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공부 계획을 작성할 때 한 마디씩 적어둘 문장을 정리하고 그에 대해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공부 계획을 짤 때면 응원하는 문구나 나를 자극하는 문장 한 두개 정도씩을 항상 적어두는 편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생긴 습관인데 그렇게 하면 그날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습관이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계획을 세워 작성할 때면 책상 한켠에 둔 수첩을 가져와 한 번 흩어본다. 그날 자극이 되는 문장이 있을 때까지. 어느 날은 한 번의 흩어봄에 발견하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보다가 힘들게 고르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빈번하게 사용하는 문구도 있었고 몇 번 사용하지 않은 문구도 있긴 하다. 하지만 별로 사용하지 못한 그 문장은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자극이 되는 문구가 되어 빈번하게 사용된 적도 많기에 여러 문장들을 모아 둔다.
그렇게 모아두는 데다가 처음에는 이 수첩에, 그 다음에는 다른 곳에... 그렇게 크게 공부할 때마다 이걸 모으고 잇고 작성하는 편이어선지 어느 날 자극 문구들을 적어둔 수첩만 여러 개가 쌓여 있는 걸 발견했다. 그게 얼마 전이었고, 이번에 한 번 싹 정리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리고 정리하기 전에 어떤 문장이 있는지 읽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 엄마와 성공과 실패,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도전과 실패의 반복
어떤 일이던 시작을 하고 도전을 해서 성공을 하거나 실패를 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실패를 훌훌 잘 털고 일어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실패라는 늪에 묻혀 어느 순간 포기를 하거나 좌절을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나는 그 중 훌훌 털어내고 일어나는 사람이다. 너의 '장점'을 설명해보라는 말에 언제나 높은 회복탄력성을 갖추고 있다고 적을 정도로 나는 실패에 크게 매이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 글인 서간문의 형식을 빌려 실패에 대한 나의 생각을 풀어볼까 한다. 내가 살아가며 꼭 가지고 가야겠다는 명언이 세 개 있는데, 하나는 인간관계 관련이고 두 개가 삶 관련이다. 바로 "두려움은 반응이지만 용기는 결정이다."라는 문장과 "달을 향해 쏴라. 빗나가도 별이 될 테니."라는 문장이다. 둘 모두 실패와 도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내 생각과 같아서 인상깊었던 것도 있고 모두 내가 살아가는 데 지지해주는 문장인 것 같다고 생각하여 계속 품고 가는 명언들이다.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딪히면 아프다는 생각이 들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행복한 감정을 느끼듯이 두려움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 용기를 내어 한 발자국 걸어가느냐 아니면 머뭇거리다 주저앉거나 돌아서버리느냐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용기고 도전일 것이다.
그리고 실패는 결국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이 실패들이 나에게는 또 다른 도전의 바탕이 될 것이라는 생각.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다른 일에서라도 말이다. 심지어 지금까지 해본 어떤 영역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실패라면 그냥 이렇게 생각한다. '뭐, 죽기 전에 언젠가 한 번은 도움이 되겠지.'
실제로 생각지 못하게 몸이나 생각이 반응한 적이 몇 번 있다. 과거에 배울 때는 이렇게 활용할 거라 예상치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렇게도 활용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꽤 많다.
그 중, 내가 가장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면서 학습한 넘어지는 자세이다. 인라인은 유치원 때 처음 배우기 시작했는데, 한동안은 실내에서 모든 보호대를 다 찬 후 매트 위로 계속해서 넘어져 보며 자세가 몸에 익도록 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정말 몇주간은 넘어지는 방법만 익혔을 정도로 철저히 익숙해지게 하셨다. 이후 공원에서도 타보고 도로에서도 타보는 등(통제된 도로) 다양한 공간에서 타보며 기법도 익히고 실력도 늘렸었다. 이후에 성장하여 혼자 인라인을 탈 때에도 이 방법대로 넘어져 보호대로만 쓸려 다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 넘어지는 방법의 진가를 본 것은 내가 중학생 때와 고등학생 때였다. 중학생 땐, 약간의 턱이 하나 있는 길을 뛰어오르다가 신발 앞 코가 걸려 앞으로 넘어졌다. 급하게 뛰어가고 있던 중이라 넘어지는 걸 막고 할만한 정신이 없었는데 공중에 떴다가 땅에 떨어지고 보니 인라인에서 배운 넘어지는 자세로 넘여졌던 것이 아닌가! 일상이었으니 당연히 보호대도 차지 않고 있었는데 그렇게 넘어지니 다친 부위가 하나도 없었다. 굳이 말해보자면 땅에 부딪히면서 아픈 무릎과 손바닥이랄까.
