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마침내 유럽대항전에서 우승했다. 늘 마지막 순간에 미끄러지던 그 팀이, 그토록 간절했던 트로피를 유로파리그에서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주장 손흥민이 그 자리에 있었다.
결승전의 선발도 아니었고, 결승골의 주인공도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많은 축하를 받은 건 그였다. 많은 선수들이 우승을 위해 팀을 떠났고, 그 선택이 옳아 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떠나지 않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을 같은 팀에 머물며, 늘 같은 자리에서 뛰었다. 그리고 마침내, 팀과 함께 우승을 이루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이었다.
그의 우승을 지켜보며, 나도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축구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손흥민은 늘 내 새벽을 설레게 하던 이름이었다. 수험생 시절, 아침에 눈 뜨기 힘들었던 날에도 그가 새벽에 보여준 하이라이트를 보면 금세 잠이 달아나고, 심장은 두근거렸다.
어느 날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룻밤 사이, 지구 반대편에서 혼자 뛰는 이 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절반을 웃게 만드는구나." 그의 활약은 나에게 기쁨과 용기를 주었고, 그를 따라가던 그 시절의 나 역시 조금씩 성장해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가 아무리 잘해도 팀은 늘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나이를 먹고, 부상이 잦아지고, 전성기를 지나며 사람들은 이제 떠나야 한다고, 팀에 머물면 우승은 없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가 리그 득점왕을 했던 해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던 날도, 결국 우승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덧 서른. 개인적으로 가장 강하지 않다는 말을 듣던 지금, 그는 팀의 주장이 되어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어쩌면, 개인으로 가장 강할 때는 이루지 못한 꿈을, 남들이 내리막이라 말하던 지금에서야 팀으로서 이루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고, 더 깊게 마음에 남는다.
그의 우승은 단지 하나의 기록이 아니다. 10년 동안 충성을 다하며 팀을 지킨 한 사람의 서사이고, 그 시간을 함께 지켜본 수많은 팬들의 시간이며, 그 중 한 명인 나의 추억과도 닿아 있다.
그가 꿈을 이룬 이 순간, 나도 어린 시절의 나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시절 나의 기쁨이, 지금 그의 우승으로 다시 돌아온 듯해서. 그래서 이 우승이 더 특별하다.
손흥민 선수, 진심으로 축하하고,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이 준 모든 새벽, 모든 기쁨, 그리고 이 우승까지.
그 오랜 시간의 기다림이 빛이 되었음을, 함께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