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현장에서 함께 역동하는 음악 - 렛츠락 페스티벌 1일차 리뷰 [공연]

“우린 지금 여기에 살아 있어”

by 김효중 에디터
2026.10.12 14:52
이 브라우저에서 최근 읽은 글입니다.
      이전에 읽던 글입니다.

       

      “주위를 봐, 빙도는 사람들

      그 속에서 나만 평평해

      다들 빙글빙글빙글”


           

      김승주의 <빙글지구> 속 가사와 달리, 첫날 도착한 렛츠락 페스티벌 스탠딩존에서는 ‘빙글지구’에 맞춰 다 같이 둥글게 돌고 있었다. 그 속에서 평평한 건 하늘과 무대뿐, 모두가 자유롭게 각자의 방식대로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이어폰 너머로만 듣고 좋아하던 음악이 현장에서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함께 호흡하고 즐기는 음악이 된 순간, 움악이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이 확 와닿았다.

       

      나에게는 처음으로 가본 락 페스티벌이었던 ‘렛츠락 페스티벌’의 하루는 그렇게 ‘살아 있는’ 음악과 함께한 하루였다.

       

       

      2026LRF_MAIN POSTER_FIN.jpg

       

       

       

      “우린 지금 여기에 살아 있어” :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함께 완성해 간 무대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이번 렛츠락 페스티벌의 첫 날 라인업은 ‘바비핀스’, ‘앨리스신드롬’, ‘김승주’, ‘윤지영’, ‘지소쿠리클럽’, ‘PITTA(강형호)’, ‘남우현’, ‘쏜애플’, ‘넬(NELL)’, ‘Nothing But Thieves’의 무대로 채워졌다.

       

      최근 주목 받기 시작한 신예 뮤지션들부터 ‘LEGEND OF LETSROCK’ 이라는 세션으로 초대받을 만큼 반열에 오른 아티스트들까지, 본인들만의 뚜렷한 색깔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함께해서 더욱 듣고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그 중 김승주와 쏜애플의 무대는 곡의 의미가 재구성되는 느낌이 새롭게 다가왔다.

       

      서두에 이야기한 김승주의 <빙글지구> 뿐만 아니라 <엔진>, <주인공의 법칙>, <소년만화>, 그리고 최근 앨범의 <불행의 역사>까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곡들이었지만 라이브로 관객들과 함께 했을 때 그 곡의 의미가 좋은 의미로 다르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소년만화를 보며 꿈꾸었던 어른이 되지 못하고(‘소년만화’), 여전히 불안한 채로 현실이아닌 다른 곳에 머물기를 꿈꾸다가 (‘주인공의 법칙’), 결국 태생적으로 엉망진창의 어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체념에 이르기까지 (‘불행의 역사’) 김승주의 곡들의 기저에는 ‘불안함’이라는 정서가 깔려있었다.

       

      곡 속에서는 이러한 불안함이 어딘지 모를 불안정한 도피처들로 향했지만, 아직은 무대가 낯선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함께한 페스티벌에서는 이 불안함을 자유롭게 발산하면서도 그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용적인 공간을 함께 만들었다. 잠시나마 만들어진 그 도피처에서의 시간이 아티스트에게도 관객들에게도 다시 마주할 현실에 조금이나마 위로와 응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쏜애플의 곡들 역시 인간 밑바닥의 짙은 고독과 삶의 의미에 대한 의문들을 담은 곡들이 많다. 어둡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곡들이 페스티벌 현장에서 연주되고 관객들과 아티스트가 함께 호흡하자, 곡들이 가진 무게는 새로운 에너지로 바뀌었다.

       

       

      KakaoTalk_20261012_033826034_14.jpg

       

       

      특히 <아지랑이>라는 곡 속 반복되는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있어’라는 절실하고 외로운 확인이 ‘우리가 지금 여기 살아있어’라는 새로운 선언으로 다가왔다.

       

      열정적인 연주와 어려운 기교를 소화해내는 보컬, 그리고 그들의 무대에 환호하는 관객들이 오롯이 그 순간에 함께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그 순간만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함께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하루를 살아남아요’(‘시퍼런 봄’)라는 애처로운 바람이 정말 서로에게 가 닿은 듯한 순간이었다.