고등학생 때에는 학교 계단에서 구른 적이 있었다. 심하게 구른 것은 아니지만 반층 정도의 높이를 굴렀는데 몇 번 뛴 다음 반 층 아래의 복도에 팔과 다리로 충격을 완화하면서 한바퀴 굴렀다. 이때도 부딪혀서 욱신거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다치지 않았었다.
그 다음으로 생각나는 것은 테니스의 스플릿 스텝이다. 이건 사실 몸으로 익힌 것은 아니었고 어디 책에서 읽었던 기법이었다. 당시에는 이런 기법이 있구나- 정도로 읽고 넘어갔고, 신기하면서도 이렇게 한다면 날아오는 공에 반응하는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만 했었다. 그런데 이후 킨볼 경기를 하거나 배구, 테니스(이때는 실제로 테니스를 배움), 펜싱과 같은 운동을 배울 때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 이후에 배운 위와 같은 운동들 뿐만 아니라 해당 기법을 책에서 읽기 전에 배웠던 운동들도 다시 해보니 새삼 속도가 조금 빨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두 가지의 경우를 보면 그 순간에 내가 실패를 통해 학습하거나 간단하게 알고 넘어갔던 것이 이후의 나의 일상에 다방면으로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의 경우들은 실패로부터 배웠다고 말하기에는 좀 틀렸지만 그래도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과 시간에 도움이 된 것은 맞다.
그러므로 내가 실패를 한 것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만 받아들이기보다는 어쩌면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훨씬 더 실패를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더없이 진실이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뭐, 당연히 내 성장 배경의 영향 또한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아니 어쩌면 그 환경이 나의 이런 생각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어릴 적부터 다양한 것을 배워왔고 그 과정에서 빈번한 실패를 경험했으며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응원을 들었었다. 나이가 어렸던 만큼 더 빠르게 다시 도전해 볼 수 있었던 것 같고, 그런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하는 걸 무서워하지 않는 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렸을 때이니 이런 태도가 자리잡기 더 쉬웠을 테지만 난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해도 그리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실패했을 때 다시 용기를 내고 도전하려 노력한다면 다들 그런 태도를 갖출 수 있으리라고 본다.
실패를 겪었던, 겪고 있는, 겪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실 실패는 우리 삶에 그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 개인 상황에 따라서 그 실패가 다가오는 체감 부피가 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실패 하나로 죽을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멸망하는 것도 아니지 않던가? (너무 간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사소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달 전쯤, 서일페에서 '먼지가 되어'라는 책을 접했다. 나의 걱정이 사실 우주에서는 먼지보다 작은 게 될 수 있다고.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또한 실패한 그 당시에는 커 보이는 실패와 좌절이 몇 주, 몇 달 후에 보면 그렇게까지 문제는 아니었던 적도 다들 여러 번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말하겠다. '실패'에 매몰되어 실망하고 좌절만 하기보다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그 실패가 오히려 내 삶에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미래의 나의 길을 밝혀주는 촛불이나 손전등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또 실패하거나 도전하기 두려워지고 용기내기 어려운 순간, 딱 20초만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 누가 알까. 그 20초가 내 인생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실패에서 벗어나 성공으로 출발하는 첫걸음이 되어줄지.
*
마지막으로 에디슨의 유명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겠다. 전구를 발명하기 전, 에디슨이 1만 번의 실패를 한 이후 한 기자가 에디슨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렇게 수없이 실패하고서도 왜 포기하지 않느냐고. 에디슨은 이렇게 답했다. 그건 실패를 한 게 아니라 전구가 켜지지 않는 1만 번의 경우를 발견한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