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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만약에 우리’는 원작 ‘먼 훗날 우리’에 충실한 리메이크작이다. 서사 구조, 영화적 설정, 연출의 특이성 등 원작이 지닌 장점은 2008년, 한국이라는 공간 속에 잘 녹아들었다.

 

한편 ‘만약에 우리’를 보며, 원작과는 다른 인상을 받았다. 우선 원작이 중국 사회의 단면을 조명한다면, 본편은 사랑하고 이별하는 한 개인의 삶에 초점을 둔다. 가령 젠칭과 샤오샤오가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먼 훗날 우리’)에서 카메라의 위치는 영화의 태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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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칭과 샤오샤오가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2008년을 맞이한 첸징과 샤오샤오는 뜨거운 포옹과 함께 사랑을 확인한다. 이때 카메라는 인물과 가까이 밀착해 사건에 몰입하도록 하는 동시에 서서히 멀어지면서 극부감 쇼트로 공간의 전체 모습을 조망한다. 극부감 쇼트에 담긴 공간은 드라마 세트장처럼 보이며, 각 방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적인 공간에서 시작한 카메라는 전체를 조망하는 위치로 이동하며 마침표를 찍는다. 그 순간, 그 시대를 지나왔을 수많은 첸징과 샤오샤오의 모습이 스크린에 아로새겨진다.


반면 ‘만약에 우리’에서 공간적 배경은 전체를 조망하기보다 한 인간의 내밀한 성장을 조명하기 위함에 가깝다. 원작의 주인공이 젠칭이라면, 본편의 주인공은 정원이라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점에서 그러하다. 고시원에서 자취방, 자취방에서 반지하, 반지하에서 작업실로 이어지는 공간의 이동은 집을 찾아 헤매던 정원이 끝내 스스로 집을 짓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돌아갈 집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영화의 초반, 정원이 은호에게 묻는다. 은호는 장난스럽게 답할 뿐이지만, 정원에게 ‘집’이 갖는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은호와 정원의 만남이 집으로 귀환하는 여정 속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정원은 늘 ‘집’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어쩌면 정원에게 ‘집’이란 그의 결핍이자 정체성의 일부였을 것이다. 그런 정원에게 영화는 새로운 집을 소개하는데, 바로 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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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는 정원에게 있어 커튼을 활짝 열어 빛이 되어주고, 추운 나날에 온기를 불어 넣는 존재다. 은호는 그렇게 평생을 약속하고, ‘돌아갈 집’이 되어준다. 그러나 때때로 사랑은 현실의 문턱 앞에서 쉽게 흔들리곤 한다. 어떤 서사를 쌓아 올렸든 한순간의 선택으로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사랑이 지닌 취약성이다. 은호와 정원도 마찬가지다. 서로가 서로에게 꿈이자 집으로 남을 수 없게 된 둘은 영원히 이별을 택한다.

 

사실 은호와 정원의 결말은 오프닝 시퀀스에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고향에 가기 위해 버스터미널에 앉아 있던 은호는 자신의 앞으로 유유히 지나가는 정원을 발견한다. 은호는 순간적으로 마음을 빼앗기고, 재빨리 정원의 실루엣을 스케치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 옆자리에 앉게 된 정원에게 그림을 들키게 되면, ‘갖고 싶다’는 정원의 요구에 그림을 건넨다. 결국 은호의 수첩 안에 있던 정원의 그림은 정원의 손에 쥐어진 것이다. 어쩌면 은호와 정원에게 허락된 시간은 딱 그 정도이지 않았을까. 은호의 수첩 안에 잠시 머물렀던 정원, 정원의 그림을 잠시 수첩에 보관했던 은호. 그리고 모든 것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영화의 엔딩, 정원은 더 이상 떠날 필요 없는 자신의 공간에 앉아있다. 돌아갈 집을 찾아 길을 헤매던 정원은 이제 스스로 집을 짓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면, 사랑이 끝난 뒤 은호와 정원 사이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까?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은호가 그린 그림 한 장처럼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되어 서로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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