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넷플릭스는 <대환장 기안장> 시즌2를 공개했다. <대환장 기안장>은 웹툰 작가 출신인 기안84가 자신이 꿈꾸던 집을 직접 디자인하고, 그곳에서 민박집 사장으로서 여러 연예인 직원과 함께 숙박객들을 맞이하며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마치 거인의 집을 연상케 할 만큼 큰 집이 탄생했다. 기안84는 사람들이 무엇이든 큰 것을 좋아하고 큰 집이나 넓은 방을 선호하는 모습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젊은 시절 친구의 자취방에서 놀던 기억이나 어린 시절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법한, 동심이 가득한 집을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방송에 처음 등장한 집의 모습을 보자 나는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인 <잭과 콩나무>, <걸리버 여행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올랐다. 신기함도 잠시, 이내 저렇게 불편한 공간에서 어떻게 생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런 생각한 나 자신을 보고, “나도 동심을 잃었구나” 싶었다. 그러던 중 피터팬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에는 어른들이 왜 어린 시절의 꿈을 기억하지 못하고, 피터팬과 팅커벨의 존재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되는지 묻는 장면이 나온다. 즉, 피터팬 속 어른들은 동심을 잃어버린 존재들이었다.
문득 어린아이의 뇌가 떠올랐고, 이러한 변화 역시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린아이들의 뇌에는 성인보다 더 많은 시냅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어린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신경세포 사이의 연결이 정리되는 ‘시냅스 가지치기’가 일어난다. 이는 자주 사용되는 연결은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덜 사용되는 연결은 제거함으로써 뇌의 기능을 효율화하는 과정이다.
물론 이러한 신경학적 변화가 동심의 상실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이 과정은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된 이후의 우리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어린 시절에는 현실적인 가능성이나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서 그러한 상상은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점차 뒷전으로 밀려난다.
대신 이성적이고 계산적이며 편리한 선택을 우선시하게 된다. 마치 뇌가 불필요한 연결을 정리하듯, 우리 역시 현실에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상상과 행동을 하나둘씩 덜어 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안84가 만든 집과 가구는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직원들은 공간 곳곳에서 느껴지는 불편함과 피로감에 불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안84는 직원들에게 “불편해야 추억에 더 오래 남아”라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들은 불편함 속에서도 어린 시절의 동심과 순수함을 되찾은 듯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야외에서 아이들처럼 눈밭을 하염없이 뛰놀고, 수련회나 수학여행, 소풍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 속에서 숙박객들과 함께 게임하고 식사를 즐겼다. 일상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잠시 내려놓자, 어른들의모습에서도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함이 되살아난 것이다.
숙박객들 역시 이 공간에서 불편함을 경험하면서도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고, 일상에서 벗어난 휴식과 치유를 얻는 듯했다. 이 모습을보며 나는 우리가 잊고 지낸 동심이 단순히 과거의 추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된 지금의 삶에도 필요한 감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들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점점 더 빠르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 반대로 낯설거나 불필요해 보이는 것에는 쉽게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과거에는 초등학생들이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사생대회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자유롭게 펼치는 경험을 하곤 했다. 물론 지금도이러한 활동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그 기회는 줄어들었다.
아이들은 또한 디지털 환경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상상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그려 볼 기회도 줄어들고 있는듯하다. 어쩌면 이러한 변화가 아이들이 별다른 목적 없이 동심을 키우고 추억을 쌓을 여유마저 줄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가끔은 어른과 아이들 모두 아무생각 없는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엉뚱하고 유치한 일을 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목적이나 성과를 따지지 않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아날로그적인 일상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 말이다. 모든 행동이 반드시 효율적이고 합리적이거나 의미 있을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잊고 있던 순수한 즐거움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