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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빛이 머무는 디스토피아 - 지느러미 [영화]

박세영 감독의 《지느러미》는 오염된 바다를 막기 위해 4,000km에 이르는 거대한 장벽이 세워진 근미래의 통일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다.

by 신수빈 에디터
2026.07.1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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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영 감독의 《지느러미》는 오염된 바다를 막기 위해 4,000km에 이르는 거대한 장벽이 세워진 근미래의 통일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다. 유전적 돌연변이로 지느러미를 갖게 된 '오메가'는 인간과 공존하지만 감시와 통제 속에서 살아가고, 사회는 그들을 철저히 구분한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여러 사회적 불안을 하나의 세계 안에 포개어 놓는 방식에 있다.

 

환경오염과 기후위기, 통일 이후의 사회, 국가의 통제, 혐오와 배제, 프로파간다까지. 각각의 소재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 하나의 풍경을 이루며 서로를 비춘다. 그래서 영화 속 디스토피아는 먼 미래의 상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에서 시작된 감각처럼 다가온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이미지들은 과거의 역사적 기억을 자연스럽게 환기한다. 특히 오메가를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는 선전 영상은 특정 시대를 직접 재현하지 않으면서도, 국가가 공포를 조직하고 특정 집단을 위험한 존재로 규정했던 선전물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반복되는 구호와 화면의 구성은 단순한 세계관 설정을 넘어, 혐오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만들어지고 학습되는지를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영화는 이를 설명하기보다 이미지로 체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연출은 영화의 시각적 완성도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붉게 물든 하늘, 검은 빗방울, 거대한 장벽과 같은 상징적인 풍경들은 현실과 미래의 경계를 흐리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중에서도 수족관 장면은 영화관을 나와서도 눈앞에 계속 맴돌았다. 수족관 안을 가득 채운 푸른 물결 위로 미러볼의 빛이  물결을 따라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 빛은 통제와 불안으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도 잠시 피어나는 희망처럼 보이기도 하고, 끝내 붙잡을 수 없는 환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하나의 장면이 영화가 말하지 않는 감정들을 빛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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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역시 감정을 과장하기보다 공간의 울림과 적막을 활용해 화면이 지닌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한다. 덕분에 관객은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하나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빛과 소리, 그리고 이미지가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감각은 영화가 담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메시지를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든다.

 

《지느러미》는 하나의 답을 제시하는 영화라기보다, 오히려 환경과 정치, 혐오와 공존, 통제와 자유라는 동시대의 여러 질문을 하나의 세계 안에 겹쳐 놓고 관객에게 다시 되묻는다. 디스토피아는 미래를 상상하는 장르이지만, 결국 가장 선명하게 비추는 것은 현재다. 그리고 《지느러미》는 그 현재를 빛과 소리, 그리고 강렬한 이미지로 끝내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수족관 위를 떠다니던 빛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거대한 장벽을 보여주는 영화이면서도, 결국 그 장벽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흔들리는 한줄기 빛이다.

 

그리고 그 빛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질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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