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귀로 듣지만, 그 음악이 다른 감각으로 이어질 때가 있다. 어떤 음악은 공간을 떠올리게 하고, 어떤 음악은 계절을 떠올리게 하며, 어떤 음악은 향기를 내뿜는다. 이처럼 또 다른 감각으로 이어진 음악들은 강렬히 기억에 남게 되고, 추억과 함께하게 된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가사에 집중하기보다는 멜로디와 음악의 분위기를 먼저 파악하는 습관이 있다.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모두 듣기는 하지만, 특히 잔잔하면서 재즈 요소가 들어있는 음악을 즐겨 듣는다. 이 음악들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며, 몰입과 함께 공간을 상상하게 된다.
수많은 음악 중 나의 취향이 담긴 2가지의 음악과 함께 몰입 경험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wave to earth - calla
[맑은 하늘에서 비 내리는 잔디밭]
가장 먼저 들리는 기타 소리에 압도당했다. 단순히 강한 사운드여서가 아니라, 부드럽게 휘는 기타의 소리가 몽환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음악을 밝음과 어두움 중에 선택하자면 밝음에 가깝지만, 뭔가 부정확하고 떨어지는 음정들이 무게를 잡는 듯했다. 마치 연둣빛의 잔디밭 위, 맑은 하늘에 껴있는 먹구름 같았다.
신기하게도 가사 내용 역시 비 오는 날에 관한 이야기였다. 음악의 분위기에서 느껴지듯 비 오는 상황을 부정이 아닌 긍정으로 바라보았고, 오히려 용기를 주고 있었다. 인생의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하는 꽃인 칼라에 빗대어, 언제나 당신이 살아나갈 수 있도록 옆에 있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If you don't have enough sunlight, I'll blow the clouds away / Calla
만약 햇빛이 부족하다면, 나는 구름을 날려버릴 거야 / 칼라
[calla 가사 中]
스텔라장 - L'Amour, Les Baguettes, Paris
[따듯하고 아늑한 다락방]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누군가는 에펠탑을 보거나 파리 시내를 걷고 있는 장면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락방에서 혼자 여행 영상을 보며 회상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햇살이 살짝 느껴지는 다락방에 앉아, 여행하며 찍어놓은 영상을 빔프로젝터로 보는 느낌이랄까?
음악의 전반적인 흐름은 아주 신나지도, 슬프지도 않다. 잔잔한 선율에 담담한 목소리, 심지어 프랑스어 가사이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위로받는 것 같다. 그리고 노래 중간에 들리는 종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는 우리가 평소에 듣는 흔한 소리와는 다르다.
스쳐 지나가는 향기에 순간 기억이 떠오르듯, 음악 속에서 지나가는 작은 소리가 나도 모르게 잊고 살았던 풍경을 떠올리게 해준다.
그래서인지, 이 음악을 들으면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다락방이 생각난다.
이 외에도 공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음악들을 추천해 본다. 개인마다 느낄 수 있는 범위는 다르겠지만, 감상을 넘어 또 다른 감각으로도 음악을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Crush - From Midnight To Sunrise
선우정아 - OCTAVE (With SUMIN)
Slom - 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