앞에서 이등병은 억지로 고장난 탐지기를 들고 행군하다 사고를 당한다.

 

집단의 원활한 운영이라는 핑계로 행해지는 폭력은 결국 이등병의 죽음 결과를 불러온다. 그리고 그 죽음은 당장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짬동산이 감춰졌던 것과 같이 권력구조 아래 은폐된다.

 

이야기 구조 자체는 잘 만들어져 있었지만, 짬동산이라는 주요 소재, 그리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유령이 이등병과 군인들의 서사와 끈끈하게 얽혀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이 부분은 본 공연이 올라가며 개선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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