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영화’라고 하면 어떤 작품이 떠오르는가?
<나 홀로 집에>, <러브 액츄얼리>,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등 수많은 작품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찰리 브라운의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의 정체성과도 같은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1965년 처음으로 방영된 이후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으며, 제18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최우수어린이 프로그램상을 받아 그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어느덧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며 슬슬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기 시작하는 요즈음, <찰리 브라운의 크리스마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품의 주제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상업주의로 물든 크리스마스에 대한 비판’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산타에게 편지를 쓰거나,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받고 트리를 꾸미는 등 다들 즐겁게 지내지만, 주인공 ‘찰리 브라운’은 이유 모를 우울감을 느낀다. 울적해하는 찰리 브라운에게 ‘루시’는 크리스마스 연극 감독을 맡으라고 제안하고, 그는 친구들과 함께 학교 연극을 연출하게 된다.
이 애니메이션의 핵심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나서는 찰리 브라운의 여정이다. 그가 초반에 느꼈던 공허함은 지나친 상업주의가 빚어낸 결과였다. 작품 곳곳에서는 물질주의에 잠식된 크리스마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스누피’는 상금을 타기 위해 조명 장치 대회에 참가한다. 해당 대회의 포스터에는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상금을 탑시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 외에도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해 루시는 부동산, ‘샐리’는 돈이라고 말한다. 특히 ‘크리스마스는 아주 거대한 돈벌이 행사다’라는 루시의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명확히 드러낸다.
찰리 브라운은 이렇듯 크리스마스의 상업화에 환멸을 느끼며 우울해한다.
이후 연극에 필요한 트리를 찾는 과정에서 찰리 브라운은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다. 친구들은 그에게 ‘크고 반짝거리는 양철 트리’를 구해오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러나 찰리 브라운은 화려한 인조 트리가 아닌 진짜 나무로 만들어진 작고 수수한 트리를 구입한다. 소박하고 어딘가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트리는, 그가 발견한 진정한 크리스마스 정신이었다. 친구들과 트리를 꾸미며 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따뜻하고 소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보여준다.
‘찰리 브라운의 크리스마스’는 1965년 12월 CBS에서 처음 반영됐다. 시청자와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정작 사전 평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거친 그림체, 애니메이션에 어울리지 않는 우울한 사운드트랙 때문에 방송국은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투박한 그림체는 영화의 고유한 분위기와 작품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어딘가 어설픈 느낌이 드는 애니메이션은 정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빈스 과랄디 트리오가 참여한 사운드트랙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빈스 과랄디의 창작곡 ‘Christmas Time Is Here’는 차분한 분위기를 띠며 애니메이션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를 강조한다. 애니메이션 피너츠 시리즈를 상징하는 노래인 ‘Linus and Lucy’는 경쾌한 리듬이 돋보이는 곡으로, 얼어붙은 강을 미끄러져 내리는 듯한 리듬이 인상적이다.
‘A Charlie Brown Christmas’는 평론가들에게 명반으로 인정받으며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앨범으로 자리 잡았다.
지나치게 화려해진 크리스마스의 풍경에 이따금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오늘날 크리스마스는 반짝이는 장식과 근사한 선물로 정의된다. 크리스마스의 상업화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찰리 브라운의 크리스마스’는 이날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무의미한 12월의 돈벌이 행사에 질렸다면, 올해 겨울에는 이 작품을 시청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