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가 된 두 친구. 레누는 릴라의 아들로부터 그녀가 집을 떠나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되고 레누는 둘의 첫만남부터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60대가 된 레누가 현재의 회상과 과거의 기억을 더해서 이야기 하는 점이 좋았다. 릴라를 바라보는 레누의 시선도 흥미로웠다. 릴라를 볼때마다 그녀가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고 릴라를 향한 솔직함을 드러낸다.
사실 인생을 살아가며 많은 일을 했지만 확신에 차서 해낸 일은 거의 없었다. 나는 내 행동과 내가 항상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릴라는 달랐다. - p.35
그런데 정작 그녀가 옆에 없으니,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나는 릴라가 했을 법한 결정을 내렸다.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마음을 그녀에게 내준 것이다. - p.124
그러니까 결국 시간이 갈수록 릴라는 점점 더 내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슬프고 비참했다. 이런 생각에 점점 더 심해지는 자기혐오감을 쫓아버리고, 내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받기 위해 나는 밑도 끝도 없이 고등학교에 가게 됐다고 선포했다. - p.170
삶의 배경이 악화되면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러하다. 삶이 어지러워지며 개인의 세계는 점점 좁아진다. 그 당시 나폴리가 그러했고 릴라와 레누의 주변 인물들이 그러했다. <나의 눈부신 친구>에는 많은 주변인물이 나온다. 릴라와 레누의 친구들과 그 가족. 특히 ‘아버지’라는 존재는 절대적으로 그려진다. 레누 역시 아버지를 사랑한다.
‘가끔 엄마와 나에게 폭력을 쓰지만’이라는 말을 붙이며 ‘그럼에도 좋은 아버지’라고 말한다. 릴라의 아버지는 더욱 심한 폭력을 행사하며 릴라를 창 밖으로 던지기도 했다. 또 누군가의 아버지는 살인자가 되고, 또다른 누군가는 치정에 얽힌다.
이렇게 폭력의 중심 속에서 릴라와 레누는 우정을 쌓고, 레누에게 중요한 것은 ‘릴라’라는 세상이라는 것. 동시에 지속되는 폭력들이 평범하게 그려지는 점이 먹먹했다.
오르막길이든 내리막길이든 릴라와 나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고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끔찍한 그 무엇인가를 향해 나아가야만 했다. - p.29
소설을 읽다보면 나의 눈부신 친구는 릴라를 보는 레누의 시선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릴라의 모든 말과 행동이 신비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만약 릴라의 시점으로 쓴 <나의 눈부신 친구>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으면 결국 나는 레누와 릴라, 두 명의 시선을 읽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폴리 1부인 <나의 눈부신 친구>. 릴라는 결국 조금 덜 최악인 선택을 했고, 레누는 또다시 작은 세계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다. 마을에서 가장 똑똑하고 아름다운 두 친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것 좀 봐. 머리에서 태어난 꿈이
발밑으로 추락했잖아”
-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