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락이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 - 2026 렛츠락 페스티벌

락 문외한의 생애 첫 락 페스티벌

by 하상은 에디터
2026.10.12 13:19
이 브라우저에서 최근 읽은 글입니다.
      이전에 읽던 글입니다.

      f.png

       


      오래도록 인터넷에 떠도는 짤이 하나 있다.

       

      "락이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

       

      나는 '락'을 떠올리면 락스타도, 헤비메탈도, 페스티벌도 아닌 그 문구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어쩌면 락에 대해 무지한 내게는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 말은 모순적이게도 락으로 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애초에 락뿐만 아니라 예술로 밥 벌어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건 모두가 아는 이야기다.

       

       

      락체.jpg

       

       

      친구와 함께 렛츠락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에서 지하철로, 다시 지하철에서 또 다른 버스로 갈아탄 끝에 난지한강공원에 도착했다.

       

      그날 난지한강공원은 돈이 안 된다던 락을 보러 몰려온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 락에 큰 흥미가 없던 나는 특정 가수를 보러 갔다기보다 그저 페스티벌의 흥취를 느끼고 싶었을 뿐이라 큰 감흥 없이 피크닉존에 하얀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크기변환]ㅜ.jpg

       

       

      10월의 서울은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였지만 이날만큼은 비 소식이 무색할 정도로 따사로운 햇빛이 정수리 위로 쏟아졌다. 더위와 허기를 달래기 위해 푸드 트럭 존으로 향한 우리는 타코 세트와 닭강정을 시키고 레몬 맥주를 한 잔씩, 그리고 한 잔씩 더 마셨다. 페스티벌 존 한쪽에 자리 잡은 포토부스에서는 '생애 첫 락 페스티벌'이라는 이날의 영광을 기념하기 위한 사진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며칠 후 가계부를 정리하고서야 알았다. 티켓값을 빼고도 교통비, 식비, 기념품비 등등… 적지 않은 금액을 썼다는 것을.

       

      그렇다. 돈이 안 된다던 락을 즐기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필요했다.

       

      내가 쓴 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그건 아마도 티켓 한 장 값이 나뉘어 닿는 곳, 무대 위의 밴드와 보이지 않는 곳의 스태프들, 푸드 트럭 사장님의 하루 매출, 그리고 내년에도 이 무대가 열릴 수 있게 하는 어떤 가능성이었을 것이다.

       

      예술가가 "보여주겠다"고 말할 때, 그 말을 현실로 만드는 건 결국 표를 사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다. 돈이 안 된다던 락은 사실 누군가 기꺼이 지갑을 열 때만 겨우 돈이 되는 것이었다.

       

       

      ㅇ.jpg

       

       

      어느덧 이른 시간부터 시작해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페스티벌은 끝을 향해 달려갔다.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할 헤드라이너, 자우림이 무대에 오르려던 바로 그때 거짓말처럼 하늘에서 비가 쏟아졌다. 아침부터 정수리를 달구던 햇빛은 온데간데없었다. 사람들은 우산을 펴고 돗자리를 걷느라 어수선해졌고, 들떠 있던 분위기도 한풀 꺾였다. 티켓값에 날씨 보상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아테나〉의 전주가 시작되자 빗줄기 사이로 소리가 몸을 때리듯 밀려왔다. 기분이 가라앉기는 커녕 오히려 더 신이 났다. 큰 감흥 없이 돗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어느새 일어나 비를 맞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젖은 머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무도 비를 피하지 않았다.

       

      무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몸을 좌우로 흔드는 사람, 카메라를 들고 무대 위 가수의 모습을 담아내는 사람, 노래에 몸을 맡긴 채 온전히 현장을 즐기는 사람 등. 어디서 온 건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수백명 사람들이 한데 모여 몸을 뒤엉킨 채 관객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새로 태어나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락이 돈이 된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건 무대 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그 말이 진짜가 되려면 객석에서 누군가 지갑을 열어야 한다. 비를 맞으며 서 있던 나는 그 말을 한 적이 없지만, 어쩌면 그 말이 사실이 되는 데 한몫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KakaoTalk_20261011_011119825.jpg

       

       

      무대 위의 사람들은 그 한마디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덜어내며 살아왔을까.

       

      작년 가을, 예술 관련 교양 수업에서 한 음악 전공 학생의 발표가 떠올랐다.

       

      "저는 음악을 하고 싶은데, 이걸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줄곧 생각해왔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음악을 하시는 주변 어른분께 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분의 대답을 듣고 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죠."


      "네가 원하는 걸 하고 싶으면, 좀 덜 먹으면 돼."

       

      보여주겠다고 말하는 건 예술가의 몫이다. 그리고 그 말이 거짓이 되지 않게 영수증에 한 줄을 보태는 건 관객의 몫이다.

       

      그 한 줄이 쌓여, 누군가 덜 먹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이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하상은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Project 당신] 절대로 밤 9시 이후에 떠오르는 삶에 대한 생각을 믿지 마 [자기소개]
      2. 02 [Opinion] 거제? 야호-! 중소 아이돌이 K-POP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사람]
      3. 03 [Opinion] 근본이 중요한 이유. [문화 전반]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