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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12월만 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올해를 시작할 때 세운 야심찬 계획들을 모두 이루지 못한 사실에 대한 불안 때문에, 당장이라도 못 다 이룬 목표를 이뤄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은 나에게 그만큼의 여유를 주지 않는다. 내가 느끼는 조급함의 정도와 연말의 시간은 비례한 적이 없기에, 늘 애매한 상태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나는 올해 '책 12권 이상 읽기'를 목표로 세운 바 있다. 2025년이 나흘도 남지 않은 지금, 고작 3권을 다 읽었다. 읽는 속도가 느린 내가 사흘 만에 9권을 읽으려면, 아마 하루종일 책만 붙들고 있어야 겨우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책 9권을 읽는 대신 남은 시간 동안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좋은 기회로 시 한 편을 투고했다. 남이 쓴 글을 읽는 대신 내 글을 다른 사람에게 전한다면 9권 중 3권 정도는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기합리화에서 시작된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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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시집선』은 다양한 주제로 누구나 투고할 수 있는 시를 모아 만든 시집으로, 문학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책을 만드는 문학출판사 파도의 철학이 녹아있다. 나아가 참여 작가들의 인세가 모두 기부된다는 점에서 나름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출판된 파도의 스물 두 번째 시집의 주제는 <고요>이다.

 

고요한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세상의 잡음은 사라지고 어느새 평화로운 순간만이 남게 됩니다. 아무도 없는 거리, 새벽에 내리는 눈처럼 소리-색깔-냄새 그 어느 것의 방해도 받지 않고 부지런히 세상을 채우는 <고요>

 

우연히 위의 투고 공지글을 읽고는 단숨에 시를 썼다. 2-300페이지가 넘어가는 한 권의 책을 써내는 일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오로지 내 이야기와 감정에 기대어 쓰는 시는 그 부담을 덜어준다.

 

또, 특정 분야의 지식 책이나 자기계발서의 경우 내 주관적인 생각을 불특정 다수에게 나누는 일에 상당한 무게가 실리지만, 시는 짧은 글 안에 많은 메시지를 숨길 수 있어서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쓸 수 있다. 이는 많고 많은 형식의 글 중에서 시가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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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파도시집선 022 고요>에 참여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내 이름이 새겨진 종이책이 나왔다는 사실에 한동안 기분이 들떴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룬 목표 중 아주 작은 순간이지만, 기대 이상의 성취감이 들었다.

 

올해의 목표를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그 사실에 실망하기보다는 자신감을 끌어올려줄 나름의 방법을 찾아 실천했다면, 꽤 괜찮은 한 해를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2025년을 마무리하는 사람들 모두가 지나간 시간 앞에 잠시 멈춰 서서, 길고 긴 12개월을 잘 살아냈다며 스스로에게 고요한 박수를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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