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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오면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코코아 밤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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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엄청난 레시피가 있는 것도, 누군가의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어느덧 3년째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코코아 밤을 만들고 있다.

 

초콜릿을 녹여 반구를 만들고 코코아 가루와 마시멜로를 담아 예쁜 코코아 밤을 만든다. 초콜릿 펜과 스프링클로 귀여운 눈코입을 그려내면 완성이다. 자주하는 일이 아님에도 벌써 세 번째라 그런지 만드는 시간도, 퀄리티도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만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하필 코코아 밤이었을까 싶다.

 

연말 선물로는 더 화려하고 오래 남는 것들도 많을 텐데, 나는 늘 이 동그란 초콜릿으로 돌아왔다. 아마도 코코아 밤은 누군가에게 쉼과 여유를 건네는 선물이기 때문일까. 컵에 넣고 기다리는 단 몇 분, 천천히 녹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짧은 여유, 손끝에서 입안으로 옮겨가는 따뜻한 온기까지 짧지만 긴 쉼을 선물한다.


이 작은 초콜릿에 여러 마음을 담는다.

 

올겨울이 너무 춥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하루 중 어딘가에 달달하고 따뜻한 순간이 하나쯤 있기를 바라는 마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라면, 저녁에 코코아를 마시며 잠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연말이라고 괜히 들뜨는 분위기 속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하루를 보내고 편안히 잠들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나를 향한 나의 바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루가 끝났는데도 생각은 좀처럼 멈추지 않고 몸은 쉬고 싶어도 마음이 계속 깨어 있는 밤들이 있다. 그런 밤마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속는 셈 치고 마셨던 코코아와 함께 보낸 무수한 밤들이 모두 깊은 잠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마냥 차가운 시간은 아니었으리라. 컵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천천히 마시는 동안 작은 위로를 스스로에게 보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올해도 코코아 밤을 만든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고 오래 기억되지 않아도 좋다. 다만 그날 밤이 너무 길고 춥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 작은 코코아 밤 하나가 누군가의 겨울밤을 조금이나마 따스하게 만들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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