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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줄리앙의 종이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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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jean_jullien / ©️Jean Jullien

 

 

알록달록하면서도 깔끔한 색조합, 익살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의 표정, 잊고 지낸 동심이 살아나는 듯한 그림체와 그에 걸맞은 소재를 사용한 조형물. 직관적이면서도 위트있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사소한 일상부터 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하는 작가가 있다. 바로 프랑스 출신의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장 줄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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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미술계의 이야기나 동향에 어두운 편이지만, 그의 작품은 꽤나 친숙하다. 국내 대기업과의 콜라보가 몇 차례 있었고, 인스타그램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왠지 모를 익숙함과 다정함이 느껴지는 그림체도 한 몫 했을 듯 싶다. 거칠지만 따뜻함이 담겨있는 붓터치, 생동감 넘치는 자세, 재치있고 활기찬 모습. 모든 것이 어우러진 일러스트는 개개인의 가슴 깊숙한 곳 어딘가를 무의식 중에 건드리며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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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작가의 작품에 호기심을 갖고, 실제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은 순전히 “종이 인간 (paper people)” 때문이다. 인간을 닮은 모습으로 인간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사용하여 작가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또 종이 속에 있는 것이 아닌 입체적인 모습을 실제로 보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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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가산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장줄리앙의 종이세상>은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의 르 봉 마르쉐에서 첫 선을 보였던 <페이퍼 피플(Paper People)>의 연장선이다. 당시 선보인 작품에 신작을 더한 형태로 진행되며, 독창적인 스타일의 시리즈 <페이퍼 피플(Paper People)>에 대미를 장식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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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이번 전시는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의 르 봉 마르쉐에서 첫 선을 보였던 <페이퍼 피플(Paper People)>의 연장선이다. 그의 일러스트에서 탄생한 조형물 “페이퍼 피플”을 통해, 특유의 재치있는 표현법으로 인간의 삶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여준다. 지난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과 함께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종이로 만들어진 그들은 언뜻 보기에 우리와 다를 바 없다. 종이세상에서도 종이 인간들은 사회를 꾸리고, 그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

 

지금부터 종이세상의 세 가지 섹션을 차례대로 맛보며 전시를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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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전시 공간에 들어가자 만나게 되는 건 바로 페이퍼 팩토리 (Paper Factory)다. 전시 공간이 그다지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사이즈의 종이인간들이 천장과 바닥에 있는 모습 덕분인지 관람객 입장에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그가 만든 세계로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이 엄청난 장점이었다. 마치 장 줄리앙이 쓴 동화책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놀러간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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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한 쪽 벽면에서는 페이퍼 피플을 만드는 공장이 바쁘게 돌아간다. 실제 공장에서 날 법한 소리도 흘러나온다. 그 덕분에 우리는 더욱 생생한 종이세상과 만나게 된다. 컨베이어 벨트에는 갓 태어난 페이퍼 피플들이 있다.

 

그들은 형태만 갖추어져 있어, 표정 등 다양한 디테일을 붓으로 그린 후에야 진정한 페이퍼 피플의 모습을 하게 된다. 그것들을 누가 만드느냐고? 다름 아닌 또 다른 페이퍼 피플이다. 우리는 컨베이어 벨트 옆에서 페이퍼 피플의 붓질으로 새 페이퍼 피플이 탄생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마치 자가 복제를 하는 듯한 모습이 이상해 보이다가도 퍽 귀여워 피식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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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공장을 중심으로, 양 옆에는 종이 인간들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들로 빼곡하다. 거친 붓터치로 담아낸 동물들을 보고 있으니, 어린 시절 동물 도감을 재미나게 읽던 때가 떠올랐다. 종이세상도 인간들이 사는 세상과 다를 바 없구나 느끼는 지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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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중간 중간 놓인 대형 페이퍼 피플도 관람 중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크기로만 보았을 때는 무척 압도적이지만, 표정이나 몸짓 덕분에 우스꽝스러움이 더해져서인지 귀엽게 느껴졌다. 우리는 마치 ‘걸리버 여행기’ 속 거인국에 방문한 느낌으로 기념 사진도 남길 수 있다.

