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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시인의 시집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를 관류하는 하나의 이미지는 상실, 부재, 결핍이다. 그는 버려지거나 사라진 것, 나아가 이미 죽은 것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담담한 어조로 고백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는 슬픔과 절망의 풍경으로 박제되지 않고 그 너머에 가닿는다. 상실과 부재가 현실의 언어와 감각을 재구성하고 그 의미를 변주 및 증폭하는 순간을 시인은 첨예하게 포착하여, 이를 진술하는 일에 몰두한다.

 

 문학평론가 고봉준은 시집에 대한 해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시집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에는 낭만주의의 세 가지 자아가 등장한다. 이것은 각각 이상적 낭만주의, 전투적 낭만주의, 미학적 낭만주의에 대응되는데, 이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분리 또는 결핍 의식이다. 박지웅 시에서 삶의 유예된 시간은 이상적인 세계, 그가 강제적으로 분리되었다고 생각하는 원초적 지점과의 '거리'에 의해 발생한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로 낭만주의의 자아가 등장하는 것, 그가 지향하는 세계로부터 강제적으로 분리되는 것은 모두 일종의 불능을 전제로 하며 동시에 그것으로 귀결된다.


 

그때는 눈앞이 캄캄했다 

이후, 한 팔을 잃은 연주자는 

남은 팔을 자주 꿈속에 집어넣었다 

악몽에 자꾸 손이 갔다 

도로에 떨어진 팔을 찾아 

꿈의 꿈속까지 들어가 뒤졌다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고 싶을 때 

기댈 곳이 꿈밖에 없었다 

가끔 새소리를 좇다 기묘한 길로 들어섰다 

꿈의 밑바닥에서 자란 넝쿨을 타면 

나뭇잎에 붙어 있던 새소리가 

까마득한 아래 소리의 묘지로 떨어졌다 

한 손으로 팔의 무덤을 헤치자면 

여지없이 땔감보다 못한 썩은 팔이 나왔다 

그렇게 한참 끌어안고 있으면 

죽은 팔이 마음속으로 밀려들었다 

하룻밤 하룻밤 또 하룻밤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모아 

만질 수 없는 것을 만들었다 

이제 숨을 불어 넣자 가늘게 소리가 눈을 떴다 

연주자는 없는 팔로 악기를 들었다 

불행 없이는 울리지 않는 악기가 있다

 

- 「심금(心琴)」 전문

 

 

그때, 라는 원인이 불분명한 상실. 연주자가 한 팔을 잃고 자신의 불능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는 자신의 남은 팔을 악몽 속으로 집어넣는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감각이 꿈속에서 작동하는 기이한 현상마저도 팔을 다른 무엇으로 대체하지 못한다. 꿈의 꿈속에서도 팔은 팔이다.

 

도로는 끝이 보이지 않고 화자는 잃어버린 팔의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반복적으로 상실의 현장을 찾는다. 문제는 상실감이 현실(외부 공간)에서 꿈(내부 공간)으로 전이되는 것을 넘어 상실의 공간이 도치된 것이다. 꿈이기에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고자 하는 것일까,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지고자 하기에 꿈인 것일까.

 

꿈의 이미지는 상승인가, 하강인가. 새는 하늘을 향하고 소리는 위로 퍼진다. 새소리가 묘지로 추락하는 것은 악몽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악몽은, 꿈의 밑바닥에서 자란 넝쿨이다. 이미 뒤틀린 채로 뻗어가야 하는 생물. 넝쿨 자신도 화자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불능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 밑바닥에서 자라나 새소리의 추락을 견뎌내야 하는 이유와 연주자가 한 팔을 잃게 된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알 수 없다. 불능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땔감은 자신의 쓸모를 알지만 썩은 팔은 무엇도 제공할 수 없는 비루한 물질이다. 잃어버린 신체는 낭만적으로 미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불능이 화자를 낭만화한다. 죽은 팔이 마음속으로 밀려드는 순간, 다시 꿈에서 현실로 이동하는 순간, 그러나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어 그저 하룻밤을 견뎌내야 하는 순간들이 모여 악기가 된다. 무엇도 발화할 수 없는 화자에게는 아직 음악이 남았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형식. 없는 팔이기에 들 수 있는 악기.

 

팔이 없다는 사실이 더는 불행이 되지 않을 때 비로소 찾아오는 당신의 불행.

 

 

너는 없다

 

좁은 문장은 벽과 바닥이 단단했다

빈틈이라고는 도무지 없었다 나는 비누처럼 웅크렸다
그는 없는 손을 뻗어 나를 문지르고 없는 얼굴을 씻고

없는 머리카락을 빗어 내렸다 다시 어디론가 나가려고 행동하였으니

없는 꿈을 꾸는 그가 나는 다만 우스울 뿐이었다

그는 없는 옷을 차려입고 없는 몸을 일으켜 없는 거울을 향해 

없는 미소 한번 지어 보이고 없는 신발을 신고

없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없어져버렸다

 

- 「없는 방」 부분

 

 

없는 너를 쓰고, 말하고, 담기 위해 만들어진 문장. 존재하지 않는 것을 언어 안에 감금하고자 하기에 나의 문장은 자꾸만 비좁아진다. 내가 한 팔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이미 당신은 그곳에 없다. 불행일까? 내가 악몽 속에서 없는 팔로 악기를 들 때 당신은 없는 꿈을 꾼다. 꿈이 어긋나 모든 것이 없는 방에 심지어 거울조차 없다. 내가 나를 알아볼 수 있는 마지막 기반마저 사라졌다.

 

없는 문을 열어 어디로 가는 것일까. 마지막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불능과 너의 불가능이 문틈으로 미끄러진다.

 

그의 시는 한 사람이 존재의 조건을 상실한 상태를 제시하되 회복의 서사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지 않는다. 욕망은 선명한데 대상이 부재한다. 돌아오지 않는 팔과 복원되지 않는 존재 너머에서 낭만주의적 불능을 선언하는 일. 팔이 없기에 악기가 울리고, 몸이 없기에 행위가 반복되고, 꿈이 없기에 꿈을 꿀 수 있는 그가, 나는 우습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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