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설에서 악을 무찌를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악당을 무찌를 용사? 아니면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하는 무기?
말도 안 되는 것들이 현실이 되고, 상상이 현실이 되는 판타지 세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영화를 굉장히 편파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매니악한 영화들은 대부분 섭렵하고 있지만, 반대로 한국에서 엄청나게 흥행했다거나 혹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들은 잘 못 보는 편이다. 이런 나의 취향을 아는 친구들은 홍대병이라느니, 예술병이라느니 한마디씩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 것 같다.
판타지 작품의 특징이라면 특징일지도 모르겠지만, 판타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과 올바른 길을 향하고자 하는 목표 의식이 뚜렷한 것 같다.
모두에게 영웅이 되지 못하더라도 결국은 '선'이라는 가치를 향해 나아가려고 한다는 점이 판타지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글에서 다룰 <기병과 마법사> 역시 이러한 의지가 잘 나타나는 소설이었다.
<기병과 마법사>는 동양풍 가상의 나라인 '사라'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로, 왕의 폭정에 대적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폭정을 저지르는 왕이라는 '절대 악'과 이에 대적하는 '선'의 역할을 맡은 주인공. 어디서 많이 본 흔한 설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흥미로웠으며 신선했다.
주인공인 '윤해'라는 인물은 신분이 있는 국가 '사라'에서도 꽤 지위가 있는 여성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세상에 반기를 들기보다 묵인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에게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되고, '마법'이라는 힘이 생기게 된다.
그때부터 그는 달라지기 시작한다.
물론 그 길이 쉽지는 않았는데, 종종 큰 부담을 느껴 선대 예언자를 원망하기도 하고, 자신을 짓누르는 책임감에 조급함을 느껴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윤해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했다. 제목 <기병과 마법사>에서 볼 수 있듯이 '마법사'인 윤해의 곁에 '기병'인 다르나킨이 함께 하며 마목인인 그 역시 힘들어하는 윤해에게 도움을 주며 함께 성장해 나간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윤해는 흔히들 생각하는 영웅적이고 신적인 존재로 서술되는 것이 아닌, 우리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처럼 묘사된다. 그렇기에 운해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괜스레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다.
윤해는 그저 믿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갔으며, 믿음만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했다. 마법을 쓰고, 현실에선 볼 수 없는 생명체가 나타나는 것보다 자신을 굳게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윤해의 존재가 이 소설에서 제일 판타지 요소이지 않았을까 싶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막강한 힘이 필요한 것도, 영웅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옳은 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우리도 윤해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