 

그렇게 앞 뒤 양 옆도 모자라 천장까지 즐비한 페이퍼 피플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어느새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된 기분이 든다. 페이퍼 피플이 되었다는 상상을 하며, 두 번째 섹션으로 넘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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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두 번째 섹션은 페이퍼 정글 (Paper Jungle)이다. 거대한 핑크색 뱀의 몸통에 그려진, 언뜻 보기에 낙서 같아 보이기도 하는 그림은 인류의 발자취와 페이퍼 피플의 탄생 및 발전을 담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림을 쭉 훑어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지구의 탄생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역사를 시간의 순서대로 명료하고 위트있게 표현했다는 점만으로도 의의가 있지만 인간이 자기 손으로 살 터전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점을 함께 짚어준다는 점이 놀라웠다. 이것이 예술가가 경고를 주는 방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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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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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인류 역사의 뒷편에는 페이퍼 피플의 정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이 처음 탄생하게 된 배경과 사회를 일구는 과정 등을 그림으로 상세하게 만나볼 수 있다. 수많은 이야기 중에 눈에 띄었던 것은 다름 아닌 페이퍼 피플이 스스로를 다듬는 그림이다. 사회적 기준에 맞추고자 자기 자신을 지우면서까지 노력해야 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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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마지막 섹션은 페이퍼 시티(Paper City)다. 페이퍼 피플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사는지 들여다 볼 수 있다. 그곳은 이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꽃집이 있고, 영화관과 도서관이 있으며, 자동차도 다닌다. 세 번째 섹션은 관객 입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시에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웠던 섹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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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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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거대한 쇼케이스에 들어 있는 여러 개의 도서다. 영화관에서 페이퍼 피플 관련 영화를 상영하는 것도 무척 귀여웠고, 카페도 구현이 잘 되어 있어서 재밌었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눈길이 가는 쪽은 이 쪽이었다.

 

자세히 살펴 보면 책 제목이 보이는데, <데미안>과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점이 재밌는 포인트였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와 죽은 생명에 숨 불어넣기의 조합이란! 페이퍼 피플이 원하는 모습이 담겨 있으면서, 동시에 이를 감상하는 관람객의 머릿속에도 커다란 물음표를 선사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섹션은 앞서 보았던 두 공간에 비해 훨씬 크게 느껴져, 그곳에서 한참을 보냈다. 구석구석 살펴도 보고, 멍 하니 앉아 있기도 했다. 그러다 번뜩 종이세상에서 현실로 돌아왔고, 그 길로 전시장을 나왔다.

 

 

 

당신이 살고 싶은 세상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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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전시를 관람한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무언가에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애정이 있다는 증거거나 인생에서 꽤 중요한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 후자가 전시를 관람하는 이유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몸과 정신에 생기를 공급함으로써 삶에 환기를 주는 일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기에 전시장을 방문한다. 이 시간만큼은 전시에 몰입함으로써 바깥에서 일어난 일들을 걱정하거나 생각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영감을 얻어갈 수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를 보는 동안에도 많은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각 섹션에 대한 짤막한 영어 설명을 제외하고서는 작품에 관한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관람객에게 자유를 주고, 당신들이 보고 느낀 것이 결국 다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실제로 작가는 단순한 드로잉에 자신의 의도를 담아 내면서, 설명이나 통역 없이도 의미가 전달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한다. 또한 그가 작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를 전시장 세 번째 섹션인 페이퍼 시티 (Paper City)에서 만난 도록 내 문장을 통해 알 수 있었다.

 

 

“My work is about communicating the positive in things, making people smile, making them think, too, sometimes, I hope.”

 

“제 작업은 사물의 긍정적 면을 전달하고,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때로는 사유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장 줄리앙 도록, p. 28, Phaidon Press

 

 

작가와 전시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방문했던 터라 아무래도 궁금한 점이 많았다. 그러던 중 세 번째 섹션이었던 <페이퍼 시티(Paper CIty)> 내 <카페>에 비치되어 있던 도록을 발견했고, 잠시 그곳에 앉아 책을 읽었다. 이 시간을 통해, 전시 및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간접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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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전시장을 나서며, ‘나는 과연 어떤 세상에 살고 싶은지’ 스스로 되묻는 시간을 가졌다. 페이퍼 피플 스스로가 이룩한 세상처럼, 내가 원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본다. 알록달록한 동심을 잃지 않고서도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아니면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 찢어지게 가난하거나 슬픈 사람이 없는 세상? 아니. 거창하고 이상적인 수식어는 필요 없다. 그저 주어진 일상에 소중함과 기쁨을 제때 느낄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하면 된다고 응원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공간을 넘나 들며 관객과 소통하고, 위트있는 방식으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줄리앙. 자신의 작업물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위트를 겸비한 메시지로 미소짓게 만들며, 때로는 진지하고 깊이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작가의 생각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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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 Jullien

 


지쳐있던 일상에 신선함과 즐거움을 선사해준 <장줄리앙의 종이세상>은 25년 3월 30일까지 퍼블릭가산에서 진행된다. 어렵지 않은 전시일 뿐만 아니라 멋진 사진까지 찍을 수 있으니 일상에 환기가 필요하다면 한 번 쯤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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