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를 알아가는 사람 – 하트시그널 시즌 2 [드라마/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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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만 타며 애태우는 청춘 남녀들을 위한 무의식이 보내는 심장 신호 하트 시그널이 밝혀진다! 무한한 썸을 타는 공간 '시그널 하우스'를 찾아온 청춘 남녀들의 짜릿한 두 번째 동거 이야기
# 제일 중요한 건 “나를 알아가는 사람”
하트 시그널의 새로운 시즌이 막을 열었다. 벌써 시즌 4까지 이어져 온 시그널 추리게임 <하트시그널>.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남녀 4명이 우연이 한 집에 살게 되며 일어나는 아찔하고도 스릴 넘치는 연애 프로그램이다. 처음부터 좋은 이미지를 안고 시작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새로운 플랫폼이기에 시청자들에게 낯선 기분을 선사하기도 했다. ‘낯설다’는 감정은 늘 사람들에게 신선함만 줄 수 없기에 비판의 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 <하트시그널>에 대해 글을 적어내려가는 이유.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인생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니. 너무 거창한 표현이 아닐지 우려하는 사람도 있을 터. 그러나 하트시그널 속엔 사랑에 빠져 헤엄치는 남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애를 할 때 우리는 상대방보다 나를 더 많이 알아가듯이, 출연자들이 자신을 알아가는 모습 또한 이 프로그램에 담겨 있다. 나는 오늘 이 글을 통해 하트 시그널을 연애 위주가 아닌 ‘나를 알아가는 사람들’을 위주로 바라보는 시각을 다른 이들에게도 제공하고자 한다.
수많은 시리즈가 있지만 오늘 얘기해 보고 싶은 것은 바로 <하트시그널 시즌 2>. 가장 많은 이슈를 불러일으킨 시즌이다. 화제의 인물들이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검색을 차지하거나, 그들이 사용하는 옷, 신발, 듣는 음악까지 화제가 되었기 때문.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큼 나에게도 시청자들에게 큰 임팩트를 남겼다. 하트시그널 시즌 2를 본 시청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 출연하여 몰입하기가 쉬웠고, 그래서 더 프로그램을 열정적으로 챙겨보기 시작했다.”
“영상미과 배경음악이 기가 막히다. 리얼리티이지만 한 편의 영화 혹은 드라마 같은 연출로 눈과 귀를 쉬지 않고 매혹시켰다.”
맞는 말이다. 하트시그널 시즌 2는 방영 당시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가져가며 금요일 밤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다른 이들의 의견은 위와 같지만, 내가 느낀 하트 시그널의 매력은 조금 비슷하지만 다르다.
우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몰입이 쉬웠다는 말에 크게 동감한다. 그러나 나에겐 이들이 일반인이기에 나와 비교가 되었다는 말이 조금 더 맞겠다. 만약 출연자가 좋아하는 이성에게 표현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나라면 혹은 나였다면 저렇게 했을 텐데”라고 평가해 본 적 있지 않은가. 마치 입야구를 하는 사람처럼 출연자들의 행동을 판단하기 바빴다. 사람이 사랑에 빠질 때의 표정, 행동, 말투가 같은 사람이 TV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면 난 너무 놀라서 그 프로그램에서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마치 3인칭의 시점으로 내 연애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달까.
그렇다. 출연자와 나와의 행동을 비교해가며 진짜 나의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이 바로 이것이다. 흔히 “나는 원래 이렇고, 저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행동해”라고 말할 때 나는 그 말이 진실인지 한 번 더 검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트 시그널 시즌 2는 이런 모순적인 자기 확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출연자 오영주의 출연 후기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다.
“저의 연애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어서 부끄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마치 중학생처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사랑할 때의 모습을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출연하기 전 오영주는 사전 인터뷰에서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서 진심 어린 사랑을 해본 적 같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녀는 하트시그널 시즌 2에 출연하면서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데이트를 신청하거나 서운함도 크게 표시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출연자 오영주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했다는 건 여성들 모두 그녀와 같은 경험을 해서가 아닐지. 단순히 연애적인 경험이 아니라 그녀가 프로그램을 통해 겪었던 자기 확인을 시청자들 모두 경험하여 더욱더 큰 공감을 산 것은 아닐지 감히 예상해 본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랑을 할 때의 나의 모습은 그 누구에게도 쉽게 보여줄 수 없는 모습이다. 오죽하면 나에게도 그 진실한 모습이 안 비칠 때가 있단 말인가. 프로그램에서는 조금 더 용기 있게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난 반대로 사랑을 통해 용기 있게 자신에게 가까워지라고 말하고 싶다. 하트 시그널에 나오는 출연자들이 훌륭한 외모와 스펙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실패를 겪는 이유는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 위에 서 있기 때문이 아닐지. 본인이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라 솔직한 나의 모습. 그 모습을 드러낼 때, 나의 잠재력이 폭발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런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강하게 느끼는 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나 자신을 알기 위한 노력이 너무 과했던 것일까. 출연자들이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행동을 할 때, 시청자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하트 시그널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환승연애, 솔로지옥, 썸바디 등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며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도 비례적으로 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옳지 않다. 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사랑할 때도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확인하려는 과정 안에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상식임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하고 상처받는 사람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9화에서 출연자 김장미는 이렇게 말한다.
“연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다.”
한 마디를 더 붙이겠다. 연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알아가는 사람이다. 내가 나를 모르면 그 누구도 나를 알 수 없음을 기억하며 하트 시그널 시즌 4에서는 또 어떠한 자아들의 향연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 본다.
[임주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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