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중독이라는 말,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심심하거나 무료할 때, 자투리 시간이 남을 때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본다. 빠르게 넘어가는 짧은 영상을 보며 ‘오늘은 이거다’를 외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점점 더 재밌고, 자극되는 영상을 찾게 된다. SNS도 마찬가지다. 의미 없이 화면을 아래로 넘기며 좋아요를 누른다. 웃긴 영상, 무서운 영상, 서프라이즈 한 영상을 보며 또 없는지 찾아본다. 하루에도 수십, 수 백 번씩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들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그러는 사이 내 뇌는 도파민에 점점 스며들고 있었다. 도파민 중독은 무엇일까? 우리 뇌는 도파민을 어떻게 인식할까?
도파민의 두 얼굴
잠들기 전 유튜브 숏츠, 인스타 릴스, 드라마 혹은 영화 리뷰를 본다. 이러면 잠이 잘 오겠지 하며 귀에 에어팟을 낀 채 잠을 청한다. 그 결과 유튜브는 계속 플레이 된 채 귓가에 소리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놀래서 깨 핸드폰 속 영상을 정지한다. 곧 핸드폰을 충전시키며 다시 잠을 잔다. 자면서도 소리 자극을 받았던 것이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새롭고 빠른 것, 강한 자극을 원한다. 때문에 도파민이 중독되면 보상심리로 더 강하고 새로운 것을 찾는다. 나는 유튜브로 공포 채널을 많이 보는 편이다. 웬만한 건 거의 다 봤기에 새로운 게 필요했다. 더 무섭고 오싹한 내용은 없을까? 처음에는 내가 이 장르에 푹 빠졌나 하고 착각했다. 허나 지금 생각해 보면 뇌가 자극적인 내용을 원했던 것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출간하는 옥스퍼드 랭귀지는 지난해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을 선정했다고 한다. 복잡한 사고를 싫어하는 사회 분위기를 지적하며 지적 노력이 쇠퇴하는 과정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도파민 밸런스라는 책을 출간한 강남세브란스병원 안철우 교수는 “노력 없이 얻는 쾌감은 중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섭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처음 자극에 비해 새로운 것을 찾는 건 학습된 것이다.
본래 우리는 노력을 통해 성과를 얻으면 ‘도파민’이라는 단어를 썼다.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끊임없이 연습했던 무언가가 확실해질 때 뇌는 “해냈다” “이뤘다”고 외친다. 요새는 그 주기가 달라졌다. 짧은 동영상을 보며 쾌감을 얻는 시간은 빨라졌다. 드라마도 몇 시간을 들여 일일이 볼 필요가 없다. 콘텐츠 속에 녹아든 대사, 감각, 배경을 하나하나 느끼며 보는 감상적인 사유가 사라졌다. 나만 해도 그렇다.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집중력이 줄어들었고, 다음 회차가 궁금하면 요약본을 볼 때가 있다. 노력보다는 빠른 결과를 보고 싶어 하는 셈이다.
뇌를 쉬어주는 방법
미디어 소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들을 손안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핸드폰은 제 2의 세계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흥미롭고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 뇌의 피로도는 쌓인다. 철저히 도파민에 절여지고 있다. 뇌를 쉬어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조절하는 것이다. 무작정 극단적으로 끊자는 얘기가 아니다. 적절하게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다. 빠른 영상을 소비했다면 느린 콘텐츠도 경험해 보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에 핸드폰만 붙잡지 말고, 책을 보는 건 어떤가?
잠을 잘 때 핸드폰을 붙잡지 말고 아무 생각 없이 눈을 감아보자. 매일 산책 시간과 루틴을 정해 그 시간 만큼은 내가 걷는 걸음에 집중해보자. 처음에는 재미없고, 지루할지라도 나도 모르게 내 뇌가 쉬고 있을 것이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도파민’은 떡볶이다. 매콤하면서 달달한 떡볶이가 혀끝에서 맴돈다. 먹다 보면 튀김, 순대 떡볶이뿐 아니라 다른 사이드 메뉴도 찾게 된다. 맵고 짠 음식은 몸을 망치는 법, 젊을 때야 장기가 튼튼하니 버틸 수 있다 쳐도 시간이 흐르면 달라진다. 그러니까 슴슴한 평양냉면을 먹어보자.
맛의 여백을 느끼면서. 우리가 스스로 조절하지 않으면 도파민에게 내가 지배당할 지도 모른다. 도파민에 대한 자료를 읽으며 뇌에게 어쩐지 미안해진다. 뇌가 생각할 수 있는 틈새를 막아버린 것 같아 뇌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오랜만에 종이책을 펼쳐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