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과 브랜드가 사랑한, 장 줄리앙
쨍한 색감과 두꺼운 아웃라인, 동그란 눈과 약간의 하찮음이 더해진 귀여운 이목구비. 장 줄리앙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었더라도 장 줄리앙의 시그니처인 종이인간을 처음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프랑스의 그래픽 아티스트인 장 줄리앙은 특색 있고 귀여운 작품들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더 뉴요커, 나이키부터 국내에서는 이니스프리 등 여러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그의 작품은 대중에게 아주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 장 줄리앙의 새로운 전시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이 새롭게 오픈한 서울 퍼블릭 가산 퍼블릭 홀에서 3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종이 인간의 시작부터 끝
두 번째 섹션인 '페이퍼 정글'에는 몸통이 길고 커다란 핑크색 뱀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뱀의 몸에는 인류와 종이 인간의 일대기가 새겨져 있다. 공룡과 온갖 동물들이 주를 이루었던 시기를 지나 인간이 점차 도구를 사용하고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는 단계까지, 더 나아가 서로를 공격하고 전쟁하는 모습까지 꽤나 구체적인 인류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한편에는 또 다른 인류라고 칭할 수 있는 '종이 인간'의 역사 또한 기록되어 있다. 뱀은 정말 귀엽게 생겼고 그 안에 그려진 그림들도 매우 단순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보이는 것보다 더욱 심오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해당 벽화는 장 줄리앙이 직접 서울 전시장을 방문해 완성해낸 작품이라고 한다. 멀리서 보면 귀엽지만 오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의미를 담은 그림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즐겨보길 바란다.
세 번째 섹션 '페이퍼 시티'에서는 종이 인간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집'이자 마을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팝한 컬러들로 이루어진 영화관, 카페, 꽃집이 마치 영화 속 바비 마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했다. 이 마을에서는 종이 인간들은 함께 공존하고, 거래를 하기도 하며, 자신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찾아 나간다. 종이 인간이 살아가는 공간이지만 정작 종이 인간은 없는 이 공간은 이번 전시 섹션 중 가장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이 아닐까 싶다.
귀엽고 재미있는 그림을 넘어선
장 줄리앙에 대해서 여러 차례 들어봤지만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듣던 대로 그의 작품들은 단순하고 직관적이었고 쉬웠다. 무엇보다 굿즈샵에서 파는 제품들이 정말 다양하고 매력적이어서 앤디 워홀급 상업성을 띤 작가가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차근차근 둘러보다 보니 그의 작품들을 단순하고 재미있다고만 표현하기엔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는 매력이 있었다.
귀여움과 장난스러움 뒤에는 꽤나 심오하고 심각한 부분에 대해 힘을 빼고 부담스럽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는 유머러스함이 있었다. 해외의 한 잡지사와 진행한 인터뷰를 보니, 사회문제에 대해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생각을 표현해 내는 그만의 스타일은 재미와 창의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스토리를 중시하는 그의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였다.
그는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스킬이 뛰어나지 않은 화가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렇기에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기보단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걸 추구한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가치관은 이번 전시 곳곳에서 느껴진다. 귀여운 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다분히 폭력적이거나 잔인하기도 한 인류의 역사까지도 기록해낸 부분이라든지, 종이 인간들의 귀여운 마을에 그려진 그림들 중 일부는 물질주의에 대한 고찰을 담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낸 부분 등에서 말이다.
멀리서 봤을 땐 귀엽고 재미있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더 큰 매력이 있는 장 줄리앙, 이번 전시를 통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귀여움 이상의 매력을 발견해 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