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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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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 첫 이별, 첫 시험, 첫 면접.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처음'을 경험한다.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누군가한테 '처음'은 공포의 대상일테다. 익숙지 않은 건 어려워서 실패하기 십상이니까. 나는 스스로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게 두려워 시작하기까지 오래걸리는 사람이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용기를 갖고 이것저것 과감히 시도해 보고 있다. 스무 살 때 들었던 말 한마디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2022년, 스무 살이 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매주 주말마다 집에서 50분 거리에 있는 카페에 갔다. 학교 선생님이 아닌 낯선 어른한테 인사를 하려니 놀이기구 줄을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설레면서도 겁이났다. 몸은 마치 뻣뻣한 새 유니폼 같아서, 힘이 잔뜩 들어가 온갖 실수를 해댔다. 혼자 일했기에 옆에서 나를 이끌어줄 사수도 없었다. 음료를 만들다가 주문받고, 다시 만들고. 믹서기에 갈리는 게 스무디인지 내 영혼인지 모를 정도로 바빴다.


정식으로 일한 지 이틀째 되던 날, 아저씨 손님이 플레인 베이글을 주문했다. 나는 호기롭게 오븐에 베이글을 데워드렸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손님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기, 이거 모형 빵 같은데요."

 

머리가 새하얘졌다. 첫 아르바이트에서 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몸이 떨렸다. 냉동고에 보관된 빵을 꺼내서 데워야 했는데, 진열장에 전시된 모형 빵을 조리하다니. 창피하고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두려웠다. 일한 지 일주일 만에 잘리겠구나, 싶었는데.


"전에 있던 직원분 나가고 새로 오신 거죠? 늦게까지 일하려면 힘드시겠다."

 

다정한 말 한마디가 들려왔다.

 

"처음 일하는 거니까 그럴 수 있죠."

 

손님은 화를 내는 대신 나를 격려했다. 호선을 그리는 입가가 꼭 인자한 부처님 같아서, 내가 한없이 작게 느껴졌다.


그날, 퇴근길 내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손님이 가게 사장님이었다면 입장이 달랐으려나. 내가 딸 같아 보이니까, 어려서 봐준 걸까? 사회 초년생이라는 게 어쩐지 면죄부처럼 느껴졌다. 그렇다면 내게 언제까지 이 면죄부를 줄까? 덜컥 겁이 났다. 어릴 적 동경했던 스물은 이렇게 못나고 초라하지 않았는데. 갓 구운 빵을 흉내 내려는 모형 빵, 그 자체가 된 기분이었다. 어른인 척해 보지만 여전히 어린 내가 싫었다.


처음 한 달간 매번 초과근무를 했다. 쌓이는 컵, 바닥을 뒹구는 냅킨, 엎질러진 음료, 꺾인 빨대에서 내 마음을 읽었다. 용돈을 받지 않겠다고 다짐한 터라 제 발로 물러나기 싫었다. 쓰레기장에 갈 때마다 나를 버리는 상상에 잠겼다. 그럴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이름도 모르는 손님이 남긴 말 한마디였다.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죠.'

 

그 말엔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듯했다. 힘들고 서툰 게 당연하다고. 그러니까 조금만 참고 버텨보라고.

 

나는 손님의 말이 기도문이라도 된 듯 마음속으로 암송했다. 그럴 수 있어, 그럴 수도 있어, 처음이잖아.


일하는 게 무서워서 출근 전날이면 잠을 설치던 내가, 1월부터 12월까지 사계절을 일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능숙해져 일을 즐겼다. 겨울에 시작한 일을 겨울에 끝맺으며 나는 처음을 지나왔음을 느꼈다. 그러는 동안 어렴풋이 깨달았다. 서투름에서 비롯된 실수는 죄가 아니라는 것을. 그러니 애초에 면죄부 같은 건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사장님께 그동안 열심히 잘해주어 고마웠다는 칭찬을 들었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들을 수 있었던 칭찬이다. 내가 순간의 힘듦에 져버렸다면 얻을 수 없었을 것들을 되짚어봤다. 불투명한 미래가 두려워 나아가지 않았더라면, 나는 영원한 처음에 머물렀을 것이다. 호기심 많은 나는 더 많은 끝을 보고 싶기에 매일 새로운 청춘을 시작하리라 다짐해본다. 처음이면 그럴 수 있다는 다정한 말 한 마디를 가슴에 새겨놓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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