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연 님!
유난히 날이 추운 겨울에 인사를 드립니다. 이 편지를 쓸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제가 에디터들 간에 릴레이 글쓰기를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출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평소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쓰고 있어요.
저는 꼭 나가야 하는 날이 아니라면 요즈음 침대 속, 이불 속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어요. 언제쯤 봄이 올까, 하고 벌써부터 달력을 넘겨 보는 게 하루의 일상이랍니다. 서연 님은 겨울을 잘 이겨내고 있으신가요?
저는 서연 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서연 님이 겨울을 잘 이겨내실 거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습니다. 서연 님의 글들을 정독해 보니, 글들 사이사이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어요.
“김우진과 윤심덕이 바다에 빠져 죽는 결말 또한 생이 아예 무의미하기 때문은 아닐 것 같았다. 무대 위에서 그들이 맞닥뜨린 바다는 정념의 끝에서 스스로를 지워버리는 공간이라기보다, 오래도록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었던 세계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으로 건너가야 하는 경계처럼 보였다. 절망스러운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하나씩 떼어내고, 둘만 남은 자리에서 도달하게 되는 어떤 원점의 형태로.”
[결국 생을 찬미하는 사]
“그래서 이제야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뻔한 관용구를 실감하게 됐다. 내가 늘 이별해왔다고 생각한 무언가는 또 내게 회복과 성장의 과정을 가져다주었겠구나. ... 나는 또 겨울에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그럼으로써 동시에 무언가를 얻을 것이다.”
[나는 또 무엇을 잃었고]
서연 님은 끝을 시작으로 생각하실 줄 아는 분 같아요.
사실 [결국 생을 찬미하는 사]라는 글을 읽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막 드라마가 SBS에서 방영했던 <사의 찬미>거든요. 거기에다가 서연 님의 오피니언이 제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 더 반가웠습니다. “김우진과 윤심덕이 바다에 빠져 죽는 결말 또한 생이 아예 무의미하기 때문은 아닐 것 같았다.”라는 부분입니다.
저 또한, 그들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은 자신들이 살아간 삶을 지키기 위해, 또 어쩌면 다시 새롭게 주어질 또 다른 삶을 위해 죽음이라는 과정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어딘가에 공유해 본 적 없는데, 서연 님이 죽음을 “세계의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으로 건너가야 하는 경계“라고 표현해 주신 문장이 너무나 좋아 오래도록 기억 속에 새길 것 같아요. 어쩌면 김우진과 윤심덕은 아무런 압력 없는 다른 세계에서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지 않았을까요?
저희가 그들의 죽음이 무의미한 죽음이 아니라고 느꼈듯이, 무언가와 이별하는 과정 또한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이별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것들을 얻을 것이고, 그건 새로운 기회,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겠지요. 또한 우리가 잃어버리게 된 것들은 세상 어딘가에서 또 다른 시작을 찾아 훨훨 날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겨울은 상실의 계절이지만,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오기 마련인 것처럼요!
서연 님의 이번 겨울이 평안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끝내보려 합니다.
잠시나마 반가웠어요. 서연 님.
*추신. 저도 학원에서 일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또 저도 비인간과 인간에 대한 오피니언을 쓴 적 있어서 [인간과 비인간의 비선형적 공존]이라는 오피니언도 너무 반갑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