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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주친 인연이 ‘나’를 건져 올리는 비밀통로가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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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 사이 작은 틈, 인생을 잠시 복습해 볼 수 있는 비밀통로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잃어버린 채 낯선 공간에 마주한 ‘동재’와 ‘서진’이 책이 가득한 방에서 만나게 된다. 둘은 방에 가득한 책들을 함께 만지며 살아있던 시절의 기억을 조금씩 떠올리게 된다."

 

작품은 생과 사 사이의 작은 틈을 '비밀통로'라 명명한다. 방에 가득한 책은 살아있던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통로’가 되고, 두 사람의 단절되었던 세계를 다시 연결하며 서로의 존재 자체가 곧 ‘비밀통로’가 된다. 무대 역시 이러한 '틈'의 이미지를 충실히 구현한다. 수직과 수평의 선이 강조된 책장과 선반은 그 자체로 수많은 ‘틈’을 만들어내며 보이지 않는 통로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작품의 근간에는 불교적 세계관이 짙게 배어 있다고 느껴진다. 두 인물의 영혼이 이승의 미련을 털어내는 서사 구조, 억겁의 시간 속에서 되풀이되는 두 사람의 인연은 불교의 ‘업’과 ‘윤회’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듯하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 완전히 죽을 수 있는 걸까?


 

작품이 던지는 삶과 죽음이라는 화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법한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이 질문은 관객 각자의 삶으로 확장되기보다 두 주인공의 특수한 인연을 설명하는 데 더 집중하며 마무리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반복되는 삶과 죽음이라는 설정이 윤회하는 두 주인공의 지독한 인연을 설명하는 도구로만 사용되면서 객석에 앉은 우리가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근본적인 질문의 힘이 옅어지게 된다.

 

두 배우가 빚어내는 감정적 교감에 집중하며 극을 따라온 관객이라면 이 작품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깊이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을 법하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 완전히 죽을 수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관객 개개인의 삶을 관통하는 깊이로 다가왔다면 '비밀통로'는 무대와 객석을 잇는 진정한 통로로서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지 않았을까.

 

 

 

빛나는 장면, 남겨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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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입장 후 사진 촬영이 불가하여 대기 장소에 배치된 화면으로 대체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연극 무대에서 영상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비밀통로>에서 보여준 영상 연출이 극 전체에 얼마나 잘 녹아들었는가에 대해 다소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동재’와 ‘서진’이 책을 매개로 회상 장면으로 넘어가게 될 때 박자에 맞춰 종이 등불이 반짝이며 스쳐 지나가는 불, 물, 흙의 이미지는 삶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사려 깊은 장면 전환이었다.

 

반면, 시공간을 초월해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대목에서 사용된 영상 연출은 그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의문이 남을뿐더러, 오히려 연극만이 가질 수 있는 연출을 영상이 대체해 버린다는 인상을 준다. 이처럼 다채로운 매체를 동원한 시도가 두 인물의 내밀한 감정선에 몰입해야 하는 극과 조화를 이루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럼에도 영상과 조명을 활용한 역동적인 시도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관객이라면 <비밀통로>가 흥미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다. 만약 작품이 보여준 화려한 연출 두 인물의 서사를 넘어 관객에게 사유할 만한 철학적 질문까지 던져줬더라면 더욱 훌륭하고 여운이 남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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