       

      이렇게 페스티벌 현장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곡과 가사의 의미를 생각해보니, 음악이 그저 아티스트들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같은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또 무대와 호흡하며 바뀌어가는, ‘살아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소쿠리클럽의 무대에서는 발견의 기쁨과 라이브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번 페스티벌 전에는 ‘Peanut butter Sandwich’ 라는 곡으로만 알고 있던 밴드였는데, 무대 위에서 즐기는 각 멤버들의 모습이나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새로운 편곡들이 자꾸 지소쿠리클럽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특히 ‘Kill Me’라는 곡에서 보컬을 포함한 각 멤버들의 실력과 매력이 돋보였고, ‘후후후’하며 반복되는 관객과 교감하는 부분들도 재미있게 다가왔다.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알게 된 다른 곡들도 특히 요즘 날씨와 너무 잘 어울리고 매력적인 곡들이어서, 앞으로도 계속 지소쿠리클럽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될 것 같다. 음원으로만 듣기보다는 무대에서 직접 봐야 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지소쿠리클럽이 아닐까 싶었다.

       

      ‘노을 진 하늘과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어떤 날 중에 그런 날’)이 함께 했던 넬의 무대는 모든 게 완벽했다.

       

       

      KakaoTalk_20261012_033826034_05.jpg

       

       

      Still Sunset으로 문을 연 무대 이후 노을이 지기 시작한 하늘과 넬의 무대가 이루어내는 조화가 오랫동안 잊기 어려운 장면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Dream catcher와 Good Night이라는 곡을 모두 좋아해서 라이브로 언젠가 꼭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렛츠락 페스티벌 무대에서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처럼 넬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곡들과 락 장르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Blue eyes, Hollow, 또 넬만의 신비로운 사운드를 담은 Ocean of Light, 떼창 구간을 넣은 기억을 걷는 시간 등 50분 안에 넬의 다양한 매력을 가득 보여줄 수 있는 곡들로 셋리스트가 구성되어서 한 곡 한 곡 나올 때마다 감탄하면서도 알차게 즐길 수 있었다.

       

      이전 넬의 곡들을 듣기만 할 때에는 넬이라는 밴드와 곡들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 워낙 뚜렷하다 보니 곡 안에 관객들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지, 함께 공연 안에서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페스티벌에서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즐기는 무대를 보며 정말 ‘거대한 빛의 파도 속에서’ 그동안 알고 있던 곡들이 다시 태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Ocean of Light’) 그래서 (나로서는) 넬의 곡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새삼스레 하나 더 알게 된 것 같아 괜스레 기뻤다.

       

      위 언급한 무대들 이외에도 자신만의 보컬과 감성을 매력 있게 보여준 윤지영의 무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락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PITTA의 무대, 아이돌 답게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했던 우현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이자 1일차의 헤드라이너였던 Nothing But Thieves는 남다른 성량과 보컬 스킬, 연주와 퍼포먼스도 압도적이었다.

       

      이번 렛츠락 페스티벌을 통해서 자유롭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라이브를 통해 접하는 음악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또한 락 페스티벌의 공간에서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함께하며 만들어가는 새로운 음악의 의미와 그 면면들이 새롭고 인상적이었다.

       

      20주년을 맞은 렛츠락 페스티벌이 만들어낸 그동안의 무대들도 이렇게 음악을 새롭게 다가가도록 만들며, 수많은 아티스트, 그리고 관객들과 함께해 왔을 것이다. 앞으로의 렛츠락 페스티벌도 이렇게 계속해서 우리 곁에, 음악 곁에 있기를 바라본다.

       

       


      김효중 태그 .jpg

       

       

      이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김효중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Review] 온 세상이 되어준 너에게 - 온 세상이 QWER이다 [도서]
      2. 02 [Review] 읽히고 다시 쓰이기를 반복하며 역동하는 이야기 - 매거진 조이 Vol.1: 집이 없어
      3. 03 [Opinion] 진심을 담아 재생한 ‘나’라는 미디어 - 박소은 3rd EP ‘B급 미디어’ [음악]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