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최신글
-
[Opinion] 스릴러로 쓴 세대론 [영화]
한 세대의 죽음에 대한 서늘한 애도
세대론은 시대의 필연적 산물이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시대가 생겨나므로,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반드시 서로 다른 두 세대(혹은 그 이상)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이 문제다. 호모 사피엔스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대부분 동일
-
[Opinion] 완벽을 꿈꾸는 그대에게 [도서]
완벽함은 완벽한 거짓이다.
훤칠한 외모와 지성, 그리고 재력. 누군가 ‘완벽’이란 단어를 말한다면 우리의 상상은 흔히 이런 그림을 그리며 퍼져나간다. 존재 방식에 어떤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그 기준들을 충족한 누군가를 선망하며 바라보는 시선은 우리 세계의 완벽함을 규정하고 공고
-
[Review] 그러나 방 안에는 폭풍이 - 베르나르다 알바 [공연]
세계는 꽉 막힌 진공이 아니므로
어떤 공간에 평화와 고요가 있다. 깊은 밤과 어스름한 새벽의 정적을 닮은, 언제까지나 결코 깨지지 않을 것만 같은 침묵이 있다. 누군가 흡족하게 응시하는 저 고요 속에 그러나 “소리없는 아우성”(유치환, <깃발>)은 있고, 그러한 아우성은 언제나 마지막에 이르러 소리
-
[Opinion] 내 생의 압도적 한 곡 [음악]
노래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할 때, 그의 목소리는 이렇게 들린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이제는 바깥으로 나가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이곳은 안전하지만 불안하고, 답답하다. 네가 보이지 않는다. 꼭꼭 숨어라, 꼭꼭, 더 꼭꼭. 차라리 먼저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꼭꼭 숨어도 숨바꼭질은 언제나 들키면서 끝이 나니까
-
[Opinion] 세부의 얼굴들 - 4 [여행]
조셉. 9살이라고 했다.
거리에 저녁이 내려앉자 사람들의 표정은 점차 어둠 속으로 지워지고 있었다. 북적이는 거리에서 흐릿해지는 얼굴 위로 여러 얼굴이 겹쳐 보였다. ‘싸요. 싸.’ 어설픈 한국어로 호객하는 어른들, 창문이 없는 지프니에서 거리의 한국인을 향해 해맑게 손을 흔드는 아이들. 한
-
[Opinion] 세부의 얼굴들 - 3 [여행]
차갑게 식어가는 돌에게, 그런 돌을 닮아가는 단단한 손에게
숙소에서 가까운 어느 거리에 들어서자 한국 간판들이 하나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김치찌개, 돼지갈비 맛집. 정말 세계 속의 한국이구나. 나는 괜히 반갑고 뿌듯한 마음으로 거리를 훑었다. 낡은 가게 앞에는 꼬치를 굽는 연기가 무람없이 날렸고, 무더운 날씨에 좌판 위에
-
[Review] 아무것도 아닌 것을, 다시 '보존과학자' [공연]
과학과 보존은 그렇게 만난다.
‘과학’이라는 단어에서 자주 멈칫했다. 내버려두면 적당하게 굴러올 바퀴에 작용하는 힘을 구하라는 문제들, 뉴턴이니 옴이니 한 끗의 예외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법칙들 따위가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상에 만연한 과학의 결과물들을 보면서―스마트폰, 인공지능, 우
-
[Opinion] 세부의 얼굴들 - 2 [여행]
이야기 둘.
이야기 둘. 세부의 드라이버들은 폭풍처럼 차를 몰았다. 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바퀴가 밟고 지나가는 울퉁불퉁한 길의 표면이 내 몸에 그대로 전달되는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 나를 태운 차는 다른 차를 앞질렀고, 어떤 차는 다시 나의 차를 앞질렀다. 드라이버가 기어를 바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