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 〈체인소맨〉은 단행본 2,400만부 이상(2023년 4월 기준) 판매하는 인기만화이다. 작년에 개봉한 극장판의 경우, 한국에서만 345만명(2026년 6월 기준)을 몰며 한국에서의 인기도 크게 거뒀다. 이전에 함께 흥행한 〈귀멸의 칼날〉과 〈주술회전〉에 이어서 큰 인기를 거둔 〈체인소맨〉은 우리가 알던 소년만화라는 장르 안에서 말해지지만, 어쩐지 이 소년은 다르다.

소년 만화의 주인공은 기본적으로 정의감과 복수심에 차있다. 이전에 유행을 같이한 〈귀멸의 칼날〉과 〈주술회전〉을 보더라도 그들은 어떤 정의감의 현신인 것 마냥 누군가를 구하지 않고는 못 말린다. 그리고 그런 정의감은 그들이 나아가도록, 최후의 적을 무찌르려는 동력이기도 하면서 그것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것은 소년만화의 유구한 전통이자, 소년을 움직이는 추동이다. 나아가 소년만화의 '소년'은 단순히 주인공 소년이 아니다. 지금 이 시대의 소년들까지 포함한다. 그렇게 그들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너는 무엇으로 움직이니? 너는 무엇이 가장 무섭니? 그래서 너는 어떻게 성장하고 싶니? 소년만화의 주인공이 지닌 정의감과 착한 인성은 어쩌면 모든 소년을 향해 요구하는 것이자, 질문하는 것이다.
그러나 〈체인소맨〉의 주인공인 덴지는 그렇지 않다. 자신의 신체를 팔아서 어마어마한 액수의 빚을 갚고 급기야 포치타라는 조그마한 악마와 함께 위험한 악마들을 잡으러 다니는 덴지. 그에게 가장 갖고 싶은 것은, 그가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평범’이다. 그저 아침으로 식빵 한 장에 잼을 발라 먹는 일. 식빵 하나로 하루를 버티는 날들을 생각한다면 그런 일들이야말로 덴지가 이루고 싶은 꿈이다. 이후에도 덴지의 목표들은 세세하게 발전한다. 식빵에 잼 발라먹기, 여자 상사(마키마)와 키스하기 등 발전할지 언정 그런 목표들은 정의감과 다르게 어떤 일상에 붙어있다. 무엇보다 자기 희생과 먼, 자기 충족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앞서 소년만화는 지금 이 시대에 소년들에 대해서 질문하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체인소맨〉은 이런 대답을 내놓는다. 난 평범한 것조차 힘든데, 너희는 어때? 너희는 무엇으로 움직이니?

〈체인소맨〉은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목표들로 그 엄청나고 위험한 행위들을 해나간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주인공을 극빈한 청년으로 밀어붙였지만, 사실 이 마음은 우리와 닿아있다. 거창한 세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거라는 무력감과 피로, 그로 인한 무관심. 내 일상 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매일 숨이 벅차고 공포에 시달리는 우리의 모습. 그냥 하루에 잘 먹고 잘 자는 것조차 힘든 우리의 목표는 어쩌면 그 어떤 소년들보다 덴지와 닮아있는지 모른다.
다만 〈체인소맨〉이 형성하고 있는 평범이란 조금 웃기다. 소년 만화 답게 소년의 성별이 직접적으로 들어난다. 체인소맨이 주장하고 있는 (우리가 환상으로 가진) 평범한 삶이란 것이 젠더화되어 있다는 사실은 노골적으로 드러나 웃기기까지 하다. 그들이 바라는 평범이란, 그리고 그 평범한 삶을 이뤄내고 도달할 어떤 ‘인간’이란 젠더적으로 남성이다. 단순히 의식주의 문제로 국한되는 게 아니라, 여성과 키스해보기 섹스하기 등과 같이 남성으로서 치러야 하는 의례에 필요한 도구로 여성을 데리고 온다. 그런 면에서 〈체인소맨〉의 여성 캐릭터들이란, 특유의 고압적이고 높은 직위에서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그들은 끊임없이 남성의 성적 도구 혹은 남성화의 도구가 되길 자처하는 것 만 같다. 그들의 주체성의 또다른 발현은 이런 자처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