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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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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특히나 떠오르고 있는 K-POP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가 가진 특징을 작품 하나에 담은 눈 결정체 같다. 한국인이라면 반가운 순대국밥, 김밥, 라면 등 음식과 함께 전통을 시각화한 호랑이와 까치도 정겹다. 더 나아가 음악으로 혼문을 지키는 헌터스가 계승됐다는 것이 설정이다. 과거부터 현대까지. 사람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고 정체성을 지켜온 장면들이 영화에서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의 고유한 정서를 담아낸 것이 인상적이다.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농경 사회에서부터 시작된 한국 사회는 공동체 생활을 중시했었다. 서로 돕고 의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情)'이 형성됐는데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유대감, 조상 숭배 사상이 강조됐다. 또 한국 전쟁 같은 크고 작은 사건들로 공동체 의식이 더욱 확고해지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따듯한 에너지를 중심으로 의지해온 힘이 여태껏 사회를 통합해 오며 차별적인 전통 무기로 돋보이게 됐다. 헌트릭스 빛나는 무기, 음악으로 혼문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서로를 공감하다 : Free


 

 

 

헌트릭스가 사자보이즈를 무찌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사자보이즈 멤버 ‘진우’가 악령의 힘을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헌트릭스 '루미'와 함께 주요 인물로 그려진다. 400년 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진우는 귀마와 음악 재능을 거래해 문양을 얻었다. 악령이 되어 팬들의 혼을 빼앗아 혼문을 부수려고 한다. 두 사람에겐 몸에 문양이 새겨져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루미 또한 악령 아버지를 두었기에 태어날 때부터 문양을 지녔다. 악령을 상대해야 하는 그녀에게는 늘 문양이 치부였다. 그래서인지 멤버들과 목욕탕 가기까지 꺼리며 자꾸 어디론가 숨고 싶어 하는 장면처럼, 자기 모습을 가리고 부정하기에 급급했다.

 

우연한 계기로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 두 사람은 음악과 함께 공감하며 손을 맞잡는다. 이 ‘연대’는 헌트릭스의 팬 사인회 현장에서도 루미가 실현한다. 예상치 못한 불청객 사자보이즈가 등장하자 루미는 선뜻 함께 사인회를 진행하자고 제안한다. 팀이 나눠지면 현장에 모인 팬들도 흩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사자보이즈를 끌어내리기 위한 곡을 발표하기로 계획했으나 결국 노래를 부르지 않는 장면도 인상 깊다. 곡에 담긴 증오와 분할, 멸시의 메시지는 루미가 진심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닌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 대신 루미는 화합과 연대의 힘을 노래하며 새로운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 그 자체로 그려진 것 같았다.

 

 

 

이상을 향해 연대하다 : Your Idol


 

 

 

‘연대’가 주는 에너지의 파장은 실로 대단하다. 그걸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영화의 소재로 사용된 공연장이다. 현실의 다양한 K-POP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도 공연장에서 무대를 한다. 보통 이런 아이돌 가수를 중심으로 팬들이 응원하고자 주변에 모이게 된다. 영화에서는 그렇게 모인 팬들의 가슴 쪽에 하트가 보이는데, 음악과 퍼포먼스를 느낄 때 뛰는 모습을 그대로 고증한 점이 눈에 띈다. 두 그룹의 대립 구도는 다소 뻔하다면 뻔한 설정이다. 그럼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두 팀이 팬과 연대, 소통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극 중 사자보이즈는 팬들이 모여 만들어낸 영혼과 에너지를 흡수하고 빼앗아 더더욱 뜨거운 그들만의 열기를 만들어낸다. 가사에서도 ‘욕망을 내가 채워줄게’ ‘내게 욕망을 주면, 자유를 줄게’ ‘상처를 입으면 노래를 들어’ ‘내 품으로 도망쳐봐’라며 매혹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노랫말로 팬들을 압도하고 마음을 빼앗아 가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팬들은 영혼 없는 눈동자와 공허한 발걸음으로 목적 없이 그 뒤를 따른다. 미라와 조이 또한 욕망을 빼앗겨 이들에게 이끌려가고 헌트릭스는 위기를 맞는다.

 

이렇게 "일방향적인 관계"를 추구했던 사자보이즈와는 달리, 헌트릭스는 "쌍방향적인 관계"를 추구한다. 그들이 악령을 무찌르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 또한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치유와 결속, 러브 마이 셀프! : What It Sounds like


 

 

 

그 중심에는 루미의 진심 어린 노래가 있었다. 팬들에게 받은 에너지를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로 돌려주는데 더이상 몸의 문양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무대에 선다. 그 당당함과 아름다움이 진실되게 모두의 마음을 울린 걸까. 미라와 조이도 루미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 시작하며 마침내 무대 위 세 사람은 서로를 힘껏 끌어안는다. 그러자 허울뿐이었던 팬들의 심장은 다시 파랗게 뛴다. 기적처럼 후렴구에서 ‘떼창’소리가 들리는 것도 바로 그런 에너지에서 비롯됐다.

   

‘What It Sounds Like’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루미였으나 그 뒤에 지원군 멤버들의 힘까지 합해 갈등을 치유한다. 이에 팬들과 이룬 결속력이 아카펠라처럼 더해져 악령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음악과 가수, 팬들이 완전한 집약체로 떠오르는 것만 같다. 이 단단함은 실제로 대한민국의 K-POP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문화 현상의 모습과 무척 닮아있다.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빛의 파장으로 번져 공연장을 물들이고 헌트릭스와 팬들처럼 우리를 공격하는 세상의 모든 악령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되는 것이다. 진우가 루미에게 '영혼을 찾아줘서 고맙다'고 말한 것처럼 서로에게 영혼을 교환하며 무한히 동력할 수 있게 한다. 이 순간은 단순한 아이돌 그 너머의 세계를 만나는 것처럼 무척이나 벅차오른다.

 

우리의 정체성, 정(情)은 결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랑의 형태를 뜻한다. 영화에서는 그 현상을 케이팝에 빗대어 그룹 헌트릭스에 담아냈다. 적어도 이 영화를 관람한 직후에서는 그 안에 담긴 문화가 곧 ‘포옹’과 아주 유사함을 알게 될 것이다. 흩어진 마음이 모이면, 무기가 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그 자체가 바로 ‘문화’임을, ‘음악’으로 증명하고 있다. 신현림 시인의 ‘7초간의 포옹’을 빌려 안아보자. 그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사람의 몸은 참 따뜻해

7초간 포옹했을 뿐인데

비 그친 후의 태양처럼 향기롭지

 

사람끼리 닿으면 참 많은 것을 낫게 해

상처가 낫고 슬픔이 가라앉고

외로운 눈동자가 달콤한 이슬비에 젖지

 

닿고 싶어, 낫고 싶어

당신과의

가슴 뭉클한

 

7초간 포옹

 

신현림, 『7초간의 포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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