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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는 소마이 신지의 영화 중 <태풍클럽>, <러브호텔>, <세일러복과 기관총> 이후로 4번째로 보게 된 작품이다.


그의 영화는 다른 감독들이 결코 흉내내기 힘든 그 특유의 느낌이 항상 존재한다. 매우 독창적인 장면들의 연속이라 항상 새로운 쾌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그만큼 어렵게도 느껴지는 순간들도 많다. 이러한 이해하기 힘든 정서가 흥미로 다가오는 영화와 장면이 있고, 그냥 답답하고 고루하게 느껴지는 영화와 장면이 있는데 소마이 신지의 영화는 너무도 전자에 해당하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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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이혼을 앞두고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어린 소녀의 심리 상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 영화. 그의 영화가 흔하지 않은 이유는 내용도 내용인데 인물의 특성인 것 같다.

 

그의 영화 속 인물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행위를 보여준다. 단적으로 그의 영화 <태풍 클럽>에서 거세게 내리는 비 아래 알몸으로 다같이 춤을 추던 그 소년, 소녀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사>의 소녀 같은 경우는 그녀의 행위 전체가 이해하기 힘들다기 보다는, 심리는 이해가 되지만 그러한 심리에서 비롯된 그녀의 행위가 무척이나 낯설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종종 나온다. 특히나 그러한 것이 가장 정점에 달한 것이 마지막 그 축제를 구경하다가 홀로 산속에 들어가 늑대처럼 울음소리를 내고, 땅 위에 드러눕고, 바다를 보며 '축하합니다'를 연신 내뱉는 그 소녀의 행동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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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에 이제껏 다른 영화에서는 본 적 없는 듯한 느낌이 한번이라도 든다면 그런 영화는 축복받은 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 소마이 신지 영화는 영화 전체가 그런 느낌을 지니고 있어 매우 독창적이고 대단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그 심상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온 건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지만 너무도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그 정서. 그런 정서가 영화 전체에 은은하게 생동하며 퍼져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부모님이 이혼하길 원치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부모님, 특히 그녀의 엄마는 강경하게 이혼을 하려하고, 중반부쯤에는 그녀의 아버지가 다시 재결합하길 원하지만 여전히 확고하게 이에 반대한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왜 그렇게까지 그렇게 이혼을 원했는지 이해가 된다. 그 해질 무렵, 그 집에서 모두가 모여 벌인 그 아수라장 속에서 그녀의 어머니가 내뱉었던 말들은 결코 거짓은 아니었을거라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어린 소녀가 미닫이 문을 사이에 두고 어떤 말을 내뱉음으로써 그렇게 아수라장이 된 상황을 일단락하는데, 보통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나오면 대개 어른들은 숙연해지며 상황은 잠잠해지기 마련이다.

 

어린 소녀의 외침을 들었을 때 나는 자연스레 그 다음의 분위기, 그 숙연한 느낌을 자연스레 떠올렸지만, 역시 소마이 신지는 달랐다. 바로 그 미닫이 문 유리를 손으로 깨부시는 어머니의 팔과 피로 칠갑된 그녀의 손을 보여줌으로써 그런 얼마 안되는 몇초간의 침묵을 바로 깨부숴버린다.

 

이 장면의 정서와 분위기는 특히나 에드워드 양의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해탄적일천>에서 색색의 꽃과 그 오후의 햇살 아래, 바닥에 쓰러져있던 그 여인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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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에 유독 롱테이크가 많이 나온다. 부모님에게 화가 난 소녀가 그 호텔을 뛰쳐나왔을 때 뒤따라나온 아버지와 그 천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상당히 오랫동안 찍히는데 이때의 카메라 워크와 시선 같은 경우는 소마이 신지의 <러브호텔> 속 부둣가에서 대화를 나눈 두 남녀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신비했던 순간은 아이가 길을 헤메다가 우연히 골목에서 나오자 물을 뿌리던 노인을 마주하고 그 노인의 집에서 잠깐 선잠에 든 뒤 일어나 무언가를 먹으며 노인 두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나는 이 장면이 참 뭉클하게 느껴졌다.

 

아이는 그런 부모, 그런 부모와 느끼는 교감을 간절히 바랐을 것이고, 그 노인들의 입장에서는 먼저 떠나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해 그 소녀를 자신들의 자식을 생각하며 아주 잠깐이지만 정성을 다해 보살펴 준 것이다. 아들이 어딨냐고 말하는 아이의 물음에 위에, 그것도 더 위에 있다고 말하는 노인들의 대답. 그런 대답에 하늘을 보며 감사를 표하는 아이의 모습은 참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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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장면 같은 경우에는 <기쿠지로의 여름>이 떠올랐다. 아이가 처한 상황은 너무도 안쓰러운 상황인데 그와 대비되는 장면, 일종의 퍼레이드, 축제 같은 장면이 나오면 그것만큼 상황적으로 슬프고 안타까운게 없는 것 같다. 웃어야 할 상황, 웃고싶을 상황에서 웃을 수 없는 비극이 그 아이를 짓누르고 있을 때.

 

사람들이 붐비는 다리에서 어머니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아이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아이는 그곳에서 기다리지 않고 산으로 들어간다. 이때부터는 완전히 영화의 정서가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잠시 세상과 격리되어 세상의 시간을 잠시 멈춰놓은 뒤 아이만 혼자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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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늑대처럼 울음소리도 내고, 축제의 잔흔이 남은 듯한 그 흙 위에 드러눕기도 한다. 그 뒤 그 주변은 어느새 해변가가 되고, 그 해변에서는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듯 커다랗과 화려한 용 모형이 등장하고, 그 앞으로 그녀의 부모 또한 보인다. 아이가 이내 다가가자 그 용 모형은 타오르고 부모는 물속에 가라앉는다.

 

모형은 어느새 잔해로써 바다 위를 유영하며 서서히 침전해간다. 아이는 그런 풍경을 이내 뒤로하고, 바다를 바라보며 큰 소리로 '축하합니다'를 연신 외친다. 이 축하가 무엇에 대한 축하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해맑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내뱉어진 그 단어가 무척이나 처절하게도, 처연하게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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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클럽> 때도 느꼈지만, 소마이 신지 영화는 무언가 크게 훑고 지나가고 난 뒤의 그 정적, 그 고요한 느낌을 굉장히 큰 여운으로 남기는 것 같다.

 

이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은 풍경, 하나도 다르지 않은 웅성거림도 영화를 처음 마주할 때와 엔딩에서 마주할 때의 느낌은 너무도 상이하다. 이러한 점은 에드워드 양, 기타노 다케시와 매우 닮아있다. 특히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소나티네>의 엔딩을 마주했을때의 정서와 유사하다.


곱씹을수록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장면들이 많았고, 특히나 이 영화 속 소녀의 연기와 목소리, 얼굴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이 소녀만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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