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나야. 작년에 이 콘텐츠, 서로의 간격을 좁히는 문장을 접했을 때 네가 제일 먼저 생각났어. 지금 생각해 봐도 내가 인생에서 가장 많은 말을 건넸던 사람이 너거든. 그동안 많은 필담이 오갔지. 나의 바로 옆에서 다정하게 말을 건네듯 편지마다 너를 닮아 정갈했던 너의 필체가 참 좋았어.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눴어도, 나는 오늘도 다시 너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어. 있잖아, 나는 요즘 어른들이 피식 웃으며 말했던 “너도 나이 들면 알 거야”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 비로소 이해가 가. 그런 거 있잖아, 젊음이 주는 아름다움은 정말 찬란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 사귀기가 어려워진다, 뭐 그런. 예전에는 그러려니 하던 것들인데 이제는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 것 같아. 앞으로 더 나이가 들면, 다른 새로운 게 보이게 될까? 젊음에 머무르고 싶다가도, 한 살 한 살 익어가는 우리가 기대된다.
미래의 한순간에서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 우리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것들을 나누곤 했어. 학생 때는 대학교 진학에 대한 이야기, 지금은 사회생활, 진로, 취업에 대한 이야기. 주제는 조금씩 달랐지만, 근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 오고 있던 것 같아.
나 이번 학기에 졸업하잖아. 그러니까 사람들이 물어 계속. 졸업하면 뭐 할 거냐고. 그러면 나는 생각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그러다가 초조해져. 생각만 하다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 봐. 그런데 이력서 수정하다가 나를 돌아보면, 나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더라. 계속 관심 있는 활동 찾아서 지원하고, 수업도 들어보고, 그런 과정에서 하기 싫은 것도 참아보고. 나만의 속도로 무언가 계속해 보고 있었더라고.
우리 저번에 같이 설명회 들으러 간 거 기억나? 기관 특성상 무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줄 알고 갔는데, 그 포지션에 들어가려면, 아예 다른 길을 가야 하는 걸 알고 살짝 실망했었잖아. 그래도 설명회 간 건 좋았어. 적어도 어떻게 해야 그쪽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됐잖아. 이렇게 하나하나, 다 해보자. 당연히 평탄하지만은 않겠지? 아주 힘들면 꼭 말해 줘. 나도 그럴게. 너랑 맛있는 한 끼 먹고, 대화하면서 푹 쉬고 나면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을 것 같거든. 그렇게 우리만의 항로를 개척해 가자. 넓은 바다 위에 혼자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모험을 떠나고 있는 너의 동료 배들이 많다는 걸 잊지 마!
오늘의 항해 일지에는 무엇을 적었어? 파도는 잔잔해? 날씨는 좋아? 나는 아침에 바삐 과제를 제출하고, 친구랑 밥을 먹었어. 아까 보낸 사진 맛있어 보이지! 메뉴 세 개는 먹어야 한다고, 비장하게 주문하던 친구가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어. 아 최근에 귀가 조금 예민해져서 연습은 이틀간 쉬었다? 다행히 나아지고 있는 걸 보면 피곤해서 그런 것 같아. 앞으로의 계획도 적혀 있냐고? 음, 일단 이번 학기를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야. 그리고 졸업하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서 빨리 일해보고 싶어. 내가 무언가를 하게 된다면 꼭 너한테 제일 먼저 얘기해줄게.
아까 나이가 들수록 사람 사귀기 어려워진다는 말을 언급했었지. 물론 지금도 좋은 인연이 찾아오면, 꼭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내가 먼저 다가가기도 해. 그런데 이런 생각은 들더라.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보고 싶어서, 밥 한번 먹자고 말을 꺼낼 수 있는 친구는 점차 만나기 힘들 수도 있겠구나.' 아무래도, 사회에 나가면 관계에 일이 같이 얽힐 일이 많아지니까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관계도 있겠지.
관계라는 게 참 어려워. 나의 마음만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잖아. 나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의 크기가 다를 수도 있고, 속도가 다를 수도 있고. 서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달라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지. 그렇기 때문에 어떤 관계가 지속되려면, 서로를 존중하고, 갈등이 있다면 맞춰가는 노력이 부단히 필요한 것 같아.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렀을 땐, 내 옆에 있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한 건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더라.
있잖아, 나의 옆에 꾸준히 있어 줘서 고마워.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이 편지를 쓰기 시작했나 봐. 시험이 다 끝나서 행복했던 날, 한꺼번에 몸이 안 좋아져서 우울했던 날, 그냥 시시콜콜하게 수다 떨면서 맛있는 거 먹고 싶었던 날. 삶의 참 많은 순간에 너랑 함께 있었더라. 각자의 삶이 있기 때문에, 예전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하더라도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 있어. 너의 오늘을, 내일을 응원하고 있어.
이건 우리의 비밀 편지야. 어느 다른 글보다 몇 번이고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지만, 지우개 자국이 보이지 않는.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너만 알아볼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
너는 사진첩 중간에 살짝 구겨 붙인 쪽지가 있는 그 페이지를 펼쳤어.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아무나 볼 수 없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