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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가을에는 역시 락이지! - 렛츠락 페스티벌 2026

가을, 돗자리, 그리고 록 음악

by 이하영 에디터
2026.10.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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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은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다. 단풍이 물들고 바람이 제법 쌀쌀해지는 계절에는 역시 락이다. 기후변화로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요즘, 얇은 트렌치코트를 꺼내 입을 수 있는 날이 오면 부지런히 가을을 누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가 저물어도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하루 종일 야외에서 피크닉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이럴 때는 돗자리 하나를 챙겨 밖으로 나가야 한다.


      야외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무대 가까이에서 조명을 받으며 악기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들은 스탠딩 존으로 향한다. 리듬에 몸을 맡기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마음껏 뛰어논다. 반면 여유로운 피크닉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는다. 전광판으로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감상하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을을 만끽한다. 즐기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은 결국 음악이다.


      올해 렛츠락 페스티벌은 10월 초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렸다. 20주년을 맞아 탄탄한 라인업으로 돌아온 렛츠락은 국내에서 오랜 전통을 이어온 락 페스티벌 중 하나다. 여러 음악 페스티벌 중에서도 내가 유독 락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이유는 밴드 음악의 진가가 라이브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것과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는 것은 사뭇 다른 경험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음원과 달리 공연장에서는 악기와 보컬 각각의 존재감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드럼의 타격감과 베이스의 진동, 기타의 거친 질감이 한데 어우러지면서도 저마다의 소리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악기들이 만들어 내는 소리의 층위와 라이브마다 달라지는 미세한 소리의 차이가 들리는 순간 짜릿하다. 소리가 가진 진동과 에너지가 온몸으로 전해지면서, 음악은 단순히 소리를 넘어 몸으로 경험하는 무언가가 된다.

       

      그래서 밴드 음악이 좋다. 밴드 음악을 들으면 가슴이 뛰고,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일상에서 음악을 듣는 동안에는 그 행위에 끼어드는 방해 요소가 너무 많다.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을 틀어두거나, 이동하는 동안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 일이 대부분이다. 음악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드물다.


      하지만 페스티벌에서는 다르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는 일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움직임은 함께 즐기는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든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음악을 즐기고 있다니. 낯선 사람들과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박자에 맞춰 뛰어오르는 경험은 일상에서 쉽게 얻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특히 페스티벌에는 특정 아티스트의 팬이 아니더라도 음악 자체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많다. 아티스트들 역시 정해진 공연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곡을 들려주기 위해 멘트를 아끼곤 한다. 무대가 바뀌어도 음악은 계속된다. 하루 종일 음악이 끊이지 않는 공간에 머물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여기가 천국인가 싶다.

       

       

       

      가을의 낭만부터 한밤의 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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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하늘은 맑았다. 올해는 낮부터 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많아 일찍 공연장을 찾았다. 이번 렛츠락은 20주년 답게 탄탄한 라인업으로, 초반은 최근 인디 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다.


      한국 인디 신에는 실력 있는 여성 솔로 아티스트가 많은데, 그중 윤지영은 내가 특히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비교적 잔잔한 음악을 선보이는 그의 부드러운 음색은 가을과 잘 어울린다. 윤지영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음악 안에 담긴 감정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페스티벌에서 음악을 들을 때는 평소보다 가사를 오래 곱씹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음악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일까. 이날은 '우우우린'의 가사 중 '우린 너무 닮아서 서로 다른 그 작은 점을 사랑해'라는 구절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가을은 역시 사랑의 계절인가 보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윤지영이 노래하는 사랑에 잠시 취했다.


      반면 지소쿠리클럽의 음악은 가을보다 여름에 가깝다. 트로피컬한 리듬을 기반으로 한 경쾌한 사운드가 특징이기 때문이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peanutbutter sandwich'다. 여담이지만 앨범 커버도 꽤 맛있게 생겼다.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리듬과 무대 위에서 진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멤버들의 모습이 어우러지니 자연스레 흥이 올랐다.


      이어서 남성 솔로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펼쳐졌다. PITTA(강형호)와 남우현이다. 두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모두 본래 소속된 그룹이 있으며, 그 그룹의 주된 음악적 색깔이 락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PITTA는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 남우현은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 소속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가진 두 아티스트가 락페스티벌에서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궁금했다.


      두 사람의 무대는 모두 밴드 세션을 기반으로 했지만, 그 안에서 드러나는 개성은 확연히 달랐다. PITTA는 성악을 기반으로 한 폭발적인 가창력과 강렬한 락를 보여줬다. 특히 인상 깊었던 무대는 '오페라의 유령' 락 버전이었다. 성악 특유의 극적인 표현과 거친 밴드 사운드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PITTA 본인도 평소 페스티벌의 마지막 곡으로 이 무대를 자주 선택한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남우현은 보다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아이돌 음악은 하나의 앨범 안에서도 댄스, 발라드, 락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다. 남우현의 솔로 음악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드러났다. 'Only 직진'과 같은 곡에서는 2세대 아이돌 특유의 로맨틱한 감성이 느껴졌다. 노래뿐 아니라 무대 위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에서도 오랜 아이돌 활동으로 다져진 무대 매너가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팬들을 살뜰하게 챙기고 호응을 이끌어 내는 모습이 멘트를 어려워하는 다른 밴드들과 사뭇 다른 풍경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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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쏜애플의 무대부터는 공연장의 분위기가 한층 강렬해졌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춰 온 밴드답게 악기 간의 호흡이 정교했고, 악기 솔로 또한 인상적이었다. 여러 페스티벌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 온 공연 중심의 밴드답게 무대의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별다른 멘트 없이도 사운드만으로 스탠딩석에 모인 관객들을 흥분시켰다.


