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친구를 만나 새해 계획을 세웠다. 작년에 세운 계획을 되돌아보며 뻔한 계획을 되새김질하고 새로운 다짐을 올렸다. 그러다가 점점 쌓여가고 늘어만 가는 목록에 떠밀려 다다른 곳에는 내려놓기가 있었다. 지지부진한 미련을 버리고 수습하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된 것이다.
그러길 2년, 연말이 되었는데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파격적으로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기로 했다. 야심 차게 세운 계획을 모두 잊고 그저 즐겁게 만난 연말의 어느 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것들을 하자고 했다.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떼어내는 것으로 목표 달성이 된다. 이제 나의 목표와 계획은 그런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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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계획을 세웠다. 거창한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고 나를 조금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살다 보면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순간이 찾아온다. 지금도 충분히 버겁다며 못 하겠다고 무기력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진다. 못하는 게 아니라 그럴 기분이 들지 않는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사는 것도 아닌데 뭘 더 해야겠냐며, 이만하면 괜찮지 않냐고 자기 합리화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합리화를 시작하니 의문이 따라붙었다. 매일 같은 일상이더라도 일탈 없이 반복하다 보면 주어진 일상에 단련이 되는 것 아닐까. 그것만으로도 좀 더 나아지고 있는 거 아닐까. 합리화하고 싶었지만 내가 사는 삶은 근력운동 같은 거라 일정 단계가 지나면 더 어려운 단계로 나아가야 자신을 단련할 수 있었다. 살만하지 않더라도 강도를 높여야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이걸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니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기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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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도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되면 아쉬워졌다. 1월부터 12월까지 늘어놓고 돌아보면 뭔가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거나 놓친 듯했다.
힘들다는 건 투정이었을까, 얻은 것도 놓은 것도 없는 시간을 되짚어보니 모든 것이 그저 여전하기만 했다. 지나간 수많은 시간이 그러했듯 제일 가까운 시간도 그렇게 지나갔다. 숱한 날을 걱정과 함께 보냈다. 어느 날도 노력으로 들어차 있지 않았다. 밸런스가 맞지 않는데 이걸 많은 시간 동안 반복하면서 지냈다니 나를 향한 의문이 생겼다.
앓는 소리를 잔뜩 늘어놓고 약한 소리를 했지만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하고자 하는 게 사회적 성공도 아니고 일확천금의 꿈도 아니고 그냥 보다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최선을 다하지 않고 아주 열심이지는 않더라도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성실하다면 얻을 수 있는 수 있는 만족감. 사실 바라는 건 그런 것이었다.
그제야 나에게 망령처럼 따라붙은 무력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흔적이고 어쩌면 트라우마 같은 그것. 알아차리고 나니 똑같은 한 해를 반복할 수는 없었다.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 '실은 그때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못했구나' 하는 건 이미 해봤으니 되었다.
고여있거나 어딘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딱 그 정도의 물장구치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어쩌면 생각보다 더 지난한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올해의 나는 발버둥 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