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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새해를 실감하는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핑계고 시상식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유재석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채널 뜬뜬의 대표 프로그램은 어느새 내 일상 속 '밥 친구'가 되었다. 그런 핑계고가 이번에는 여행 예능 풍향고 시즌2로 돌아왔다.

 

풍향고는 2024년 처음 시작된 시즌제 콘텐츠다. 이름의 시작은 배우 황정민의 말실수였다. 핑계고를 “풍향고”라고 잘못 부른 그 한마디가 웃음을 낳았고, 결국 실제 여행 콘텐츠로 이어졌다. 사파 여행으로 만들어진 첫 시즌은 예상 밖의 재미를 선사했고 그 여파로 핑계고 시상식에서 황정민이 대상까지 받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농담처럼 시작된 말이 하나의 시리즈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번 시즌에는 유재석을 비롯해 지석진, 양세찬,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배우 이성민까지. 다소 낯선 조합이 여행길에 올랐다. 목적지는 오스트리아 빈. 지난 시즌보다 훨씬 커진 규모와 긴 이동 시간만으로도 이번 시즌의 스케일을 실감하게 한다.

 

사실 연예인 여행 예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익숙한 포맷, 비슷한 일정, 화려한 소비. 보는 재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새로움은 점점 옅어진다. 때로는 “또 여행 예능인가” 싶은 피로감이 먼저 들기도 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풍향고 시즌2는 공개 2주 만에 850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강한 관심 속에 출발했다. 단순한 스타 파워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반응이다.

 

풍향고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하다. “No 어플리케이션.” 출연진은 여행 중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 사전 예약도 금지다. 허용된 준비물은 비행기 티켓과 지도, 여행책뿐. 숙소도 현장에서 직접 찾아야 한다. 모든 것이 예약과 검색으로 돌아가는 시대에 꽤나 낯선 환경이다.

 

인터넷이 사라지자 여행은 곧바로 변수의 연속이 된다. 빈에 도착한 첫날부터 숙소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식당 앞에서 메뉴를 몰라 고민하며, 지도를 들고 길을 헤매는 상황이 이어진다. 효율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순간의 선택과 우연이 커진다. 시청자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웃고 동시에 묘한 향수를 느낀다. 마치 여행이 아직 완벽히 통제되지 않던 시절로 잠시 돌아간 듯한 감각이다.

 

물론 나의 경우 그 시절을 직접 경험한 적은 없다. 하지만 화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마주한 그 불편함과 우연은,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여행이 오히려 더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그 불편함이 재미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예상이 빗나가고 계획이 틀어질수록 멤버들의 성격과 케미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길을 헤매는 순간조차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고, 작은 성공이 더 크게 느껴진다. 편리함 대신 경험이 중심이 되는 구조다.

 

풍향고 시즌2는 거창한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잊고 지낸 여행의 본질을 가볍게 상기시킨다. 모든 것이 빠르고 정확한 시대에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더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 계획보다 우연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것.

 

덕분에 매주 토요일이 기다려진다.

 

 

 

에디터 윤민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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