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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로맨스, 한 번도 너를 잊어본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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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영화제 자원활동에 참여했을 때, 상영관 운영팀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영화들을 관람할 수 있었다. 그때 봤던 영화들 중 가장 기억에 남다 못해 인생 영화가 된 영화는 바로 <킬링 로맨스>라는 영화였다.

 

<킬링 로맨스>는 장르를 하나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코미디 영화의 성격이 강하지만 블랙코미디 특유의 알싸함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뮤지컬 영화이기도 하다. 판타지적인 요소까지 살짝 가미되어 있어 처음부터 '현실성'이나 '개연성' 같은 건 일찍이 포기하고 편하게 감상하는 쪽이 마음 편하다.

 

이해하려고 하면 어이없을 수밖에 없으니 그저 웃겨주면 웃겨주는 대로 장면을 온전히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 감동까지 느껴진다.

 

 

 

JOHN NA 죽여주는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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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톱스타였던 배우 '황여래'는 어느 날 한 작품을 계기로 발연기 논란에 시달리고, 논란 이후 휴양차 '콸라 섬'을 찾는다. 여래는 도착하자마자 콸라 섬의 원주민들에게 위협받지만, 그때 섬의 대부호인 '조나단 나'가 나타나 그를 구해준다.

 

이를 계기로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조나단의 실상은 여래를 자신의 마음대로 휘두르는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게 조나단의 뜻대로 살던 여래는 마침 새로 이사를 간 곳에서 옆집에 살던 사수생이자 여래의 팬클럽인 '범우'를 만나게 되고, 그와 힘을 합쳐 조나단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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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매우 높은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장면 곳곳에 디테일이 가득하다.

 

예를 들어 조나단의 주제가인 <행복> (원곡: H.O.T)과 여래의 주제가인 <여래이즘> (원곡: 비-레이니즘)이 나오는 장면에서 노래방 화면처럼 가사 자막이 나온다든지, 범우와 여래가 조나단을 죽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때 등장하는 특유의 의성어를 광고마냥 큼지막한 폰트로 띄워준다든지.

 

하물며 사수생은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지경에 오른다는 설정까지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요소가 가득하다. 이런 디테일 덕분에 장면에 담긴 유머 코드가 극대화된다. '미칠 거면 제대로 미쳐라'의 교과서 같다고나 할까.

 

 

 

누나 왜 갑자기 감동을...?


 

<킬링 로맨스>는 웃기기만 한 영화가 아니다. 해괴망측한 B급 영화처럼 보일지 몰라도, 다 보고 나면 문득문득 스며드는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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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범우와 여래가 창문에 글씨를 써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좌우반전으로 글씨를 쓰는 게 어려워 우스꽝스럽게 써진 문장도, 애절한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간결한 말투(ex: 누나 가면 안 됨)도 어설프면서도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팬과 스타라는 관계에서 조력자로 발돋움하는 그들의 관계성, 그리고 조나단에게 대적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 등을 생각하면 단순한 개그씬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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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여래의 팬덤 '여래바래'가 모여 여래이즘을 부르며 조나단에 맞서는 장면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감동을 준다. 고작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 장면이라는 게 조금 황당하긴 하지만, 여래가 오랫동안 활동을 쉬었음에도 여전히 그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팬들이 마음을 모은다는 것이 얼마나 감동적인가.

 

이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동화책을 읽어주는 할머니가 등장해, 이 영화의 스토리가 동화 속 이야기라는 듯한 설정을 깔고 간다. 영화에 등장하는 지명 역시 이 이야기가 대놓고 허구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동경하고, 아끼고,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하고, 그러면서도 차마 죽이지 못하는 다채로운 인간의 면모들은 분명 우리의 모습이다.

 

왜인지 삶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는 <킬링 로맨스>를 보며 머리는 가볍게, 마음은 두둑하게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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