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에 대한 질문은 시간이 흐를수록 대답하기 점점 복잡해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가족들이 건강하며, 좋아하는 취미를 즐길 수 있으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행복한 삶’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이 생기고, 그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생긴다.
먼저 이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 삶과 행복을 각각 정의해보려 한다. 삶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쌓이는 과정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일까? 이 질문 앞에서 답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뭉뚱그려 느낌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점점 현실적인 시각에서 행복을 바라보게 된다. 삶을 영위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설명할 순 없기 때문이다.
어릴 적 읽었던 책들에서는 돈과 행복이 비례하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돈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며, 소소한 기쁨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메시지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급여 명세서에 찍힌 보험료와 세금을 확인하고, 월세와 관리비를 내며, 생활비를 효율적으로 계획하는 순간만큼은 그 책들에 물어보고 싶다. 이런 현실 앞에서 어떻게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지.
그렇다면 지금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과거에 생각했던 기준으로 본다면 나는 60% 정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고, 늘 지지해주는 가족이 있으며, 그들이 건강하고, 좋아하는 문화생활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환경과 생각, 그리고 삶에 대한 책임감이 100%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다.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지 떠올려 보면, 대체로 과거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유독 찬란하게 기억되는 과거의 순간들은 손에 닿을 수 없기에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 이유는 이미 지나간 일이기에 불확실성이 없고, 그때의 걱정들은 모두 ‘옛날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과거를 떠올릴 때 우리는 힘들고 어려웠던 일보다는 추억 속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현재는 매 순간 고민과 걱정, 그리고 현실의 과제들이 눈앞에 놓여 있어 행복을 온전히 느끼는 것을 방해한다. ‘삶'의 무게는 과거와는 다르다. 잘 살아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더불어 삶의 만족도에 대한 기준이 높아져 더더욱 욕심이 생기는 '현재'는 가장 생생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가장 무거운 시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물질적인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행복은 결국, 순간을 감사하는 마음과 평온한 일상에서 느끼는 기쁨에서 대부분 비롯된다. 내가 온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던 과거의 순간들은 기념할 만한 날이나 큰 성취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런 것도 아주 일부 차지하지만, 오히려 엄마가 만들어준 짜장면을 먹었을 때, 하루를 무사히 끝내고 자기 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때와 같이 평범한 순간 속에서 찾아왔다.
물질적인 풍요가 가져다주는 안정감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안정이 없다면 행복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아이러니하지만 돈과 행복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나 돈만으로 모든 행복이 결정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행복이란 일상에서 발견되는 작은 기쁨과 잔잔한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데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친구와 함께 나눈 진솔한 대화, 피곤한 하루를 끝낸 뒤의 따뜻한 샤워, 혹은 나만의 음악을 들으며 떠올린 추억.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살아가게 하고, 나를 웃게 만드는 작지만, 강렬한 행복의 조각들이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은 삶, 그게 행복한 삶 아닐까?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정답을 찾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기에 ‘지금, 이 순간’에 대한 깊은 감사와 사랑임을 깨달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소중한 작은 조각들을 붙잡아 삶을 더 단단히 쌓아가면 우리는 우리만의 행복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