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나를 설명하는 말 중 '내향형 관종'만큼 좋은 표현은 없다. 내향적인 성격이지만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 관심은 부담스럽지만, 무관심은 더 서운한 사람. 그게 바로 나다. 스스로도 참 복잡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무대를 갈망하면서도 막상 판이 깔리면 어색해하고 주춤거린다. 그러면서도 늘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크기변환][포맷변환]KakaoTalk_20250721_222443346.jpg

 

 

 

유년 시절


 

초등학교 때부터 그랬다. 수업 시간에 스스로 손을 들어 발표하긴 어려웠지만, 선생님이 나를 지목해 주기를 은근히 바랐다. 그래서 눈을 반짝이며 수업에 몰입하곤 했다. 중학교 때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학교 축제 사회자를 맡기도 했다. 겉으로는 못 이기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꽤 들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복잡한 사람일까?


더 어릴 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자영업으로 늘 바쁜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그때는 가족 여행은커녕 외식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고 TV를 보며 혼자 노는 데 익숙해졌다. 하지만, 나는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남들과 어울리며 대화하고 노는 걸 좋아했지만, 혼자 있는 것도 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외향적인 기질과 내향적인 생활 환경 사이에서 중간의 사람이 되었다.


부모님이 워낙 바쁘셨기에 삼촌이나 이모들과 놀러 다니며, 눈치를 키웠다. 어른들이 나를 보고 부모님에 대한 안 좋은 얘기를 하는 게 싫어서 그때부터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게 됐다. 자연히 내 의사를 먼저 말하기보다, 주변 반응에 맞춰 행동하는 게 익숙해졌다. 내 행동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넘기곤 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주목받는 순간을 좋아했다. 하지만 '튀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 늘 뒤로 한 발 물러서 있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이런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공부는 혼자 조용히 할 수 있고, 좋은 성적을 받게 되면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 질문도 하고 말을 걸어준다. 이런 방식의 '조용한 관심'이 좋았다. 부담스럽지만 묘하게 즐거운 이 복잡한 시간 속에 나는 늘 서 있었다. "정말 나는 왜 이런 사람일까?"라는 고민도 끊이지 않았다.

 


[크기변환][포맷변환]KakaoTalk_20250721_222406092.jpg

 

 

 

나를 이해하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무엇을 먹고, 입고, 하고, 볼 때 즐거운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주 먹는 계란찜엔 내 취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계란 세 개, 소금 한 꼬집, 물 반컵, 전자레인지 7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이 황금비율은 언제나 보장된 행복을 준다. 나는 생각했다. 계란찜 레시피처럼 내 성격도 그렇게 분석하고 조율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네이버 심리 카페를 돌아다니다 보니,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남긴 글들이 있었다. 사실, 내향형 관종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던 표현이다. 추천 직업으로는 얼굴은 덜 알려져 있지만 영향력 있는, 버츄얼 유튜버, 작가, 예술가 등이 있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그 흐름 안에 있는 셈이다. 다양한 영상과 글을 보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면 행복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왜?"보다 "어떻게?"에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는 종종 내 성격의 모순을 분석하다 과한 자기검열에 빠지곤 했다. '나는 왜 이럴까?'를 고민하며 나 자신을 고쳐보려 애썼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나는 원래 우유를 소화하지 못한다. 많은 계란찜 레시피들이 우유를 조금 넣어 보기를 추천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유를 못 먹는 나를 고쳐 보려 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우유를 안 넣고 더 맛있는 계란찜을 즐기며 인생을 살아갈지 고민한다. 결국, 나를 고치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에 집중해야 한다.


두 번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 내지 않고 존재감 있게' 살아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주목은 '시끄럽지 않은 관심'이다. 길게 보면, 무대에 올라가 박수갈채를 받기보다, 내가 참여한 결과물이 조용히 회자되는 경험들이 좋았다. 항상 최고의 순간에 주인공이 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세상에는 빛나는 조연도 있다. 발표보다 그 뒤에서 보고서, 피피티, 기획을 담당하는 무대 뒤의 조정자도 중요하다. 누군가의 관심보다도 내가 만들어낸 결과에 집중할 때, 주목받는 일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마지막으로, 내면의 '인정 욕구'를 억누르지 말고, 창의적으로 풀어낼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스스로의 생각들을 글쓰기, 그림, 영상, SNS 콘텐츠, 블로그 등 창의적인 방식으로 드러낼 수 있다. 한마디로, 내향인의 페이스대로, 외향인의 표현력을 빌리는 셈이다.


나는 한때 내 성격을 계란찜 레시피처럼 분석하며 내 입맛에 맞게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성격보다는 삶을 대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나를 재단하려 들기보다, 어떻게 살아야 가장 나답고, 가장 행복한지를 고민한다.

 

 

[크기변환][포맷변환]KakaoTalk_20250721_222324521.jpg

 

 

 

성격 공명


 

요즘, 학교에서 계절학기로 유기화학 수업을 듣고 있다. 그 안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개념이 하나 있다. 바로 '공명 구조'다. 분자가 안정한 공명 구조를 여러 개 가질수록 더 안정하다는 원리다. 전자의 분포 방식이 다양할수록, 하나의 형태에 갇히지 않을수록 더 안정된 분자가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내 성격도 이와 닮아 있다. MBTI E와 I 사이 어딘가에 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는 성격.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땐 외향적인 나를 꺼내고, 집에서 혼자 에너지를 충전할 때는 다시 내향적인 나로 돌아온다.


하나의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나를 변주하는 삶. 이것이 내향형 관종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이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