      밴드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라이브 공연마다 달라지는 편곡을 감상하는 재미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하는 날의 분위기와 멤버들의 호흡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완성된다. 때로는 사소한 변주 하나가 곡 전체를 새롭게 느끼게 한다. 오랫동안 함께 연주해 온 밴드일수록 이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쏜애플의 무대에서는 특히 그 점이 두드러졌다.


      쏜애플의 음악은 철학적이고 심오한 가사, 어둡고 강렬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가사가 만들어 내는 세계와 사운드가 긴밀하게 맞물려 음악 전체에 독특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번 무대에서는 '시퍼런 봄'이 특히 좋았다. 올봄에 자주 들었던 노래인데, 가을에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계절이 달라졌지만 좋은 노래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쏜애플이 강렬한 사운드로 공연장을 채웠다면, 넬은 그 강렬함 속에 섬세한 감정을 더했다. 넬의 음악은 유독 가을과 잘 어울린다. 보컬의 감성적인 미성과 섬세하게 쌓아 올린 사운드 때문일까. 넬 하면 흔히 '기억을 걷는 시간'을 떠올리지만, 이들의 음악에는 생각보다 강렬한 락사운드를 가진 곡도 많다. 오랜 시간 활동해 온 밴드인 만큼 음악적 스펙트럼도 넓다. 넬 역시 관객을 뛰어놀게 할 줄 아는 밴드다.


      넬의 공연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음악과 주변 풍경이 어우러지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늘 무대의 분위기까지 섬세하게 준비하는데, 이날도 일몰 시간에 맞춰 'Still Sunset'을 연주했다. 비록 일몰에 맞춰 노래를 듣지 못했지만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해가 서서히 기울었고, 어느새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음악에 귀를 기울이다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본 풍경이 무척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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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하늘 아래에서 듣는 'Ocean of Light'는 또 얼마나 황홀했는지 모른다. 음악은 그대로인데 주위의 빛과 온도, 바람이 더해지면 전혀 다른 감상이 든다. 야외 페스티벌에서 음악을 듣는 일이 특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연장 안에서는 미리 준비한 연출만으로 무대가 완성되지만, 야외에서는 주변의 풍경까지 무대의 일부가 된다. 그날의 하늘과 바람은 다시 재현할 수 없기에 그 순간의 음악도 단 한 번뿐인 기억으로 남는다.


      어느덧 해가 완전히 지고, DAY 1의 헤드라이너인 영국 밴드 Nothing But Thieves의 무대가 시작될 시간이 다가왔다. 이들에게 주어진 공연 시간은 무려 80분이었다. 그만큼 무대 준비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악기 교체가 잦은 것을 보며 오랫동안 세계 각국의 페스티벌을 누벼 온 밴드는 사용하는 장비부터 다르구나 싶었다.


      Nothing But Thieves는 대중적인 멜로디에 하드록의 강렬한 사운드를 결합하는 밴드다. 팝적인 접근성을 갖추면서도 기타와 드럼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풍부한 사운드가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앞서 감상한 국내 아티스트들과는 들어보지 못한 또 다른 음악적 색깔을 경험할 수 있어 기뻤다.


      공연 도중 멤버들은 10년 전에도 한국에 온 적이 있다며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20주년을 맞은 렛츠락 페스티벌에 이들이 헤드라이너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오랜 시간 음악을 해 온 밴드가 다시 한국을 찾고, 오랜 시간 이어져 온 페스티벌의 무대에 선다는 것. 그사이 밴드도, 페스티벌도, 관객들도 저마다의 시간을 지나왔을 것이다.


      늦은 시간까지 수많은 관객이 이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한밤의 한강을 가득 채웠다.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노래하고 뛰어올랐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비슷한 마음으로, 함께 환호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말은 흔히 쓰이지만, 이런 풍경을 마주할 때면 그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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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동안 쌓아온 렛츠락의 노하우


       

      이번 렛츠락 페스티벌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아티스트들의 무대만이 아니었다. 음악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과 운영 방식 역시 만족스러웠다.


      난지한강공원은 부지가 넓은 만큼 공간 활용이 잘되어 있었다. 푸드존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고, 음식 종류도 다양했다. 음식을 구매하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화장실 역시 수가 많고 깨끗하게 관리되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최근 여러 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협찬 부스와 체험형 이벤트를 만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부스는 공연 외에도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렛츠락에서는 화려한 부대 행사보다 관객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공연 사이에 충분히 쉴 수 있고,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불필요한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만족감을 줬다.


      스탠딩 존과 피크닉 존 모두 공간이 넉넉했고, 그늘이 많아 쉬어 가기에도 좋았다. 어느 자리에서나 무대를 비교적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현장 안내원들은 전문적이고 친절했으며, 페스티벌 부지 내 음식과 물품 가격도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오랫동안 페스티벌을 운영하며 쌓아 온 주최 측의 노하우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공연을 즐기는 데 있어 편의시설은 음악과 무관한 부차적인 요소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관객이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는 그 외의 불편함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공연을 보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이동하고, 야외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잘 갖춰진 편의시설과 안정적인 운영은 공연의 완성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조건이다. 이번 렛츠락은 그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내가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여러 아티스트의 공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음악을 중심으로 하루의 시간이 흘러간다는 점이 좋다.


      가을은 짧고, 페스티벌의 하루는 그보다 더 짧다. 하지만 그날 들었던 음악은 계절이 지나도 오래도록 남는다. 언젠가 같은 노래를 다시 듣게 된다면, 난지한강공원의 선선한 바람과 붉게 물들던 하늘, 한밤의 한강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함께 떠오를 것이다.


      20년 동안 이어져 온 렛츠락 페스티벌이 앞으로도 좋은 음악과 함께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 주기를 바란다. 다음 가을에도 돗자리를 챙겨 한강으로 향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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